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찾아 쓰기 모임 주제 '세대'에 대해 작성한 글입니다.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준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을 기록하고 싶어 시기가 많이 지났지만, 작성해봤습니다!
언론을 봐도, SNS를 봐도 2020 도쿄올림픽을 기대한 사람은 없었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상황이기도 하고,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던 가운데 올림픽을 연다는 것이 무모한 판단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은 시기상 집에 있어야 했던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울림을 전했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 올림픽 특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던 2주 동안 올림픽 선수들 덕분에 행복하게 보냈다”고 말했다. 힘든 시기 속에서도 몇 년을 준비해 세계 무대에서 아쉬움 없이 경기를 펼쳤던 선수들의 시도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으리라. 그렇기에 이번 올림픽은 무료했던 일상을 재미있게 만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면 이번 올림픽은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그 이유는 MZ세대 때문이었다. 우선 지금까지 꾸준히 출전해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 대신 어린 선수들로 세대가 교체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양궁 혼성, 수영, 탁구, 야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2000년 이후 태어난 어린 선수들이 눈에 띄었고, 서핑, 보드 등 상대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참가하는 신설 종목 때문에 세대교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 가운데, MZ세대는 계속해서 뜨거운 키워드 중에 하나였다. 어떤 카테고리든 소비 연령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MZ세대의 트렌드 중에는 ‘가치 소비’가 있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소비한다는 뜻이다.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도 비슷한 의미인데, 브랜드가 목소리를 내는 것을 선호한다. 결국 브랜드만의 철학과 가치로 행동을 통해 메시지를 내세우면 MZ세대의 마음에 쏙 들기 마련. 이 특징은 도쿄올림픽에도 나타났다. 많은 선수가 메달을 따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그들을 바라보며 ‘성과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이라는 트렌드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다. 메달을 따지 못해도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 자체를 행복감으로 바라보고, 다음 올림픽을 기약하는 마인드가 그렇다.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 선수는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참가한 올림픽 경험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몇 년 전에 참가한 올림픽에서는 소극적으로 참가해 남은 추억이 없었다”며 “이번에는 올림픽을 즐기고자 선수들과 경기가 끝난 뒤에도 다른 경기도 보고 뱃지를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황선우 수영 국가대표도 마찬가지다. 비록 메달권에 진입하진 못했지만, 150m까지 선두로 달렸던 가능성을 맛봤다. MZ세대에게 이번 노메달 올림픽은 말 그대로 ‘가능성을 확인했던’ 큰 대회였던 셈.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도 세계 선수 랭킹이 없었지만 이번 올림픽으로 가능성을 확인했고, 앞으로 계속 출전할 세계 무대에서 본인의 경험치를 쌓았다. 야구 국가대표 이의리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국가대표가 꿈이었고, 이번 올림픽 무대에서 그 꿈을 이룰 수 있어서 좋았다”며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부진했던 선수들 사이에서 씩씩하게 올림픽 탈삼진 1위를 기록하며 앞으로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모두 올림픽을 진정으로 즐기며 좋은 추억을 쌓고자 했다.
이들을 보며 느낀 것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것에 대해 좌절하고 분노하지 않고 좋은 경험으로 가져가며 다음을 위한 도약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즉,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메달은 못 따더라도 재미있게 보내고 와야지’,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 무대에 대한 경험을 쌓으면 다음 올림픽에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던 것 같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게 바라보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내적 노력이 필요했을까.
영화 <스물>에서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 “모두 김연아 박태환 같은 사람만 있냐”는 준호의 대사다. 즉, ‘누구는 그만한 재능이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채로 살아간다.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선수들도, 평범한 우리도 마찬가지다. 비록 누군가에게, 어떤 상황에 밀려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포기하지 않으면 더 나은 대안을 찾아낼 수도 있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위기도 기회로, 경험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올림픽에 출전한 MZ세대들은 현명하게 그 답을 미리 찾은 것 같다. 올림픽이 끝나고 SNS로 활발하게 소통하고, 유튜브 채널도 개설하는 그들 덕분에 꾸준히 관심 갖게 될 것 같다. 3년 뒤, 파리 올림픽이 기대되는 건 그들이 이번에 보여준 마음가짐과 태도 덕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