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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클래스 Oct 29. 2024

바르셀로나의 다양한 환영인사?, 폰도난까지!

<내게 맞는 일을 하고 싶어>저자의 배낭여행

바르셀로나 FC를 보러 가자고 제안받았는데 난 다른 약속이 있어서 못 간다.  바르셀로나 FC를 보러 갔더라면 핸드폰을 도둑맞지 않았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그에 앞서

먼저,

바르셀로나의 격한 환영인사(?)들을 소개한다.

니스에서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지하철의 개찰구에 들어서는데 누군가 세게 민다.

어어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질 듯 밀리는데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지만 그 바람에 슬리퍼가 끊어진다.

뭐지?

뒤를 쳐다보니 어떤 남자가 욕을 하면서 내게 커피컵을 던진다. 이런 황당할 데가.

 무임승차를 하려고 등 뒤를 밀었는데 나와 캐리어만 달랑 통과가 되어 자기까지 통과가 되지 않은 분풀이를 하는 거였다.


이 사람아, 커피마실 돈으로 전철표를 사지 그러니.


눈으로 욕을 해준다.


아…. 니스에서 급히 나오느라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슬리퍼 끈이 끊어지다니……다행히 한 개만 끊어져서 걸어 다닐 수는 있지만 남은 여행 기간이 40일 넘게 남았는데 너무 하다.


무가당 주스를 발견하는 기쁨, 큼지막한 치즈를 샐러드에 올려먹을 기쁨도 잠시.

뜯지도 않은 음식들이 바르셀로나 호스텔의 냉장고에 들어가면 사라진다. 이게 무슨 마술도 아니고 넣으면 사라져.

음식마다 <몇 호실, 체크아웃 날짜, 이름>까지 썼는데 말이야. 그래서  물품에 이렇게 적었다.

 “You are so nice!”  

당신은 참 멋진 사람이에요. 음…. 이 말이 먹혔는지 냉장고에서 음식이 살아남더라~!


그래도 방안 룸메이트의 손길을 피할 수는 없었다. 샴푸가 사라지고(에구구 린스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다. 매직파마를 하고 여행을 가서 린스는 필수였다. 샴푸는 바디워시로 대신사용하면 되니까)

 빨래하려고 둔 모자, 셔츠, 바지가 한꺼번에 사라진 거다. 처음에는 빨래대에서 말릴 때 사라진 줄 안다. 그런데 기억회로를 돌리고 돌려보니 세탁기에서 꺼낸 기억조차 없는 거다.

난 외국인들에 비해 small size 다. 외국인들은 체구가 Long, Large size 이상인데 내 옷이 맞을 리 없잖아. 내 키가 짜리 몽땅하니까.


그거 무척 아끼는 것들이거든. 작아도 버리지 말아 줘 동생이나 조카를 줘서 이쁘게 입어주길 바라~~.  


이렇게 마음으로 보내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옷을 도난당하고 일주일 후, 구엘공원에서 비를 잔뜩 맞은 운동화(맞다, 비를 맞아서 자주색이 검은색이 된 운동화)를 말리려고 창틀에 놓았는데 그 옆에 무슨 비닐봉지가 있는 거다. 무척 생뚱맞은 느낌인데? 봉지에  낯익은 문자, 한국어가 인쇄 돼 있는 거다. 000 약국? 오, 한국인이 룸메이트로 들어온 건가? 반갑잖아.

그런데 약국 전화번호의 지역번호와 이름이 익숙하다.

오마나, 우리 집 약국인데. 그대는 동네분? 신기하네!

너무 반가워서 비닐을 쳐다보는데 그런데 너무 익숙하다.

이건 이건 내 거다!



 아 아 아….

감격해서 눈물이 쏟아진다.

지난 한 달 동안 별별 일들이 많아서 너무 힘들었는데 게다가 바르셀로나가 친절하지  않아서 어려웠는데 옷이 돌아오다니!

 일주일 동안 룸메이트들에게 항상 인사를 건넸는데 바르셀로나 룸메이트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좀 냉랭한 분위기였다 (그 호스텔 룸메이트는 6명이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나님은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돌려놓으신 걸까? 놀라운 일이다.


“내가 함께 한다. "이런 응답 같았다.


옷을 1일 차에 잃어버렸고 6일 차에 찾았으니 그녀는 이미 체크아웃을 했거나 이 방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겠구나.


사실 약국봉지는 한국 집에서 짐을 다 싸고 나서 출발 직전에 거실에 놓인 봉지를 보는데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이 비닐 하나를 캐리어에 구겨 넣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헤벌쭉 웃었다.

캐리어에 이미 투명봉지를 많이 챙겼는데 약국비닐봉지가 나를 즐겁게 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출발한다.


