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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샷뜨아 Dec 12. 2022

겨울이라 차가운 여자

수족냉증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면 잠을 쉬이 들 수가 없다. 

봄, 여름, 가을에는 괜찮은데 유독 겨울에 그렇다. 

손과 발이 얼음장처럼  차갑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괜찮지 않을까. 

한참을 욕실에서 뜨거운 김에 둘러싸여 호사를 누려본다. 

문득 관리비 걱정이 된다. 올해 유독 세금이 많이 올랐다. 

여름에는 전기세에 누진세가 붙어서 폭탄 맞았는데, 겨울에는 급탕비가 예년에 비해 1.5배이다.

주부 된 지 10년인데 세금 걱정은 처음이다.

몸은 후끈후끈 해져 몽글몽글 해지는데 머리는 맑아진다. 

오늘 밤은 일찍 잠들기를. 



발끝이 점점 차가워진다. 발 밑에 선풍기를 틀었나. 

몸이 으스스하다. 차가워진 손등 피부가 간질간질하다. 

핸드크림을 잊지 않고 발라야 한다. 

엉덩이 밑으로 손을 넣어본다. 

이러고 자다 보면 손이 저릴지도 모르겠다. 

결박된 사람처럼 온몸을 이불로 꽁꽁 싸매어본다. 

12월부터 수면양말과 장갑 등을 쓰고 싶지는 않다. 

겨울은 이제 시작인데 추위에 지고 싶지 않다. 

낮에 롱 패딩도 들었다 놨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옷장 속에 둔다. 

누운 지 한참 된 것 같은데 잠이 들지 않는다. 

눈은 감고 있어서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손끝과 발끝에 온 정신이 집중되어 기억이 또렷해진다.  




어릴 적 집이 그립다. 

주택 온돌방은 구들목에 몸을 뉘이면 뜨끈뜨끈하다. 

편안하고 깨끗한 아파트는 외풍이 코 끝을 스치고 

돌아가는 보일러에 약간의 온기만 느껴질 뿐이다.    

몸이 따뜻한 남편은 내 발이 몸에 닿기라도 하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남편을 괴롭히고 싶어질 때만 아주 유용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혹시나 찬기운에 놀랄까 걱정이 되어

두 손을 여러 번 비비고 난 뒤에야 안을 수 있었다.  

이제 좀 컸다고 두 아들의 고사리 손으로 내 손을 잡아 준다. 

“엄마, 내 손이 더 따뜻하지? ” 

아이들의 말에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따뜻해진 마음이 손발 끝까지는 전달되지 않나 보다. 

이 시간을 묵묵히 견딜 뿐이다. 


자야 한다. 이렇게 잠이 들지 않으면 내일이 힘들어진다. 

걱정이 되면서 짜증이 난다. 몸을 잠시 뒤척여본다. 

이번에는 엉덩이 밑에 두었던 손을 빼고 겨드랑이에 낀다. 

몸을 좀 더 작게 만들면 따뜻해지지 않을까. 

두 다리를 붙여서 웅크린다.   

온갖 소리가 다 들린다. 아이들의 들숨, 날숨 소리, 

어항에서 물 흐르는 소리, 남편이 왔다 갔다 불 끄는 소리

소리가 점점 커진다. 괜히 남편 탓을 한다. 

오늘 자는 건 글렀구나 싶다. 




알람 소리에 잠이 깼다. 아. 잠들었었구나.

찬기운에 집중되었던 정신이 

점점 커지던 주변 소리에 흩어졌나 보다. 

잠이 든 사이에 손발 끝의 냉기도 빠지고 따뜻해졌다. 

자고 일어나니 전날 밤의 고통은 자연스레 잊어버린다. 

이렇게 또 한해 겨울을 보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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