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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루 May 28. 2020

[3교시] 별 헤는 밤 - 윤동주

Q. 위 시의 운율 형성 요소 중에는 접속조사의 반복이 있다(O/X)

(정답은 밑에서 확인하세요.)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 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별 헤는 밤' 필자 낭독본 / 원활한 시청을 위한 의도적 행 구분이 있습니다.


읽기 좋은 시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시다. 수업 중 소리 내어 시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감상에 젖게 되기도 한다. 소극적 저항 시인으로 불리는 윤동주의 다른 이름은 부끄러움(나는 아이들에게 ‘찌질함’이라고 종종 가르치기도 한다)의 시인. 그 정서에서 비롯되는 자아 성찰은 교과서에 실린 다른 시들에도 등장하는 시인의 공통적 경향이다. 그의 시 중 ‘쉽게 쓰여진 시’, ‘자화상’, ‘또 다른 고향’ 등의 시들을 학생들은 배운다. ‘별 헤는 밤’은 1941년 11월 5일에 창작되어 1948년 출간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되었다. 현재는 고등국어(해냄) 등의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윤동주의 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바로 위에서 참으로 아름답다고, 읽다보면 감상에 젖게 된다고 했으면서 좋아하지 않는다니, 모순적일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에 지식인으로 살아가며 느낀 감정을 아름다운 언어로 노래한 시인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시대상과 관련하여 시어의 해석, 의도적으로 운율을 형성하기 위한 장치, 시상 전개 방식 등 문제로 낼만한 것들도 많기 때문에 교육과정에서 빠지지 않을 만한 시인이라는 점에도 동의한다. 다만 그의 시가 내 취향이 아닐 뿐이다.     


윤동주의 삶이나 그 작품에 담긴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의 글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나는 아름답고 감성적인 글보다 투박하고 담담한 글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 앞에서 강의할 때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더러는 “(농담조로) 선생님 친일파에요?”와 같은 우스갯소리를 던지는 녀석들도 있다. 그동안 어떤 선생님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던 거겠지. 윤동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불리는 사람이니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을 검색하면 나오는 화면이다. 누가, 언제 그렇게 응답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윤동주는 어느 샌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되었고, 그의 작품이 취향이 아니라고 대답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친일파의 발언으로 여겨질 정도의 위치가 되었나 보다. ‘어떤 작품을 좋아하느냐’라는 질문보다 ‘어떤 작가를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은 조금 더 부담이 된다. 작가의 성향은 여러 작품을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것이고, 대중적 취향이나 사회적 가치에 반하는 작가를 언급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좋아하는 시인으로 윤동주를 꼽는 배경에는 그런 균형이 맞는 시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한 번 쯤 읽었을 법한 작품들, 시대에 저항한 정신, 아름답다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만한 부분들. 그 사이에 놓인 안정적 선택이지는 않았을까.     


‘아름다운’ 문학이란?     


문학(미래엔)교과서에서는 문학의 기능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미적 기능, 인식적 기능, 윤리적 기능. 그 중에 미적기능은 말 그대로 문학 작품을 읽으며 정서적인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절대적 기준이 존재하나?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면서 가장 곤혹스런 때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다.      


“선생님 이게 왜(또는 어디가) 아름다워요?”      


많은 학생들이 국어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말이 조금만 달라져도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아름다움’이라는 애매한 단어들이 섞여 있을 때는 그 혼란이 더 커진다. 각자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은 다른데, 일단 국어교육의 목적은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들을 이해할 만큼의 이해력이나 공감능력을 갖추게 만드는 것이니 나는 오늘도 반쯤은 억지로 학생들을 이해시킨다.     


“4연 봐. 별 하나에 무엇과. 이런 식으로 문장을 반복하면 운율과 강조라는 두 효과를 얻을 수 있잖아. 적절한 리듬과 별에 담긴 가치 있는 것들. 그걸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하는 거야. 오케이?”     


Q. 위 시의 운율 형성 요소 중에는 접속조사의 반복이 있다(O/X)

A. O (4연에 반복되는 문장구조를 살펴보면 ‘과’라는 접속조사가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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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스타그램 - @babamba.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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