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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성 Aug 18. 2023

묵은지 강

떠오르는 태양

어둠을 거둔 새날 앞에

다시 우뚝 섭니다


평생 아침을 맞는 우리는

다시를 모두 해내고 있습니다만

기억의 세포는

다시를 애써야 할 때가 있어요


도로 한 복판 세상 잊고

다소곳이 앉은 방울새도,

맨발로 땅 그리워 흙 밟던

어르신의 희던 발도,

나를 품던 빛깔과 냄새와 공기도,

어지러이 오가던 잡담도


어제의 오늘은 다시 어제가 되고

어제가 될 오늘이 다시 제 앞에 있습니다


오늘을 어제보다는

너른 가슴으로 만날 때

아쉬운 걸음에 미처 악수를 건네지 못하던

어제가 환히 웃습니다


잘 묵어

 밥 위에 올리는 묵은지 한 장으로

우리는 만납니다

한 입 크게 벌려 밥술 뜰 때

저를 살찌우겠다 합니다


어제를 잘 익히고 오늘을 잘 버무려

켜켜이 쌓이는 시간의 맛이 묵어가매

아침 앞에 선 다시가 웃고

다시 앞에 선 기억 세포가 용기를 냅니다

이렇게 저의 강은 흘러가고

기도는 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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