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하다 보면 나는 자주 '행복'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명상 중에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행복하고 싶다'라는 말에는 '나는 불행하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행하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그건 당연한 거야'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하는데 어쩐지 이 생각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나는 왜 불행해지고 싶지 않을까? 시련은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말도 있는데... 내 안에는 분명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믿는다. 분명 믿는데... 시련은 사람을 녹슬게 한다는 말이 왜 자꾸 머릿속에 맴도는 건지...
생각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왜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신박한 광고카피처럼 강렬하게 뇌리에 박혔음에도애써 지워내려 했던건지...인정하기 싫었지만 후자의 말이 좀 더 내 마음에 와닿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그러자 내면 깊은 곳의 두려움과 마주하게 되었다. 머리로는 시련이 나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믿어보려했지만, 실은 내가 녹슬어버릴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항상 내 앞에는 꽃길이 펼쳐지길 은연중에 바라면서 명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녹이 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스스로가 행복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행복만을 바라니까 좋은 상황일 땐 기쁘고 행복하다가도 힘든 상황이 오면 그 괴로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인생에서 늘 꽃길만 펼쳐지면 좋겠지만 길을 걷다 보면 구불구불한 길도 비포장도로도 만날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불행이 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마음가짐을 바꿔보기로 했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기 위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희로애락(喜怒哀樂).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힘들면 힘든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경험하고 알아가면 된다.
작가로 살면서 좋은 점은 슬프고힘든 경험도 다 글감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녹이 좀 슨다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녹이 슬면 슨 대로 살다가 힘이 나면 가끔씩 기름칠 좀 해주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꽃길이든 비탈길이든 비포장도로이든 내 방식대로 온전히 느끼면서 걸어가 보고 싶다. 그렇게 걷다 보면 앞으로의 삶이 더욱 충만해지지 않을까?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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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그림책 스터디를 함께하는 <노들리에>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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