훌쩍거리면서 이 장면을 영화처럼 떠올린다.


난 옷이나 가방이 검소하다. 타인의 물건에 관심이 없는데 옷이 약국봉지가 아니라 투명비닐에 있었으면 나는 한글이 아니니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다.  아는 약국이름니까 반가워서 본 거다.

지인들에게 옷이 돌아온 이야기를 하니 작은 약봉지에 모자, 윗옷, 바지까지 들어있던 게  신기하단다.

그만큼 내가 작다는 거지 뭘.....


체크아웃할 때 직원에게 옷을 잃어버렸다가 찾은 이야기를 하니 깜짝 놀란다. 번호를 말하란다.


말해 뭐 해. 그 친구는 이미 떠났을 거야.


아, 아직 폰 잃어버린 이야기를 못 했군. 이제 풀어본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날, 몬세라트에서 우연히 만난 로스앤젤레스에서 여행 오신 모녀분들이 같이 저녁을 먹자고 제안하셔서 그러겠다고 약속을 한다. 모녀가 묵는 4성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한다.  

이날의 저녁 식사 전, 한 달 동안 줄곧 폰이 든 가방을 앞에 끌어안고 다니고 밥을 먹을 때도 가방을 끌어안고 밥을 먹었다. 같이 먹으며 대화하는 외국친구들을 믿었지만 내 주위를 스칠 수 있는 도둑의 손은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니스에서 바르셀로나 야간버스로 이동.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첫차를 기다리며 먹은 음식들. 커피는 굿. 빵은 그럭저럭)


파리에서 일이다. 전철표를 구매하는데 기분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니 멀쩡한 청년이 내 가방의 지퍼를 열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째려보는데 그는 손사래를 치며 자기는 아니란다.

와, 현장에서 딱 걸렸는데 그렇게 태연한 모습이라니 기가 막힌다. 참고로 등 뒤로 매는 가방에는 중요한 물품을 전혀 두지 않았다. 그렇게 당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점심도시락 먹거리, 모자 그런 것들만 넣었다.


그런데 모녀가 초대한 곳은 고급 호텔 레스토랑 아닌가. 두 분은 핸드폰을 식탁 위에 두고 있었다. 안심해도 되는 곳인가 싶어서 폰을 의자 위에 두고 이야기에 흠뻑 져든다.

밥은 정말 맛있고 대화가 즐거운데 갑자기 머리가 비잉 돈다. 너무나 이상한 느낌이 온다. 어지럽다. 순간 폰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서 손을 더듬어서 찾는다.

어? 있어야 할 곳에 없다!

머릿속이 갑자기 하얗게 된다.

온몸에 전기가 오른 것 같다.

바닥에 떨어진 줄 알았지만 찾아도 없고 따님이 울려주시는 카톡 전화 신호는 가는데 폰은 진동이 울리지 않는다.


호텔에서는 CCTV를 확인해 줄 생각을 하지 않아서

( 가이드가 위험하니 절대로 밤늦게 가지 말라고 한) 람블라스거리를 밤늦게 정신없이 헤매게 된다. 폰도난 증빙서류를 받아야 여행자보험 서류를 제출할 수 있으니, 경찰서를 찾아야 했다. 물어물 어서 드디어 찾고  바르셀로나 경찰서는 다행히 프랑스 경찰서보다 일처리가 훨씬 빨랐다.


짧은 영어로 어찌어찌 설명하고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다 깨기를 반복하니 수시간이 지나고 증빙 서류를 받아 나오면서 시간을 물어보니 새벽 2시란다.


폰은 없으니 시간은 모르겠는데 그라나다행 열차는 새벽 6시에 출발하니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겨우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호스텔에 도착해서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해 달라고 하는데 호스텔은 국제전화 비용이 비싸니까 거부한다. 호텔이라면 되었겠지.


피곤한데 알람이 없으니까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침대에 앉아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호스텔 주인에게 시간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새벽 5시에 나온다.

갑자기

천둥이 우르르 쾅

 번개가 번쩍번쩍.

폭우가 내린다.


 이건 뭐지 싶은 극한 상황들이다. 이 폭우에 폰도 없이 이른 새벽에 출발해야 하다니, 

커다란 캐리어를 겨우 끌고 택시를 잡으러 나가는데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캄캄한 무대 위에 조명등 하나가

가련하게 세찬 비를 맞으며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가는

나를 비추는 기분


책을 쓰라고 등 떠미는 기분,

그래, 한국에 가면 책 쓴다. 책 써야지.

글 쓰고 싶도록  모든 사건이 내 주위에 포진한 기분이다.

