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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샷뜨아 Mar 17. 2023

동기부여

함께 주고 받는 것.

2학년이 된 둘째가 푸념을 늘어놓는다. "옛날이 좋았어. 어릴 적에는 더 놀 수 있었는데. "

코 찔찔이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온 둘째에게서 의젓함과 무게가 느껴진다. 

1년 사이에 뭐가 그리 바뀌었을라고 벌써부터 저러나? 그저 어른 흉내 내는 것 같은 모습에 귀엽기만 하다. 

하긴, 뛰어노는 것 밖에 없었던 유아기때와 달리 지금은 학원을 하나씩 다니다 보니 친구들과 스케줄이 맞지 않은 경우가 많다. 1학년때 시계 보는 법을 배우고 시각을 알았다면, 이제 너와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배우는 중이다. 우리네 사는 모습이 비슷하여 헷갈려하는 것 같지만 그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무럭무럭 자란다.  


43년을 살면서 언제가 가장 좋았나 하고 생각해 보니 엄마 뱃속에서 양수에 둘러싸여 보호받을 때가 가장 좋았다. 물론 기억이 날 리 없지만 아이를 품어봤던 엄마로서 충분히 그랬을 것이다라고 짐작이 가능하다.

일상이라는 게 있을 리 없는 태아 시절이 그리운 이유는 일상을 살아가는데 지친 이유일테다.  


세상에 빛을 본 순간부터 일상은 시작되었다. 자고 먹고 싸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 몸을 가눌 수 있게 되면서 단순했던 일상에 항목이 하나씩 추가된다.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온전히 의지대로 살아가면서 일상은 복잡해지고 변화무쌍해졌다. 낮 동안의 경제활동이 끝나면 밤새도록 춤을 추며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탈선하지는 않았지만 명백히 일상을 벗어난 일탈이다. 가끔의 일탈행동은 자극제가 되며 일상의 지루함을 잊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보호자가 되고서는 일탈을 할 수가 없다. 일탈은 너무나 달콤해서 한없이 이기적이 되기 때문에 보호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이 무탈하기만을 바라며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본다. 일상을 사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이라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세상에 태어나 모든 이에게 주어지는 일상에 스스로 규칙과 규범을 만들어 틀이 생겼다. 그 틀 속에 뭔가를 자꾸 채우려고 애를 쓴다. 채우려고 시도한 흔적은 남겼지만 시간이 지나 왜 채우려고 했는지 먹었던 마음이 희미해진다. 


그 마음이 '동기'이다. 

'동기'는 분명 나의 뜨거운 마음과 냉정한 머리가 만들어낸 것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희미해진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간절한 그때 함께 했던 '동기' 들이 불을 밝혀 준다. 



나보다 의지력이 강한 동기가 먼저 '브런치 발행글 100개' 목표를 이루는 것을 보니, 글을 쓰고자 했던 '동기'가 다시 분명 해지는 것 같다. 함께한 동기가 잊고 있던 동기를 부여해 준 것이다. 동기 부여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도 아이와 마찬가지로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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