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왜 코인에 빠졌을까
2010년 5월 22일, 미국의 프로그래머 라슬로 하니에츠는 피자 두 판을 구매했다. 그런데 결제 방식이 그 어디에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는 비트코인 10000개로 피자 두 판을 구매했다. 최초의 비트코인 결제다. 이 이후로 매년 5월 22일을 ‘피자데이’로 기념하고 있다.
만 코인에 피자 두 판이었던 비트코인은 2025년 기준 1억 3000만 원으로 상승했다. 최초 가격으로부터 약 2500만 배 오른 것이다.
2010년대 후반, 한국에 비트코인 열풍이 돌았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귀띔에, 많은 젊은이들이 전재산을 비트코인에 꼴았다. 얼마나 투자가 열정적이었으면, 한국의 비트코인 거래소 시세는 다른 나라의 50배는 되었다고 한다. 지하철을 타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비트코인 시세를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잃었다. 꿈에 그리던 큰 돈을 만진 자들을 부러워해 대출까지 끌어다 무턱대고 투자한 사람들은, 가상화폐 규제가 강화되어 비트코인 시세가 80% 이상 뚝 떨어지자 말 그대로 전재산을 날렸다.
사람들은 그들을 비난했다. 왜 열심히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비트코인 같은 이상한 것에 부모 돈까지 투자했다가 잃고서는 정부에 구제해달라고 호소하는가? 욕심을 부리면 큰 화를 입는 법이라는 격언과 함께 전재산을 잃은 자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때 나는 비트코인에 ‘투자’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이었기에, 코인 때문에 망했다니 뭐니 하는 소식을 들어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코인 투자에 뛰어든 대부분이 MZ세대라는 것은 말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들은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긁어모아 코인에 투자했다. 돈이 복사가 된다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을 깔보기도 했다.
누군가는 궁금할 것이다. 나이도 젊고 미래도 창창한 젊은이들이 뭐가 아쉬워서 비트코인 같은 것에 투자를 하는 것인가?
한국의 집값은 나날이 증가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뉴스에 심심하면 집값 얘기가 나오더니, 이제는 십억이 넘어가는 값이 기본으로 통용된다. ‘돈 모아서 집 살 거다’라는 말은 천박한 농담이 되었다.
MZ들은 더이상 월급만으로 돈을 모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지 않는다. 월급, 저축 등 근로소득을 착실히 모아 재산을 축적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이라고, 쥐꼬리 같은 월급을 아무리 모아봤자 집은 못 산다는 체념이 깔려 있다.
MZ세대가 비트코인과 같은 도박에 손을 댄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 열심히 일하면 행복한 미래를 얻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이 결여되었다. 툭하면 새어나오는 부모님의 한숨에, 뉴스에서 떠드는 알 수 없는 소식에 ‘내 집’이란 건 꿈에서조차 갖지 못하는 환상의 물건이 되었다. 집은 무슨, 전세 사기라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코인 투기 열풍의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 투자금을 모두 날릴 위험이 있음에도 투자를 마음 먹게 하는 ‘무망감’이 젊은 세대 전반에 깔려 있다.
이것을 단순히 무모하다라고 퉁칠 수 있는 걸까. 우리의 희망을 짓밟고 으스러뜨린 것은 기성세대 아닌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시스템 속에서 더 이상 행복한 미래를 가질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젊은 세대들을 무모하고, 충동적이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난만 할 수 있을까.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난받은 그들은 사실 누구보다 희망찬 미래를 갖고 싶어서 간절한 마음으로 코인에 투자했던 것인데.
부모님 세대에는 계층을 올라갈 기회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에 입사해서 정직하게 일하면 승진했다. 당신의 삶을 포기해가며 회사에 헌신하고 월급을 받아 저축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도 자식 얼굴을 보며 이 악물고 버텼다. 드디어 수도권에 적당한 아파트 하나 장만하여 인생의 큰 숙제를 마쳤다. 미련에 가깝게 성실하기만 하면 중산층이 되리란 희망을 누구나 품을 수 있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 계층 사다리가 무너졌다. 우리는 그 누구도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지 않는다. 계층 상승은 정직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월급은 찔끔찔끔 오르지만 집값은 몇 배가 뛴다. 희망을 가질래야 가질 수 없다.
그때 나타난 비트코인은 탈출구처럼 보였다. 여기저기서 비트코인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것은 비참하게 꺾였던 신분 상승을 가능하게 할 유일한 도박이었다. 흙수저 생활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그들은 무리하게 돈을 빌려가면서 코인에 투자했다.
코인 시장은 변동성이 굉장히 크다. 몇 초 단위로 가격이 크게 바뀐다. 심지어는 비트코인 가격이 2배 오르면 본인은 10배 넘게 오르는 알트코인이라는 놈도 있다. 코인을 시작하면 중독된 것처럼 시세만 보게 되는 게 당연하다. 잠깐 눈을 떼면 가격이 몇십 프로나 바뀌어 있으니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한다.
이런 초고위험 상품에 MZ세대는 투자했다. 자신은 야수의 심장이라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자살하면 그만이라고 애써 너스레 떨며, 부들부들 손을 떨며 매수 버튼을 클릭한다. 그리고 손을 모으며 기도한다. 제발 나도, 우리 가족도 구질구질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코인 커뮤니티에서 코인으로 돈을 크게 벌어 회사를 퇴사하는 것을 ‘졸업’이라고 부른다. 많은 직장인들이 코인으로 돈을 벌어 지긋지긋한 회사에서 졸업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코인과 삼전 주식에 돈을 넣고 온종일 시세만 바라본다.
정부가 빚투 구제 방안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반발했다. 왜 자기가 무리해서 투자하다 망한 것을 나랏돈으로 구제해주냐고.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희망을 잃은 젊음은 누가, 언제 구제해줄까. 우리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