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어둠속의 대화" 2016년 3월 12일
때는 3월 5일 김대식 교수님의 건명원 첫 수업
‘현실은 존재하는가?’를 주제로 한 수업 중, 암흑 속에 들어가면 신체는 사라지고 정신만이 멤 도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건명원 동료인 경욱 형이 마침 그것과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어둠 속의 대화》가 있다며 함께할 사람을 모았다. 그리고 시간이 맞은 7명이 함께 가게 되었다.
색다른 체험을 한다는 설렘과 어둠을 견뎌야 한다는 조금의 두려움을 갖고 암흑 속으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가슴이 갑갑해지고 정신까지 막막해지며 한숨까지 나왔다. 그러던 중 갑자기 들려온 ‘로드마스터’님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차분하게 우리를 이끌어주었다. 팀 이름을 각각 4글자와 3글자로 정하라는 마스터님의 요청에 우리는 ‘돌연변이’ 그리고 ‘반역자’로 순식간에 정해버렸다. 처음부터 활기 넘치던 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새들의 재잘재잘 노래소리, 북적이는 사람소리, 시냇물소리, 시원한 바람, 나무향기, 그리고 동료들의 목소리... 피부, 귀 그리고 코로 느껴지는 감각으로 100분을 보냈다.
마침 김대식 교수님께서는 눈으로 본 것을 미리 예측하는 우리 뇌의 특성을 역설하신바 있었다. 지금까지 봐온 것들이 착각은 아니었는지, 눈에 보인 것만을 진리로 여겨온 것은 아닐는지, 누군가는 간절히 바라도 절대 할 수 없는 ‘봄’을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살아온 것은 아닐는지, 세상의 밝음을 만드는 것은 바로 어둠인데 빛만 추구한 건 아닐는지...
약간의 빛이 있는 곳에 가자 잠시 멎어있던 시각이 되살아났다. 모든 체험을 끝내고 나오면서는 뭔가 묵직한 감정이 가슴을 눌러왔다. 시작하기 전부터 공포영화와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을 떠올리며 호들갑떨던 나는 이미 지(知)에 한참 매몰되어있었고, 그런 내가 부끄러웠다. 한편으로 배꼽잡고 쓰러질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 동료들에게 고마웠다.
비록 검색포털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둠 속의 대화》를 데이트코스로 추천하지만 연인보다는 동료 혹은 친구들과 함께하면 더 얻어가는 게 많을 거라고 감히 말해본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헬렌 켈러’들을 마음 다해 응원한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 ‘일어나’자마자 노래 한 곡이 저절로 불러졌다.
<일어나> - 김광석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없겠지
인생이란 강물 위를 뜻 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끝이 없는 말들 속에 나와 너는 지쳐가고
또 다른 행동으로 또 다른 말들로 스스로를 안심시키지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저 왔다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매일 흔들리겠지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 살아 있는 걸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가고
햇살이 비치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 보는거야
봄의 새싹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