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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Aug 27. 2023

콘크리트 유토피아

2023년 / 스릴러, 재난 / 2h 9m / 15 +
감독 : 엄태화
배우 :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외


첫 마음은 '재난영화구나. 뭐 재난영화 좀 뻔할 것 같기는 한데...'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가보고 싶기도 하고, 이병헌이 나온다는 사실에 발이 움직였다. 이병헌이라는 대배우가 픽한 영화라면 궁금해지기는 하는데! 하나의 브랜드가 된 배우들은 작품 선정에 더욱 신중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건다는 것이 남다른 큰 의미가 있는 사람들이니.

역시나 이병헌은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그 사람이 되는 소화력이 있는 배우이다.

나는 이병헌이 갖는 묘함을 좋아한다. 이병헌의 얼굴에는 묘하게 고급스러움과 촌스러움이 공존한다. 그리고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함이 그얼굴 속에서 만화경을 보게 한다.




크리트 유토피아?

제목이 재난영화 치고는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상했던 조금은 뻔할 재난영화라면 차라리 '콘크리트'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렸을 것 같은데, 무려 '유토피아'이다.

concrete를 사전에서 한 번 찾아보았다

형용사: 콘크리트로 된 / 사실에 의거한, 구체적인 / 실체가 있는
명사: 콘크리트
동사: 콘크리트를 바르다

콘크리트나 '단단한' 정도의 뜻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 외의 의미들은 '오~ 이런 뜻도 있구나.' 예상 밖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영화는 저 모든 뜻으로 다 해석이 가능한 영화였다.

콘크리트로 된 유토피아일 수도, 현실적인 유토피아의 실체일 수도, 자신의 유토피아를 위해 콘크리트를 치는 걸 수도 있는 것이다.

유토피아는 무엇일까?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유토피아는 콘크리트처럼 견고할까? 없는 데 있고, 있는데 없는 양자의 세상 같은 것은 아닐까.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인가?

선한 의도도 죽음을 부르고 악도 죽음을 부른다면, 과연 좋은 것은 무엇이고 나쁜 것은 무엇일까?

선과 악의 목적은 모두 생존. 그렇다면 과연 선과 악을 차등 비교를 할 수 있을까? 그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그 판단 기준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인간에 의해 만들어것일까 아니면 절대선일까?

악마도 천사였다고 한다. 악마와 천사는 결과로 분간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시간의 연쇄반응에서 다른 결과를 부르는 중간작용이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인데, 과연 그것무엇일까?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무엇을 위한 것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세계는 법에 의해 질서가 유지된다. 법이 판단과 심판과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법의 속성생각한다면 죄인의 조건은 무엇인가. 인간에 의해, 집단을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판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는 어떤 것이 있을까?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도덕적 선의 개념에는 최대다수에 들지 못하는 존재들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한계성을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는 생이 든다. 인간에 의해 추구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에 의해 유지된, 그러나 누군가는 소외된. 따라서 언제든 붕괴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그래서 더 철저히 콘크리를 발라야 하는 것이 인간이 만든 유토피아일까.



현실 속에서 우리가 그리는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일까? 집 한 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의 우리들은 영화의 상황과 다를까?

 


사람을 그 모습이게 하는 것은 나일까 아니면 세상일까?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죄에서 자유로워지는가?




영화는 내게 위와 같은 질문들을 던졌다.

감독은 종교의 의미를 표현하기도 한 것 같은데, 이 또한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영화 사이사이 복선의 의미를 지닌 많은 장치들이 나오는데, 그 요소들을 찾아보는 것도 깨알같은 재미를 더해준다.


앞으로는 집을 구매할 때 내력과 외력도 등기부등본 상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극장을 나섰다.






#콘크리트유토피아 #영화 #질문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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