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융 Oct 22. 2017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가능성

어느 날의 일기

선한 인간들, 잃어버린 인간들, 억울한 인간들,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간들.... 결국 우리 모두의 처지는 똑같다. 

그 툭툭이 기사에게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알고 보면 그도 단지 이 불쌍한 한 무리의 인간 중 하나임에 다름이 없는데,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인생이 나를 어디론가 안내할 때는 다른 무언가 탐구할 것이 있다는 뜻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어떤 무언가가 다른 그 길에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찾으려고 시도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불완전한 감정들, 지나간 일에 대해, 불운에 대해 시선을 주고 있다 보면, 현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가능성을 다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모든 것들은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가능성 그 자체이다. 



내 혀를 열매로 만들고, 내 목젖은 그 씨앗이 된다. 내 손과 발이 잎사귀가 되고, 내 눈과 코와 귀는 꽃이 된다. 내 심장도 마침내 큰 꽃이 되어 버린다. 내 몸은 조각조각 나서 어딘가로 흩어진다. 내 몸은 꽃이 만발한 하나의 정원이 되어 버린다. 그곳은 향기로 가득하다. 튤립, 장미, 진달래 꽃, 매화... 모든 꽃들이 이리저리 모인다. 그들은 다투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다. 이제 새와 벌과 나비와 개미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새는 노래하고, 벌과 나비는 서로의 주위를 돌며 사랑을 나눈다. 이 곳은 더 이상 꽃의 정원이 아니다. 

모든 것의 정원이다.


내가 하는 모든 행위에, 행동에, 내가 소리를 내어 말하는 모든 단어들, 모든 문장에서 달콤한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사람들이 향기에 취했으면, 내가 하는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향기를 가져왔으면... 그리하여 그 정원이 점점 더 커졌으면...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따라 세상은 점차 변화한다. 

좀 더, 좀 더 따뜻하게.. 좀 더, 좀 더 아름답게, 좀 더 섬세하게, 좀 더 공감으로, 좀 더 사랑으로... 좀 더, 좀 더, 좀 더... 좀 더, 나 자신이 해야 한다. 현재에 살게, 잠에 빠지지 않게, 상은 향기로 가득한, 아름다운 빛으로 가득한 정원이다. 그리고 놀이터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순간을 정신을 차리고, 듣고, 냄새 맡고, 보고, 진정으로 느끼고 싶다.


2015. 9.1 태국 치앙마이

매거진의 이전글 헤어짐에 대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