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7(이젠 나도 모르겠다)

럭키 7

by 안기자

20세기부터 21세기 초반까지는 사람들이 점심 저녁을 식당이라는 곳에서 사먹었다고 한다. 점심을 사람들과 같이 가서 여러 메뉴를 시켜 나눠먹기도 하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꼭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식문화가 있다고 들었다. 굉장히 흥미로웠다. 더 재밌는 건 저녁 문화였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치킨을 테이크아웃 하는 게 아니라 식당이라는 곳에서 맥주를 시켜 함께 먹었다고 한다. 곱창, 삼겹살, 훠거 등 메뉴도 다양할 뿐 아니라 밥을 먹으면 이번에는 커피가 아니라 생맥주 집에서 후식을 먹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그만큼 다채로운 식문화가 형성됐고 모두가 그런 문화를 일상에서 누렸다는 전설이 있다.


나는 요즘 사람이다. 그래서 집밥을 한다.


1. 이제는 모든 것이 귀찮다. 소고기

코로나 안 걸리려고 소고기 사먹었다. 된장찌개 이제 너무 쉽다. 이쁘게 차려 먹어야 하는데 죄다 귀찮다.


2. 꽁치 구이

초라하다고 욕하지마 나도 아니까


3. 치즈라면

치즈라면~치즈라면~치즈라면!!!!!!!!


4. 시금치나물 비빔밥

깻잎, 상추, 계란, 시금치나물, 계란, 참기름, 깨소금, 고추장.


쓱닷컴에서 또 왕창 주문을 했는데 시금치가 왔다. 난 시금치를 시킨적이 없다. 찾으러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단 냅뒀는데 당연히 찾으러 오지 않았다. 난 생전 처음으로 시금치 나물을 무쳤다.


5. 감자 카레


집에 소고기가 없었다. 양파는 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감자만 이뿌게 썰어서 넣었는데 먹을만 했다...그렇다...저 국은 잘못 온 시금치로 끓인 시금치 된장국...


6. 닭도리탕


또 해먹었다. 닭도리탕. 왜 해먹었냐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닭볶음탕 맛있게 하는 방법을 알았다. 절대 여기에 적지 않을 것이다. 무한 반복되는 시금치.


7. 냉면과 만두


이제 서늘해지니 당분간 냉면은 안녕일듯 하다...가라..


7. 또 소고기


아 솔직히 삼겹살 구워먹고 싶은데 집에서 삼겹살 구워먹으면 냄새에 기름에 난리가 난다. 아 삼겹살 먹고 싶어 삼겹살!!!!!!!!!!!!!!!!!!!


...

휴가 중 읽었던 <페스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처럼 우리들 각자는 그날그날 하늘만 마주 보며 고독하게 살아가기를 감수해야 했다.
...
예를 들어서 몇몇 시민들은 해가 나거나 비가 오면 그에 따라 마음이 변하는 또 하나의 노예 상태에 빠져버렸다.


페스트의 종식은 인간이 희망을 저버렸을 때 왔다.

바꿔 말하면, 인간이 희망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한 코로나가 종식하지 않는다는 공식이겠지만.


나는 인간이 나약하더라도,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하고 또 대단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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