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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S Jan 12. 2022

모두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세상을 위해

토니 밴크로프트 & 베리 쿡,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



홍콩 영화를 사랑하는 글쓰기 모임에서 디즈니 뮬란을 꺼내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동시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홍콩 영화라고 봐야 할까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쭉 홍콩 영화를 다루려면, 중화권 영화와의 차이점을 짚어나가는 과정도 도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디즈니 뮬란 실사 영화에서는 홍콩 영화 대표 배우라고 불리는 유역비, 공리, 이연걸, 견자단이 출연한다. ‘홍콩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고 해서 홍콩 영화로 바라봐도 될까?’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칼로 무를 베듯 그 차이를 둘 순 없겠지만, 나는 홍콩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중화권 역사를 가진 다양한 영화에도 관심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두 가지를 아예 다르게 보고, 다르게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홍콩 영화를 좋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보고, 그 사이에서 많이 비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유가 어떻든 뮬란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긴 했다. 뮬란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동양권 문화를 다룬 유일한 애니메이션이다. 뮬란의 역사는 중국 남북조시대 작자 미상의 작품 ‘화목란’에서 시작한다. 화목란은 전설 속 인물이면서 자신의 성별을 숨긴 채 전쟁에 참여한 여성 장수다. 남북조 시대 시가인 목란사에 등장하는 여성으로, 화라는 성씨는 뒷이야기에 살이 붙으면서 생겼다고 한다. 실제 중국 문학 작품을 참고, 디즈니 캐릭터로 만들었다는 점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뮬란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영화다. 조력자 무슈와 크리키가 뮬란을 위로하며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 고백하는 장면을 기억해 보라. 우선, 행운의 귀똘이 크리키는 뮬란의 할머니가 강제로 부여한 아이덴티티다. 혼잡한 길거리를 막무가내로 가로질렀지만 사고가 나지 않아 ‘행운’이라는 의미를 얻었다. 무슈는 본래 뮬란의 수호신이 아니었으나 용(Dragon)이 돌덩어리 존재일 뿐이라 자신이 직접 뮬란을 돕는다. 무슈도 어쩌다 보니 강제로 부여한 수호신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졌다.


이 둘은 어쩌다 얻은 아이덴티티로 무작정 전쟁에 참여한 뮬란을 돕는다. 그로 인해 뮬란은 더욱 난처하게 되는 순간도 있지만, 뮬란이 여자임을 들키고 혼자 밤을 지새울 때 이 둘의 존재의 의미가 가장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행운의 귀똘이가 아니었다”, “사실 수호신이 아니었다”라는 진솔한 고백이 뮬란에게도 통한 것이다. “사실 남자가 아니었다”는 말은 뮬란의 영웅 인생 전체를 가장 곤란하게 한 사실이었으니.


그래서 뮬란을 보면 위로와 동시에 ‘존재 의문’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나도 누군가에게 잘못된 아이덴티티로 인식된 존재가 아닐까? 가령,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라는 아이덴티티로 인식돼있다면 ‘그것은 과연 진실일까?’하는 것처럼. 진실이든 아니든, 사실 우리가 ‘진짜’ 그런 존재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가짜에 가까운 존재라 하더라도 좋은 친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옆에 있고, 힘들 때 도움 주고, 기쁠 때 함께 웃는 존재라면 그만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연령 상관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여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남녀노소, 연령 상관없이 모두에게 필요하고 감동을 주는 메시지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존재 의문을 가져본 적이 무수히 많다. 나는 누구고, 왜 이것밖에 되지 않고, 훌륭하지 못하는지 등등. 완벽한 존재는 없다는 것을 뮬란을 통해 배운다. 그래서 뮬란은 결과적으로는 ‘존재 가치’에 대한 영화다. 우리는 모두 목적이 아니라 우리라는 존재 자체에 의미가 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의문이 들 때, 이 영화를 보면 좋다. 용기를 얻고, 도전할 힘을 생기게 한다. 주저앉을 때마다 이들이 전하는 위로에 귀 기울여 보자.


Written by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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