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6살때 일이다.
어린이집 탁자 앞에 서서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
선생님은 아이가 계속 서서 놀 것 같아서 아이 뒤에 있던 의자를 다른 곳으로 살짝 옮겼다.
하필 그 찰나, 아이는 그 의자에 앉으려고 했다.
순식간에 의자가 옮겨졌으니, 여지없이 꽈당 엉덩방아를 찧었다.
미안해진 선생님은 서럽게 우는 아이를 달래며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엉덩이가 많이 아팠지?" 선생님이고 물었다.
아이는 대답했다. "아니요, 마음이 아파요."
솔직한 답이다.
내 뒤에 있어야 할 의자를 나에게 묻지 않고 옮겼으니, 마음이 아픈 것.
엉덩이가 아파봐야 몇 초나 아팠겠는가.
진짜 내 상태와 감정을 알아차리는 일은 쉽지 않다. 상황에 가려지고, 조건에 묻힌다.
예를 들어,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짜증난다라는 감정으로 한데 묶어서 처리하면 기분이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다.
기다리게 해서 힘들었다, 오늘 하루 좋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있어서 기운이 없다, 친구가 악의 없이 한 말이지만, 너무 사실을 굳이 얘기해서 내 스스로가 한심해 보였다, 같이 내 상태와 감정을 구체적으로 알아차리는 것. 이것이 필요하다.
요즘 나는 종종 나에게 꽤 자세히 말을 건다. 괜히 엉덩이가 살짝 아픈데, 이를 기회로 평소에 서운했던 것을 다 끌어와서 울고불고 성질 부리고 화를 내며 남 탓하는 하는 사람은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가만히 보니, 여섯 살의 투명한 시선이 부럽다. 탁하디 탁한 내 거울을 부지런히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