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나오는 작가는 키우는 반려견이 일어나기도 전인 이른 아침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다. 잠옷 차림으로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쓴다. 그의 반려견은 탁타닥- 탁탁탁 그가 내는 키보드 소리를 거슬려하며 짜증을 내지만 나는 그가 마냥 부러웠다. 부러운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아침 일찍 일어나 글을 쓰는 루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본투비 올빼미형 인간이다. 신생아 때부터 새벽에 잠을 자지 않아 엄마를 괴롭히는 아이 었고, 자유를 획득한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새벽에 잠을 자고 있다. 새벽에 혼자 갖는 나만의 시간이 좋았고, 이 시간대에 집중이 잘되다 보니 중요한 일들을 새벽에 처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나는 회사에 다닐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9 to 6의 삶은 나와 맞지 않으니까. 그래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프리랜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작가지망생이 된 나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집중이 잘 되는 밤 10시 이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모두가 잠든 시간이 되면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패턴을 두 달 정도 지속하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업을 마치고, 새벽 4시~ 5시 정도에 잠자리에 들곤 했는데 뇌가 각성이 된 건지 점점 잠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수면 시간이 조금씩 뒤로 밀리더니 10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게 되었다. 오후 5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은 정말이지 별로다... 이렇게 하루의 시작이 점점 늦어지자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게 되고, 건강에도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점은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단지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짤을 저장해 두며 살던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아침형 인간을 동경하게 되었다. 미라클 모닝을 꿈꾸며 근 1년 동안 아침 일찍 일어나는 패턴을 갖기 위해 별의별 노력을 했다. 그렇지만 얼마 가지 못해 다시 돌아오는 신비한 매직!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나날들이 늘어갔다.
그러던 중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결정되는 것은 유전적인 영향이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이 글을 왜 이제야 본걸까? 싶지만...) 어쨌든 글의 요지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는 시간대가 다르다고 한다. 즉 생체시계의 작동 방식이 태생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노력을 해도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억지로 패턴을 바꾸면 건강을 해칠 수 있어 본인의 신체리듬과 생활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글을 읽고 알 수 있었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이 왜 번번이 실패했는지를... 의지만 갖고 될 일은 아니었다.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보다 어쩌면 다시 태어나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고, 자책에 빠져 있던 나를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은 이번생에서 포기하기로 했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어서 내가 가진 고유의 바이오리듬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 같다. 몸의 생체시계가 외국에 다녀온 것처럼 시차 적응을 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나와 가장 잘 맞는 삶의 패턴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일단 오후 3~4시 정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11시 전에는 무조건 작업을 끝내는 식으로 패턴을 바꾸었다. 새벽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요가를 하며 잠이 오기를 기다린다. 이렇게만 바꿔도 한결 나은 것 같다. 올빼미가 종달새가 되기 위해 종을 바꾸려는(?) 무리한 시도보다는 지속가능한 올빼미의 삶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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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그림책 스터디를 함께하는 <노들리에>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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