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육만오천 호구된 썰 푼다

야 환불되냐?

by 안기자

경기가 모두 끝난 후 약간 후덜덜 거리면서 일어났습니다. 그 정도로 관중들의 분위기가 험악했습니다. 맥주 페트병 하나가 하늘 높이 날아다니는 걸 봤고요, 다들 AC, IC 뭐 그 이상의 말을 하면서 일어났습니다. 어쨌든 주춤대며 경기장 밖을 빠져나오니 이번엔 한 6~7세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들이 경기장 외곽에 걸린 호날두의 사진 현수막을 주먹으로 두들기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누가 얘들을 이렇게 만든거냐...금요일 밤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월드컵경기장까지 온 사람들이 순식간에 호구가 됐고 거기에 제가 껴있는 기분이 참 그랬습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제목이 '머리만 만지러온 호날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저는 축구를 잘 모릅니다. 경기장이 지척에 있어 최근에는 K리그 경기 몇 번과 이란전을 보러 간 적은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차피 시간도 놓쳤고 집에서 과자를 먹으며 볼 생각이었는데, 경기가 미뤄진다고 하더라고요. 아, 이건 가야겠다. 우다다다다 갔고 표가 몇 장 남았대서 10만원짜리를 끊어 들어갔습니다.


경기장은 꽉!!!!!!!!!!!!!!찼습니다. 예정시간 보다 1시간 늦게 시작된 경기였지만 관중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고, 전광판에 호날두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호날두! 호날두!'를 연호하기도 했고 뭐 암튼 분위기 괜찮았습니다. 선발은 아니던데, 45분 뛰는 계약이 됐다고 했으니까 후반전에 나오겠지, 라고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지난달에 경기장에서 손흥민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TV로 보는 것과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 장면을 보는 건 달랐어요. 그런데 호날두는 어떨까. 축알못이 봐도 입이 딱 벌어지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가져온 맥주가 터지긴 했는데 저도 아무렇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습니다. 그정도로 모두의 마음이 너그러웠습니다. 왜냐면 좀만 있으면 호날두가 눈 앞에서 뛰어다닐거니까요.


후반전 들어서 전광판에 그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우~'를 외쳤고, 정말 마지막 쯤에는 '메시! 메시!'를 외쳤습니다. 저는 정말로 엄마가 보고 싶었습니다. 이 때 맥주가 터졌으면 저는....저는..........


출처 마이데일리


축구 뉴스를 이렇게 찾아본 건 올림픽 같은 시즌 외에는 처음이었는데, 댓글에 '집에서 TV로 본 사람이 승자다'가 눈에 띄었습니다... 암튼 더페스타의 해명과 유벤투스 관계자의 멘트 등을 종합해보니 호날두가 문제의 핵심이었던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기사를 보고 나서 이번엔 호날두의 인스타, 그간의 사건사고들을 찾아봤습니다. 추문이 너무 많고, 결혼도 안한 상태에서 애가 넷이나 있고, 인스타에는 몸매 자랑하는 사진이 많고...그렇더라고요..


유명한 직업인이 된다는 것


유명인이 되면 감수해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술자리에서는 괜한 시비에 휘말리기도 하고요. 그동안 즐겨왔던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포기해야 할 때도 많고요. 특히 이런 스포츠 선수들은 '나는 운동만 잘하면 되는건데 괜히 별거 가지고 다 시비건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또 그렇지가 않다는 걸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그들은 광고도 찍고, 관객들이 있기에 필드에도 나갈 수 있습니다. '유명한' 운동선수, '유명한' 가수, '유명한' 뭐시기. 암튼 유명한이 붙으면 돈과 명예를 얻게 되고 그만큼의 책임감도 붙어야 하는게 인지상정입니다.

호날두를 외치는 사람들..



하지만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겸손함을 내다 버리기 쉽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SNS 등에 돈자랑을 시작하면 그 때부터 그 유명인은 인간성을 상실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합니다.


겸손한 유명인은 흔치 않기 때문에 더 주목받습니다. 앞서 이란전에서 본 손흥민 선수도 그랬습니다. 그 선수는 경기에서 지면 울기도 많이 울고;;;;;; 암튼 정말 축구를 사랑하는게 느껴지더라고요. 경기가 끝난후 팬들에게 성실히 손인사를 건네는 걸 보고 '아 저 사람은 정말 축구를 좋아하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야 팬 귀한 줄 아는거니까요.


유벤투스는 위약금 얼마 안되는 그거 물어주고 끝나겠지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기쁨이나 희열을 나눠 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상처를 주고 돈으로 떼우려고 하는건, 그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야 뭐 그렇다 치지만 열혈 축구팬들은 그 날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상상 가능 합니다.


여기서 또 느낀점. 이런 일에는 끝까지 분노를 표출해야 합니다. 만만하게 보이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관객들 수준이 떨어진다' '니가 호날두여도 경기 뛰겠냐'는 반응은 부당함에 굴복하는 반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분명히 호날두가 45분 간 뛴다는 마케팅이 진행됐습니다.


자아도취에 빠진 직업인들은 외부인들의 사랑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keyword
이전 17화기생충 후기-누굴 바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