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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Sep 16. 2022

세상에 나같은

사람이 있을까? 나같이 살 수도 있는 걸까?


다양한 방면의 관심과 상식, 또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특기와 자질이 당연해지고 있는 사회에서, 나는 혼자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그 무엇에도 크게 관심을 두고 살아오지 않았고, 공부를 한 것과는 별개로 세상과 사회에 관심이 거의 전무해서 평생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 개구리는 우물이 전부이지만 나는 내가 전부인 것이다.


애시당초 관심 분야가 없기도 하거니와, 나도 세상에 소속감을 느껴보고자 뭐라도 관심을 붙여볼라치면 어렵고 지루하고 도통 익혀지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늘 내가 모르는 무엇들에 대해서였고, 나의 살아온 나날들은 견딤 뿐이었어서, 과거에 대해 생각하고자 하면 당시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서만 조금 기억이 나곤 했다.


나는 그저 하루하루를 지겨워하며 견뎠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감정의 소용돌이에 항상 휘둘렸고, 그것밖에는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무언가 기억하려면 메모장에 적어두고 애써 기억하려고 여러번 외우려 노력해야지만 그것들이 간신히 인지되었다.


내게 관심은 자연스러운 앎이 아니었고, 그래서 더불어 살아가는 게, 사회에서 기대하는 나이에 맞게 살아가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


어릴 때는 잘 모른다는 것이 그럴 수 있지, 로 치부되었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세상 물정 모르고 분위기 맞출 줄 모르는, 눈치없고 센스없고 아둔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항상 너무나 많은 것을 모르고 부족하고 허둥댔다.

그것은 사회에서 허용되거나 용인되지 않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그 어느 조직에서도 소속감을 느끼기 힘들었다.


의도적으로 3인 이상 모이는 곳을 기피했고, 그룹에서는 늘 속하질 못하고 겉돌았다.


하루하루 삶을 영위하는 것이 내게는 큰 도전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자신을 어르고 달래며 하루를 겨우 보내고 잠자리에 들 땐 나의 부족함을 탓했다.


그래서 내가 결혼을 하지 못한 것일까.

그래서 내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까.

그래서 내가 남들처럼 앞으로 가질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는 걸까.


아무리 반성하고 되짚어보려 해도,

나는 이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다.

늘어가는 건 자책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뿐.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 스스로를 아무리 타일러도

나는 늘 내일 하루가 두렵고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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