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담사의 이런저런 이야기
저의 취미는요~
“길 잃고 헤매기가 취미야.”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재밌어했다. 일본 친구 하루토는 길을 잃고 헤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라며 그런 취미(?)를 지지해 줬다. “새롭고 좋은 장소를 우연히 만날 수 있잖아”라며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 줬다. 나 또한 그랬다.
재밌는 일을 겪는다.
파리의 재즈페스티벌에 참여하려고 페스티벌이 열리는 운하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그렇게나 가고 싶더니 파리에 도착하니 현지의 명소들이 많아서 일정이 맞지 않았다. 몽생미셸과 지베르니 가는 날엔 새벽에 귀가해서 못 가고, 파리 호스텔 친구들과 수다 떨고 노느라 못 간다. 여기에 파리 근교 ‘스트라스부르’로 여행을 갈 계획까지 확정 지으니 아예 갈 시간이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럴 수가. 이 멋진 운하의 호스텔을 잡은 이유가 재즈페스티벌인데 말도 안 돼.
낮동안 꼬인 유레일패스 문제를 해결하려고 파리 동역을 갔다 와서 피곤했지만 큰 마음을 먹고 호스텔을 나선다. 한밤중에 귓가에 들리는 노랫소리를 따라간다. 오른쪽에서 들리나 했더니 왼쪽이다. 잘 찾고 있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리드미컬한 음악은 분명히 재즈가 아닌데 도대체 어디지? 소리를 따라서 운하를 돌고 돌아 걷다 보니 그 끝에는 무장한 경호원들? 이 있었다! 오마나. 그 총, 진짜인가요? 검정 슈트, 귀에 꽂은 용수철 달린 이어폰. 보기만 해도 영화 찍는 것은 무전용 이어폰이다. 떡 벌어진 어깨, 한 체구 하는 그들의 몸은 그렇지 않아도 작은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그들이 수호(?)하는 곳은 놀랍게도 파티장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음악소리에 맞춰 춤을 배우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다.
번지수를 잘 못 찾은 댄스파티에서의 시간은 정말 꿈만 같았다. 야외댄스장의 자유로움과 실내댄스장의 자유로움은 달랐다. 드라마에서 보는 클럽분위기가 났다, 그런 곳에서 있을 수 있다니 정말 기분이 부웅 떴다. 동양인은 드물었고 나처럼 반백살을 바라보는 사람은 없어서 파트너 찾기가 힘들었다.- 그 정도로 다른 세상이었다는 얘기이다. 한국에서는 클럽의 격이 떨어진다고 클럽 입장이 불가하겠지.- 클레어가 내 눈에 들어왔고 (클레어 이야기는 다음 링크에 있다), 그 후로 활력 넘치는 그녀와의 동행으로 생기 돋는 시간들이었다. 재즈페스티벌의 공연장을 제대로 찾아 재즈페스티벌을 봤다면 신세계도 없고 클레어와 클레어 일행과 즐거운 시간을 갖지 못했을 거다.
https://brunch.co.kr/@youngsookkim/98
그리운 장소를 만난다.
그라나다에서 아프가니스탄 친구 이옌이 추천해 준 빅토리아 레스토랑을 다시 가고 싶었다. 분명히 며칠 전에 갔는데 정말 놀랍게도 또 헤맨다. 일주일 전에도 어렵게 찾아서 밥을 먹었는데도 다시 못 찾고 헤맨다니. 길치의 능력에 대해 변명을 하자면 그라나다의 골목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길치가 아니어도 쉽지 않은 길 찾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길을 돌고 또 돌았다. 길치라서 가능한 탁월한 능력이자, 취미이다.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히 정원을 마주한다.
- 아, 이곳은 그라나다 친구들과 함께 갔던 장소잖아.
