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태양
어둠을 거둔 새날 앞에
다시 우뚝 섭니다
평생 아침을 맞는 우리는
다시를 모두 해내고 있습니다만
기억의 세포는
다시를 애써야 할 때가 있어요
도로 한 복판 세상 잊고
다소곳이 앉은 방울새도,
맨발로 땅 그리워 흙 밟던
어르신의 희던 발도,
나를 품던 빛깔과 냄새와 공기도,
어지러이 오가던 잡담도
어제의 오늘은 다시 어제가 되고
어제가 될 오늘이 다시 제 앞에 있습니다
오늘을 어제보다는
너른 가슴으로 만날 때
아쉬운 걸음에 미처 악수를 건네지 못하던
어제가 환히 웃습니다
잘 묵어
흰 밥 위에 올리는 묵은지 한 장으로
우리는 만납니다
한 입 크게 벌려 밥술 뜰 때
저를 살찌우겠다 합니다
어제를 잘 익히고 오늘을 잘 버무려
켜켜이 쌓이는 시간의 맛이 묵어가매
아침 앞에 선 다시가 웃고
다시 앞에 선 기억 세포가 용기를 냅니다
이렇게 저의 강은 흘러가고
기도는 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