하지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유는 폰 때문에 이미 여러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같은 주간에 생긴 첫 번째 일은 예비폰( 폰케이스 없는 폰)이 2층 벙커침대에서(정말 높다!)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깨지지 않고 멀쩡했다. 깨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나 멀쩡했다!


두 번 일은 폰을  잃어버렸는데 어디에 두고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자고 일어나서

이른 아침부터 나의 행선지를 곰곰이 추적해 가다가 슈퍼마켓에 갔는데 직원과 주인이 찾아준다. 간밤부터 내가 찾아올 거라 생각하고 기다렸을 감사한 분들.


바르셀로나 사람에게 슈퍼마켓에서 폰을 찾았다고 말하니

"No way "말도 안 된단다..

 "여기는 바르셀로나라고"

바르셀로나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렇겠지. 슈퍼마켓에 두고 오면 그 길로 누군가 가져갈 테니까.


이렇게 두 번의 말도 안 되게 멀쩡했던 핸드폰 사건과 돌아온 옷 사건을 통해서

하나님은  <함께 한다, 임마누엘 하나님>을 강력히 느낀다.

그러니, 폰이 도난당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떻게든 여행이 진행되겠지.


비가 쏟아지는 어두운 하늘 아래 겨우겨우 택시를 잡았는데 기사가 하는 말


“스페인에 이런 비가 내리다니”


그리고 보이지 않는 폰도둑을 향해 나 대신 욕을 마구 해준다. 스페인어랑 영어로 섞어서 해줘서 더 신랄한 느낌이다. 자신의 아내도 폰을 도난당해서 귀여운 아가들 사진이 다 없어졌다며 폰도둑들은 나쁜 놈들이라고 흠씬 욕을 해주셔서 마음에 위로가 된다.


내 경우에 그나마 다행인 건 핸드폰이 낡아서 새것을 구매하고 가려다가 스페인을 갔다 온 지인이 손사래를 치며 만류해서 모든 자료를 옮겨놓고 폰을 초기화해서 가져온 상태라 여행지 사진, 영상, 유레일패스, 지도 등 만 사라진 것일 뿐이어서 충격은 덜 했다. 그리고 도난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용하지 않는 폰을 예비폰으로 가져와서 별도로 구매하거나 빌리지 않아도 되었다.


내게 남은 숙제는 예비폰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느냐였다. 유심칩을 껴도 사용이 불가했기에 난해한 문제 풀이였다.

드디어 기차역에 도착했지만 기차를 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라나다행 기차표가 핸드폰에 있는데 폰을 도난당했다. 종이로 된 이런 표가 있는데 이걸로 가능하느냐? “

“Yes”

Oh, My God. 계획했던 일정보다 더 일찍 그라나다로 가려고 종이로 티켓을 발권받았기에 가능했다. 만일 종이 티켓을 발권받지 않고 원래대로 진행했더라면  티켓이 폰 안에만 있는 셈이니까 무효가 되는 것이다. 한국의 유레일 패스 사장님은 폰을 잃어버리면 표도 사라진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꼭 그런 건 아니었던 거다. 종이표가 있으니까, 각기 다른 역무원에게 2번 이상 검사를 했는데 두 번 다 아무 말 없이 통과시켜 준다. 정말 가슴이 쫄깃했다. 유레일패스 기차표는 비쌌기 때문에 폰도난으로  기차표를 다시 구매했다면 가슴 찢어지게 속상할 뻔했다.


렌페 안에서

못 잔 잠을 자고 또 자고 푹 자고

눈을 떠보니 옆 자리에 한국분들이 있다! 70일 여행 중에 수많은 분들이 옆 자리에 앉았지만 한국분들이 앉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죄송했지만 조심히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핸드폰을 빌려주시며 카톡보이스톡으로 한국의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걸 도와주신다.

(카카오 만세, 한국인이어서 카톡을 사용하고 있었다.

외국인이라면 전화비용이 미안해서 부탁도 못하겠더라. 전화비용을 현금으로 건네준다고 해도 폰은 굉장히 개인적인 물품이라서 부탁하는데 한계가 있다 )


진심으로 걱정해 주셨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음료수를 선물로 드렸다.

그 후로도 다수의 사람들을 만났는데 단 한 번도 한국인이 내 옆자리던 일이 없었다. 그러니 폰을 잃어버리고 가족들에게 연락이 닿도록 한국분이 내 옆에 있었던 건 아닐까? 우연한 사건이 계획된 처럼 그렇게 놀랍게도 말이야.

존 크롬볼츠의 유명한 <우연한 계획이론>이 여행 중에 내게 빈번히 일어난다. 

*렌페 안에서 마음과 몸을 따뜻하게 해준 머핀과 라떼



*바르셀로나에서 다양한 환영인사?! 를 겪지만 그래도 난 네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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