그곳은 그라나다 친구들과 함께 걸으며 히히덕거리며 사진을 찍은 숲 같은 대형 정원이었다. 친구들의 모두 다른 국적 때문에 웃은 일이 생각났다. 티켓 박스에서 안내인이 입장하는 우리에게 국적을 물어본다. 한 명씩 지나가면서
-프랑스요
-독일이요
-아프가니스탄이요
-호주
-한국이요.
이렇게 5명의 국적이 다양하니 안내인의 눈이 동그랗게 되고 우리도 깔깔대며 웃던 기억이 난다. 팔 벌리고 하늘에 점프하며 껑충 뛰면서 멋지게 인증 사진도 남겼던 웃음이 가득했던 공간이었다. 레스토랑을 못 찾고 헤매다 우연히 다시 만나니 새롭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친구들 생각이 나서 마음이 찡했다. 같이 보면 즐겁고 혼자 가면 사색을 할 수 있어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국적의 그라나다 친구들과 만남이야기는 다음 링크에 있어요)
https://brunch.co.kr/@youngsookkim/105
친구들과 우정을 쌓은 그라나다의 어느 정원 (대문사진)
사람을 만난다.
프랑스(스페인에서도 우연히 두 번이나 마주친 그녀와의 이야기는 다음 링크에 있어요)에서 만난 원희 님과 한국에서 식사를 했다. ‘여행지에서 길 헤매기’ 주제로 이야기할 때 그녀가 외마디 소리를 냈다.
- 맞아요. 길을 헤매면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 도착해요.
20대의 원희 님 얼굴에 생기발랄함과 동시에 기분 좋은 홍조가 오른다.
그렇다. 기대하지 않은 곳이어서 더 만족스러운지도 모르겠다.
그녀와의 인연 또한 지베르니에서 내가 길을 헤매다가 다시 만난 운명이니까.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 일은 길을 헤맨 순간에도 모네의 집에서 스쳐간 그녀를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아마도 원희 님은 내가 헤매는 중일지 몰랐을 거다. 다시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을 만나니 좋아서 너무나 해맑게 그녀를 보고 웃었으니까.
https://brunch.co.kr/@youngsookkim/101
그러다 보니 헤매기 시작하면
-뭐 더 좋은 게 있겠지?
라는 은근히 기다리는 마음도 생겼다. 물론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만 말이다.
사실 길치가 아니었다면 여행지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해외를 어떻게 혼자 가?라고 지인들은 우려하지만 내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국내는 혼자 다닐 수 있잖아. 해외와 차이점은 언어가 다르고 모를 뿐이지. 길치는 어딜 가나 길치니까 국내에서 헤매는 거나 해외에서 헤매는 거나 비슷하겠지. 언어의 사용이 원활하지 않으니 생기는 해프닝이 좀 있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음, 뭐 해외에서도 길을 헤맬 때 취미생활 중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길 잃고 헤매기’에 일가견이 있는 나로서는 외국에서 만나는 낯선 이들과 웃음을 터트리거나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조크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름 농담을 건넸는데 단단한 방어벽을 만난다.
영리한 눈의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정말 강력한 그의 한마디에 놀란다.
-여행지에서 헤매는 건 시간을 잃어버리는 일이라고.
그는 스페인 그라나다의 운전기사.
- 이봐요. 제가 핸드폰을 도난당하지 않았더라면 택시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헤매지 않는다면 당신의 택시를 타지 않았을 거예요. (속으로 말했다.)
하지만 인정한다.
그의 말이 맞다. 여행지에서 길을 잃으면 가려고 계획한 곳을 못 찾거나 시간을 허비한다.
그러니 길 잃고 헤맬 때 마인드 셋
-좋은 일이 생기려나?
-좋은 곳을 만나려나?
-좋은 사람을 만나려나?
헤매지 않으면
“내가 계획한 대로 갈 수 있다니, 이게 웬일이야, 신나는데!”
헤매거나 바로 찾거나. 좋잖아. 뭐든.
***진로, 직업방향성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계획된 우연이론과 연결 지어서
다음 이야기에서 얘기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