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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Dec 06. 2021

40년의 공포, 60일로 끝내고, 이제 접영을 합니다.

접영이라니요, 접영이라니..

40년 동안 물에 대한 공포로 수영을 못했던 내가, 60일간의 강습 끝에 이제 접영을 배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꿈인가 생시인가 생각도 해본다. 40년을 무서워하던 물속에서, 내가 수영을, 그것도 그놈의 '접배평자'를 하다니.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발차기를 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 같고, 모두가 나를 비웃는 것 같았던, 숨은 껄떡껄떡, 몸은 금세 너덜너덜해졌던 초반 연습 때가 눈에 선하다. 숨을 쉬는 게 너무 어려워 숨을 안 쉬고 그냥 가볼까 생각도 했었고, 앞뒤 속도를 맞추기 힘들어 종종걸음으로 물속을 걸어 다닌 기억도 생생하다. 고개를 한 번만 들려 치면 어느새 다시 꼬르르 가라앉고, 다시 뜨려면 온 힘을 다해 발차기를 해보아도 1mm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만 같은 좌절감과 허탈감이 날카로운 기억으로 박혀있다. 어느새 몸에 힘이 다 빠지고, 마음속 회복력도 소진해 버리고 말던 순간들.


지금이라고 뭐 다를까. 사실, 발차기 연습, 호흡 연습, 스트로크 등은 매일매일 해도 모자라다. 내가 무슨 수영 천재라도 된다고 그런 것들을 건너뛸 수 있을까. 기껏 60일밖에 안 된 주제에. 10년, 15년 배운 사람들도 발차기, 호흡, 스트로크를 매일 연습한다. '수영은 정말 하루만 쉬어도 몸이 알아요. 그러니 빠지지 말고 나오세요'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던가.


그러니, "이제 나는 수영을 한다"는 말은 그르다. "이제야, 물이 조금은 무섭지 않아요." 정도랄까. 잘하지도 못할뿐더러, 배우고 고쳐나가야 할 게 산더미 같은 그런 초심자 단계. 다만, 40년 동안 수영을 0으로 품고 살았다면, 이제 1이 된 것뿐, 아직도 10, 100, 1,000으로 가는 길이 굽이굽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수영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고, 수영 선수의 꿈을 키우는 것도 아니요, 건강과 체력관리를 위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바다, 강으로 즐겁게 떠나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7년 전에 시작한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때, 예전보다 물을 좀 더 이해하고, 위급할 때 잘 대처하고 싶다는 마음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수적이면서도 즐거운 취미로, 꾸준히 해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비교하지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 않고, 오로지 나의 속도와 나의 만족으로, 내가 하고 싶을 때, 그저 풍덩. 딱 그 정도의 그런 것이다.




주말에 새로 등록한 수영장에서, 자유수영을 실컷 해보았다. 내 발로 찾아간 수영장에서, 자유수영을, 나 혼자 접배평자로 1,000 거리를 해본건 처음.  


이 과정이 왜 그저 재미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할 말이 많다.

- 나의 흥미로 선택했다

- 도전했고, 그만두지 않았다

- 어려웠지만, 조금씩 극복했다.

-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 강사님을 존중하면서, 그의 말을 온전히 따르려고 애썼다.

- 잘못을 지적받으면, 다른 건 제쳐두고, 왜 그게 안 됐는지,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만 생각하면서, 지적받은 것들을 그 자리에서 바로 고치려고 노력했다.

- 겁나고 지루했던 연습을 지루하지 않게 느끼고 즐겨보려고 노력했다.

- 강습에 빠지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최선을 다했다.

- 능력을 믿지 않고, 마음을 믿었다.

- 힘든 순간도, 결국 모두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60일 만에 접배평자가 되니 마니, 사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내가 그걸 해보려고 노력했던 과정이 재미있었고, 그래서 조금씩 두려움이 사라졌고, 이제는 물속에서 느끼는 각기 다른 감각들마저 재미있다고 느낄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자리 잡았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해보지 않았다면, 도중에 그만두었더라면, 절대 몰랐을 흥분감, 성취감과 뿌듯함. 그걸 나이 40이 되어서야 극복했다는, 조금 늦어서 정말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해서 왠지 다행이라는, 그런 만족감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큰 동력이기에, 이 모든 것이 즐겁다는 게 중요한 거다.


오른팔 접영을 배우고, 왼팔도 함께 하는 걸 시작했으니, 이제 언젠간 제대로 된 접영 스트로크를 멋있게 하......는 건 어불성설이고, 물 먹는 날들이 또 꽤나 오래 펼쳐지겠지. 이제 너무 잘 알지만, 지금껏 잘 버텨왔듯이, 그렇게 코가 매운 순간을 다시 한번 넘길 수 있는 날도, 하다 보면 언젠간 오겠지.


그런 마음이 있으니, 그냥 내 속도대로 계속해보고 싶은 거다.


사이드 턴, 플립턴도 이제 배우고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으니, 언젠간 그놈의 접배평자를 쉬지 않고, 스르르르 물을 가르며, 내 마음에 흡족한 수준으로 멋지게 해내는 날도 오겠지. 그런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딱 좋은 상태. 이 마음 상태란 것이, 이렇게 큰 삶의 원동력이 될 줄은, 해보기 전엔 전혀 몰랐던 거다.


허리까지 오는 수영장에서도 물에 빠져 큰일 날까 무서워하던 내가, 수영이라니...... 접영이라니.......가당키나 한 말이던가 싶다.


글로나마 강사님께 너무 감사드리고 싶다. "저는 지금까지 한 명의 학생도 실패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씨익 웃으면서 말씀하시던 분. 즐겁게 웃으면서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조금만 달라져도 칭찬해 주고, 왜 어려운지를 세심하게 가르쳐준 분. 선생님은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그 몇 마디 말들이, 도전을 계속해 나가는데 얼마나 힘이 되던지.


"아직  이르긴 한데, 오리발 한번 준비해서 가져와 연습해 보세요."

"아니...아직 안 가르쳐 줬는데, 막 그냥 그냥 하시네요?"


"합격!"


나를 다독여주고 싶다.


나도, 내 마음도,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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