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은 오래간다, 지금도
(2017.10.9) 추석 연휴 교통 사고가 났습니다. 저만 이마 약간 찢어지는 데서 그쳤습니다. 울 아부지의 차는 많이 망가졌습니다. 사실 아직 후유증이 가시지 않아 밤에도 놀라면서 몇 번 씩 깹니다. 추석 연휴 단골 뉴스인 ‘화병’ 자가진단을 보니 전부 다 해당되더라고요. 온갖 악재를 다 피해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면 ‘휴 다행이다’가 아니라 더 심장이 벌렁거립니다.
이 와중에 굳이…정말 굳이 장점을 찾자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요. 그 전에는 교통사고 당한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네면 좋을지 생각 해본적도 없는데 이번에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난 사고인데? 자세히 얘기 좀 해봐”
저는 이 질문이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 하지 마세요. 왜냐면, 그 장면 떠올리는 것 조차 당사자는 힘들 수 있거든요. 비슷한 장소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사람에게 ‘자세히’ 얘기하라니.
사고났을 때 피 흘리는 저에게 경찰이 그러더라고요. 어떻게 난 사고냐고.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물론 많이 안다쳤으니 말을 건넸겠지만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 경찰 얼굴까지 생각날 정도입니다.
굳이 궁금하다면(아직도 왜 궁금한지 이해가 안가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질문해주세요.
“있을 수 있는 일이야”(단, 근거가 있어야 함)
응급실에서 동생을 보자마자 주변 사람들이 보던 말던 엄청 울었습니다. 동생은 “누나! 그거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원래 앞 범퍼는 조금만 부딪혀도 엄청 망가지게 되어 있어. 그리고 아빠 차 오래됐잖아. 탈만큼 탔어. 흔한 일이야.”
무조건 “있을 수 있는 일이야”라고 하지 않고 어떤 근거를 대니 확실히 더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그래…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 정도만 다쳤으니 됐어”
저는 그 상황에서 저보다도 아빠가 나중에라도 아프시면 어떡하나, 엄마가 엄청 놀랄 텐데 어떡하나 그 걱정에 진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제 모습을 본 엄마는 “정말 다행”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마 꿰멘 것도 보시더니 “흉터 남을 정도는 아니라”며 별로 놀라지 않으시더라고요.
친구도 “별로 안다쳤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해주었습니다. 사실 지금 저는 제가 다치고 안다치고는 와닿지 않지만(상황이 떠오르는 후유증이 더 심합니다) 다른 것 보다 안위를 걱정해 주는 게 고마웠습니다.
“액땜 했다고 생각해”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아, 이제는 좋은 일만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제 인생은 온통 액땜하는 인생인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나는 액땜하러 태어난 것인가……
‘이젠 잘될거야! 좋은 일만 있을거야!’라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장밋빛 미래를 믿기 보다는 그냥 다 내려 놓고 ‘될대로 되라’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할 일은 다 해”
제가 조만간 1박2일 중국 출장이 있는데 컨디션도 별로라 포기하고 싶더라고요. 독서 모임도 포기하고 싶고 그냥 조용히 회사만 왔다갔다 하고 싶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엄마 왈.
“무슨 말이야? 별로 다치지도 않았는데. 네가 해야 할 일은 다 해!”
일상을 포기하지 말라는 울 엄마의 말이 가장 위로가 됐습니다.
저는 제가 생각해도 멀쩡했습니다. 응급실에서도 정말 보는 의사 다 붙잡고 “제 이마 흉지나요? 상처 남나요?”라고 최소 7번은 물어봤습니다. 이마를 꿰메려는 의사에게 “아파요? 이거 아파요?” “제발 상처 안남게 해주세요!”라고 했으니 그 의사 아마 질려버렸을 것입니다.
게다가 파상풍 예방 주사를 놓으려는 간호사에게는 “선생님? 저는 지금 교통사고로 매우 놀란 상태입니다. 이 주사는 정말 안 아프게 놓아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또박또박 할 말은 다 했으니, 말 하면서도 ‘아, 내가 많이 다치지는 않았구나’ 싶었습니다.
다만, 다시 운전할 용기가 날지 그건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