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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융 Oct 22. 2017

헤어짐에 대해서

어느 날의 일기

연못에 떠다니는 잎들처럼, 그냥 그렇게 혼자서 둥둥 떠다니는 삶이다.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지만, 결국에는 자신만이 남는다. 

"잘 가, 또봐." "다시 만날 거야."라고 언제나 말하지만, 우리 삶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줄 건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단지 기다리고, 다가오면 받는 것이다. 손을 뻗어 쥐는 것이 아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야 그때서야 만났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삶에서의 만남은 그것으로 족하다. 누군가를 소유하고 집착하며 인연 하나하나에 연연해 나 자신의 삶을 등한시하는 게 의미가 과연 있는 것일까. 모든 것은 순간이다. 모든 연도, 사건도, 현상도 지나가고 있다.

지나간다... 

지나갔다.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는 날이다. 

그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은 누군가의 염원이다. 인생이라는 게 뭘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기적인 의미가 아니라, 인생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기 자신의 궁극적인 행복을 찾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궁극적인 행복은 절대로 악 일리가 없다. 그곳에는 그름이 없으며 악이 없다. 단지 순수만 있을 뿐이다. 순수한 기쁨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 다시 난 혼자다. 아니, 사실 언제나 혼자였음을 다시 깨닫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뭘 할까? 내일은 무엇을 할까? 내 후년은, 10년 뒤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내 몸으로, 나 자신 하나와.


작별이라는 것은 또한 감사하는 마음을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가 보다. 인연 하나하나, 양장점 아줌마, 단골 식당의 아줌마, 아저씨도 내가 다음에 왔을 때는 변해 있겠지. 하지만 헤어짐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그도, 나도, 상황도 모두 변해있을 것이며 절대로 같지 않을 것이다. 


2015. 8. 24, 태국 치앙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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