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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둥 Mar 06. 2023

선의가 선의로 돌아올 수 있을까?

누군가를 돕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림책 황금 거위를 읽고>

https://bit.ly/3KYemz2

      저자      유리 슐레비츠, 그림형제

      그림      유리 슐레비츠    



  황금 거위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분명한 교훈이 있다. '누군가에게 선의를 베풀면 복이 온다'

주인공 바보는 노인에게 아무 대가 없이 빵을 나누어준 보상으로 황금 거위를 받고 공주와 결혼까지 했다. 그런데 이 그림책에는 모순이 있다. 바보처럼 선의를 베풀려고 했지만 오히려 벌을 받게 된 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바로 농부다. 교회 지기는 농부에게 “도와주세요. 우리 좀 떼어주세요!” 간절하게 도움을 청했다. 농부는 교회지기를 돕고자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호키티 포키티 스티키티 붙어라 얍!' 주문이 나오더니 별안간 우스꽝스러운 행렬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똑같이 호의를 베풀려고 했지만 바보와 농부, 두 사람의 결과 값은 완전 달랐다.

 

 대학시절 친구와 봤던 단편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는 한 젊은 여성이 갈 데가 없는 옆집 아이를 부모가 올 때까지 잠깐 맡아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반나절 짧은 시간 동안 아이가 집에서 머물면서 여성은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아이는 순수할 것이라는 믿음을 깨고 아이는 영악했고, 성적으로 조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영화는 당시 20살의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진무구했던 나는 사람이 어려울 때 돕고, 친절을 베풀면 그게 다 좋은 방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어떤 선의는 선의로 돌아오지 않고, 심지어 내 뒤로 칼을 꽂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준 것이다.

 

 예전에 심폐소생술을 배우는데 소방관께서 심폐소생술을 할 때는 힘을 세게 실어 가슴을 압박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다 보니 심폐 소생술로 갈비뼈가 골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시면서 어떤 사람들은 뼈가 부러졌다고 피해보상 청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이런 경우를 보면 현타도 오고, 심적으로 힘들다고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나는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었지만 '이걸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그림책은 사실 모순이 아닌 삶의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베푼 선의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운이 좋으면 선의가 선의로 돌아올 것이고, 운이 나쁘면 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이후의 삶을 생각해 본다. 바보는 계속해서 남을 도우며 살았을 것이고, 농부는 닫힌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데 주저하게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남을 돕지 않고 외면하는 사람들을 나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정말 나쁜 사람들일까?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남을 돕지 않는 이면에는 어쩌면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섣불리 건넨 선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두려워서일지도 모른다고. 그들에게 어떤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그들을 무작정 나쁘다고 비난할 수 없게 되었다. 어느덧 나는 그 마음을 헤아리는 어른이 되어버렸고,  내 마음속에도 같은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선의를 건네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두려움을 이기고,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결과와는 상관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선의를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있기에 세상의 숨통이 트인다.  선의가 선의로 돌아오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저 선의를 건네는 그 마음을 지킬 수 있을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그 정도만 되어도 용기를 낼 의향이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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