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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SeJin 코리아세진 Aug 03. 2019

독립운동가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바랄까?

아파요 아파, 나빠요 나빠. 서대문형무소 방문기

 1907년 헤이그 특사사건에 분노한 일본제국은 이토 히로부미를 파견하여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고,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대부분 빼앗아가며, 군대를 해산했다. (한일신협약이라 하고 정미7조약이라고도 한다. 이완용 개새...) 이토 히로부미는 이 조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한 뒤 스승인 요시다 쇼인의 무덤에 찾아가 "선생님 드디어 뜻을 이뤘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는 속설이 있다.

서대문형무소 전경(복원도)

 이 조약에 항의하기 위해 곳곳에서 의병이 조직되어 맹렬히 저항했다. 이를 정미의병이라고 한다. 1905년 을사조약을 통해 이미 한반도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던 일본제국은 정미의병을 탄압하고 가두기 위해 1908년 "경성감옥"을 만들었다. 이 감옥은 1923년부터 "서대문 형무소"라고 불려졌고,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에는 교도소, 구치소로 활용되다가 1987년 부터는 박물관, 문화재로 운영되고 있다.  

 

 서대문 형무소에는 일제시대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군사정권 시절의 민주화운동가들이 주로 수감되었으며, 한국 근현대사의 살아있는 현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서대문형무소 관람은 3개층에 걸친 역사관으로부터 실제 감옥이 있던 건물(중앙사), 수감자들이 노역하였던 건물(공작사), 수감자들을 분리하여 운동시켰던 곳(격병장), 사형장 등의 순서로 이뤄진다. 


수감자의 모습 재현 / 물고문 하는 모습 재현


 나는 지난 2009년 육군사관학교 동기들과 함께 이 곳을 견학한 뒤 10년 만에 다시 찾게 됐다. 이번에 함께 방문한 외국인 유학생들도 일제강점기의 역사와 서대문형무소에서 벌어진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인지하며,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과 별반 다를바 없음을 깊이 공감했다. 일본제국이 독립운동가들에게 벌인 잔학함과 가혹함,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잔인함은 생각할 때마다 정말로 치가 떨린다. 욕이 절로 나온다. 2019년을 사는 오늘에도 일본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중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의 거의 모든 근현대 역사유적, 전시관들과 마찬가지로 서대문형무소도 "피해", "저항" 만을 전시하고 있다. 식민지배의 원인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가 없다. 즉, 우리가 왜 일본제국에게 식민되야 했는지에 대한 고민과 해설이 없는 거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미래를 향한 생각이나 담론은 형성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결코 지적인 태도와 자세라고 볼 수 없다. 그저 선조들이 피 땀 흘려 싸운 저항의 패러다임만을 반복 학습하고 기억하게 될 뿐이다. 


 여기서 한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목숨을 내던진 우리의 위대한 선조들께서는, 2019년을 살고 있는 이 땅의 후손들인 우리가 그들이 피눈물흘렸던 것과 똑같은 시대를 살기 바라고 계실까? 아니면 부디, 그 때와는 다른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집중하기 바라실까?


이 곳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독립운동가들의 "수감자 카드" 전시


 일본 우익정신 /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들었던 이들의 뿌리를 파헤쳤던 나는,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그들의 두 눈빛에 집중한다. 그 당당하고 맑은 눈빛들은 "다시는 우리와 같이 '독립운동'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 "우리를 무조건 기리지도 말고, 과거에도 머무르지 말아라", "우리의 아픔을 뛰어넘어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라"라고 외치고 있다.


이제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진짜로,, 진짜 보답을 해드려야하지 않을까?
과거의 아픔을 계속해서 재생산하기보다는, 미래로 한 발짝 내딛는 몸부림을 진취적으로 딛어야하지 않을까?
'일본제국'을 이제는 진짜로 압도하고 이겨내야하지 않을까?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서대문 형무소", "일본제국", "식민지배"... 이를 진정으로 극복해내는 것은 모든 "나", 오늘의 "나"에게 달려있다. 적어도 우리만큼은 후손들에게 아프고, 나쁜 현실을 물려주진 말아야지!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모두 내던지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고통에 몸부림치며 세상을 떠난 숭고한 정신, 위대한 정신 앞에 저절로 고개숙여진다. 그들의 희생을 가슴깊이 품고 기리는 동안 마침 하늘에서도 천둥번개와 함께 강렬한 소낙비가 내리쳤다.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방문한 서대문 형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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