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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Dec 01. 2023

점점 좋아지고 있어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겠다는 결심

"아니, 이게 말이 되니?"

"아직도 거기야?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네."

"너는 정말 느려 터졌어, 달팽이니 뭐니?"

"왜 아직도 거기 있어?"



언젠가 내 안에서 들려온 말들이었다.

나는 달팽이 었다. 어딘가를 간다고 가고 있는데도 돌아보면 나만 그 자리. 그 자리에서 아주 아주 느린 걸음을 하며 여전히 내 마음이라는 감옥에서 나오지를 못하는 한심한 사람 같았다. 그 당시는, 이러다가 내가 미쳐 죽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 마저 들던 우울의 늪. 사람의 우울이 깊어지면 종국에는 존재하는 자신을 없애고 싶어지는 법이다.


끊임없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달팽이같이 가는지 멈춰 섰는지 도무지 제대로 살아가는 느낌이 안 들 때, 나는 마음과 만난다. 내 안에는 여전히 살고 싶은 기특한 마음이 함께 있었고 그런 나를 살리려 나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다.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얼마나 소중한 나인데, 이렇게 한 목소리 더 나아가 본다.



"나, 느리지만 가고 있어."

"너처럼 달려가지 못해도 말이야, 나는 그곳으로 가고 있어."

"걱정 말고 지켜 봐줘. 사랑스럽게 말이야."



그렇게 기특한 마음이 나에게 담겼다.


"그렇구나, 나는 네가 멈춰 서서 아무것도 안 하는 줄 알고 너무 불안했어."

"근데 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그렇게 문득 어디로 가는지를 물어 온다.



"아.. 어디로?..."



"내 안의 사랑으로.."



결국 우리는 자기 자신을 만나기 위해 지구별이라는 곳에 여행을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리 가도 저리 가도 결국 나는 나를 만난다. 이런 마음, 저런 마음, 온갖 마음을 만나 사랑으로 통합되는 길이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두려움이 적어졌다. 늘 불안하고 두려웠다. 실패할까 봐. 남들만큼 잘 살지 못할까 봐. 인정받지 못할까 봐 말이다. 그런데 내 안의 사랑으로 떠나는 여행을 하게 되니 더 이상 두렵지는 않다.


다만, 오늘 하루의 걸음이 때론 답답할 뿐이다.


그런데 좀 더 마음을 들여다보니, 다행히도, 좀 느려도 괜찮다 한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나가 나에게 주는 큰 응원을 받는다. 점점 좋아진다는 것은, 내가 나를 싫어하지 않는 길 위에 올랐다는 말이다. 내가 나를 예뻐하는 수준에 오르면 인생은 아마도 힘들이지 않아도 술술 흘러갈 것이다.



"달팽이 걸음으로 너는 무엇을 하고 있니?"


나는 달팽이 걸음이지만 매일 글을 쓰고, 좋은 글을 찾아 읽고 있어. 영어를 즐겁게 낭독하고 수업 자료를 만들고 말이야. 낮에는 햇살을 맞으며 산 길을 걸어.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를 듣는 게 좋거든. 살아있는 것 같아. 그리고 내게 주어진 수업을 열심히 하고 있고 말이야. 우리 가족과 사랑을 주고받는 일도 내가 매일 하고 있는 일이야. 이건 다 내 에너지를 올려 주는 일들이지...


그런데 말이야. 때론 아무것도 못하는 날이 있어. 슬프고 상처받은 과거의 마음이 숨어 있다가 숨바꼭질하듯 불쑥 찾아오는 그런 날 말이야.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그 아픈 마음 아이와 함께 있어 줘. 예전엔 그 아이들이 찾아오면 모른 척하거나 숨어 버렸거든, 근데 지금은 그냥 같이 있어 줘.



어제도 하나 만났지 뭐야. 그 아이는, 자존심 같은 것이 없이 수치스럽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매달리고 싶은 아이더라고.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면 마구 표현도 하고, 함께 있고 싶다고 하길래.. 네 마음은 충분히 그럴수 있다 했어. 괜찮다고. 그렇게 해서 버림받는 마음을 느끼게 된다고 해도 괜찮다고. 행복과 기쁨은 아픔과 슬픔의 양면의 동전이니, 둘 다 가져가야 하는 거지.



"버림받는다는 슬픔은 어디에서 왔을까? 과연 나라는 존재는 버려질 수 있을까?"


그렇게 한 번 더 물으니, 다행인 답을 듣게 되었어. 원래부터 우리는 버리고 버려질 수 없는 하나의 온전한 존재들이라는 거지. 내가 나를 버리지만 않으면, 나는 그 누구에게도 버림받을 수 없는 거였더라고. 얼마나 다행이니. 그가 나를 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버리는 거였다니. 그럼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결코 나를 버리지 않을 선택을 할 거야. 내가 나와 항상 함께 해주는 선택 말이야.



잊지 말았으면 해.



"그 누구도 너를 버릴 수 없다는 것. 네가 너를 버리지 않으면 말이야."

"그러니 아껴주고 응원해 주고 늘 같이 해 주면 어떨까?"






느린 것이 아니었다. 결국.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달려가는 것보다 더 나은 걸음이다. 느리지만 완미의 산행을 하듯 그렇게 천천히 삶이 주는 모든 선물들을 음미하며 살 것이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나는, 우리는 분명 자기 마음 보기에 진심이 된다면, 점점 더 좋아지고 행복해질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듣는다.

내 안의 목소리를.



오늘도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닿기 위해.

내 안의 그 사랑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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