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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죠?

가치는 어때요?

사진 출저 : 픽사베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면, 일단 그 자체만으로 큰 성공이다. 보통은 그 둘을 알 수 없어서 고민이기에 행복한 고민이긴 하지만 본인에게는 무척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경우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자신의 직업적 가치관이다. 

가치관은 외적 가치와 내적 가치로 나눌 수 있다. 외적 가치는 눈에 보이는 어떤 성취 추구, 부, 명성, 이미지를 말한다. 내적 가치는 개인적 성장, 봉사, 유대감이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을 상담할 때 주로 묻는 말이 있다. “만족이 중요한가요? 성공이 중요한가요?”

후자를 택했다고 해서 오로지 외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상대적으로 따졌을 때 내적 가치보다 더 중요시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외적 가치가 우선인 사람들에게는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볼 수 있다. 잘하는 일을 통해 인정받고 그 가치를 충족했을 때, 삶의 만족 또한 충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성공보다 만족이 더 중요한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일을 하는 기쁨을 느끼고, 그 기쁨이 지속적으로 몰입할 힘이 된다. 물론 그 일에 필요한 지식이나 능력 여부에 따라 특정한 실력을 갖추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를 수 있다.    


직업 가치관은 변하기 어려워서 기준으로 좋아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 선택이 어렵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기 가치관에 준하는 직업 혹은 직장을 선택하면 만족스럽다. 외향적인 성격이 내향적이 되거나, 관심분야 흥미는 변할 수 있지만, 가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안정을 추구하던 사람이 위험할 수도 있는 기회를 따르는 일 혹은 그 반대의 경우은 쉽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중점을 두고 고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돌아보면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가치’였다. 졸업을 앞두고 고민할 때는 강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 그러다 졸업 무렵에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에 ‘성우’를 직업으로 삼아볼까 싶었지만, 그건 생각에 그쳤다. 그 후 강점을 다른 쪽에서 활용할 길을 찾았다.

당시 상담하는 학생들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 힘든 부분을 토로해왔는데 같이 공감하고 싶었다. 기업에 지원하면서 가슴이 쪼그라드는 마음과 면접 볼 때 다리가 떨리는 과정을 체험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있었다. 2010년 MBC에서 신입 아나운서를 채용하는 과정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요즘의 가수, 탤런트 오디션 프로그램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오디션에 응시하기 위해 매일 목을 풀고 대본을 듣고 읽으며 노력했지만 1차 면접에서 탈락했다. 


꼭 낙방해서가 아니라,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내가 전혀 맞지 않음을 알았다. 나는 ‘누군가를 돕는 일’ 즉, 내적가치를 중시했는데 아나운서는 그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 강의나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의견을 말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대중 앞에서 나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아나운서 오디션에 응시하면서 몇 개월 동안 나는 ‘내가 아나운서로 산다면’이라는 게임에 심취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지금 아나운서로 산다면 나는 어떨까’ 상상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새롭게 알아갔다. 우선, 행동에 제약이 온다는 사실이 불편하고 싫었다. 매장에서 옷을 사는 사사로운 일상 속에서도 다른 사람 눈치를 봐야 한다면 그 불편함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조그만 슬픈 영화를 봐도 수건을 끼고 우는 내가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건 상상도 가지 않았다.

선망이 가는 직업이 있다면 나처럼 ‘내가 ....라면’게임을 해보길 권한다.


만일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둘 다 하고 싶다면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는 거다. 예를 들어 음악을 하고 싶다면 주 중에는 직장인으로, 퇴근 후나 주말에는 동호회나 밴드, 학원에서 음악인으로 지내는 등, 하려고만 든다면 길은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서 일상의 만족을 추구할 수 있으니 그도 괜찮은 삶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주말을 즐길 경제적 여유를 갖기 위해, 나의 삶을 지키기 위해 취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일을 목적이 아니라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돕는 수단으로 바라보기도 나쁘지 않다. 수단에 충실하다가 진정으로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브런치와  다른 이야기들을 엮어서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https://brunch.co.kr/@youngsookkim/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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