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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기자 Jul 17. 2022

헤어질 결심과 2022 영화관

거장의 작품이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영화 <헤어질 결심>은 아주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영상미와 더불어


박찬욱 감독은 사람의 심리와 세상이 구성되고 작동되는 것에 매우 겸손한 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박쥐>와 <아가씨>에서 여성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잘 드러나고, <헤어질 결심>에서는 남녀의 사랑에 대해 신중하고 왜곡없이 접근하려는 조심성이 보입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전작인 <박쥐> <아가씨>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영상미가 완전히 사람을 매혹시킵니다. 움직이는 사진, 움직이는 그림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인상적입니다.


영화는 <아가씨>처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지는데요, 특히 극 초반에는 에드워드호퍼를 떠올리는 영상이 자주 연출됩니다. 왕가위도 떠오르는데요, 떠오를 뿐이지 다릅니다.


그리고 전반, 후반 가릴 것 없이 청록색이 아주 많이 활용됩니다. 청록색은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장치입니다. 한국의 아파트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벽지와 경상도 사투리는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친근하면서도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탕웨이가 입고 나오는 의상은 정말 얼마나 정교한지(의상 자체가 정교하게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정말 완성품, 마스터피스, 걸작을 만들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는 게 느껴집니다.


정말 한 땀 한 땀 십자수보다 더 꼼꼼하게 만든 이 영화는 극심한 팬데믹이 한 차례 지나간 2022년에 개봉했습니다.



2022년이라하면, 사람들이 영화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넷플릭스 등을 통해 다양한 영상물을 접하는 시기. 그러면 영화계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을 현장에 모이게 할까요. 오감을 동원하고 큰 화면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그런 영화입니다. 의자가 흔들리거나, 물이 실제로 튀거나, 3D 영상이거나, 아니면 3면을 화면으로 활용하거나, 아무튼 집에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그런 영상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영화관에 가지 않는대신 집에 큰 TV를 들여놓았고, 이제 왠만한 영상물은 집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헤어질 결심>은 그런 물이 튀고 의자가 흔들리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리고 3년동안 영화표값이 무지하게 올랐습니다. 조조영화가 1만1000원, 일반 시간에 가려면 1만5000원이더라고요. 이렇게 비싼 표 살거면, 몇 천원 더 주고 경험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영화를 보자는게 요즘 영화관에 들리는 심리. 안타깝게도 <헤어질 결심>은 이런 환경에 어울리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헤어질 결심>의 투자 배급사가 CJ라는 대기업임에도 영화관에서 급격히 몸집을 축소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많이 안타깝지만, 이제는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영화가 반드시 훌륭한 게 아니란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에. 약간의 비운이라고 여겨야 할 것 같습니다. 아쉬운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지만...


이 영화는 20년, 30년 뒤에도 관객과 함께할 겁니다.


박찬욱 감독이 또 다른 작품을 적절한 시기에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분명 있기 마련이고, 그 가치는 환경이 바뀌어도 사람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니까요. 너무나 공들여 만든 영화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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