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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풀 Nov 09. 2021

어느 장단에 춤을..

남녀평등과 신사도


 외국 기업, 구체적으로는 미국 회사에 근무할 때 일이다. 헤드 헌터를 통해 내가 맡고 있는 마케팅 부서에서 일할 경력 직원을 과장급으로 한 명 채용했다. 

 대표 이사(당근 미국인)가 축하하는 의미에서 출근 전에 그를 위한 저녁 식사 자리를 제안한다. 한국 회사에 있다가 온 지 얼마 안 된 나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어쩌랴.. 

 둘이 레스토랑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데 저 만치서 다음 주면 출근할 그녀가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다가온다. 테이블 가까이 오자 사장이 벌떡 일어나 맞이하며 앉으라고 의자를 빼 준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얼떨결에 따라 일어났다가 다시 앉는다. 속으론 이런 게 신사도인가 싶은 생각이 잠시 스친다. 


 그로부터 채 한 달이 못돼 서다. 아침에 출근하는 데 예의 그녀가 인쇄소에서 방금 도착한 카탈로그 뭉치를 힘겹게 안으로 끌어들인다. (옮겨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트지가 꽤 무겁다.) 서둘러 내 자리에 가방을 두고 와서 돕는 데 마침 사장이 출근한다. 잠시 후 사장실의 호출이다. 

내용인 즉 왜 자기 일 놔두고 남의 일에 간섭(도움)이냐는 거다. 


순간 "이건 또 뭐지?"하는 혼란이 스치운다.


  짧은 시차를 두고 겪은 이 두 개의 해프닝은 내도록 내게 남녀평등과 신사도를 가늠하는 저울질에 소환되곤 한다. 물론, 나나 대표 이사 혹은 우리가 몸담았던 기업 문화라는 특수성으로 객관적인 잣대일 수는 결코 없다. 그러나 페미니즘에 관한 논의나 미투 사건이 이슈화 될 때마다 이때의 사진을 꺼내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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