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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아이들,
진격의 아깽이가 되다

나의 친애하는 고양이자매에게_품앗이 육묘 1박 2일 세 번째

by 마담 삐삐

한 달을 넘긴 고양이들은 냥글냥글이다.

예전 공간릴라에 방이 있던 시절에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엄마들이 가끔 대낮에 찾아오곤 했다. 아직 머리를 가누지 못하는 갓난쟁이를 둘러업고 왔다. 릴라 큰 방에 요와 이불에 편안하게 아기를 재웠다. 그리고 엄마들은 애기를 주시하면서도 영화나 책을 보고, 내가 만든 차,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육아 경험이 없지만 어디서 들은 얘기는 있어서 면역력이 약한데 사람들 있는 공간으로 와도 괜찮냐 걱정의 소리를 했다. 돌아오는 말.

"애기가 몸을 뒤집고 배밀이하면 자유 끝이야." 그렇다 첫째가 있는 엄마들은 아이의 발달을 알기 때문에 본격 육아 직전의 자유 상태를 필사적으로 보내며 체력과 에너지를 만드는 중이었다.

그녀들의 애기가 몸을 뒤집고 배밀이하면 자유 끝이라는 말,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는 하룻밤을 보냈다.


스크린샷 2025-05-16 오후 2.41.57.png 육묘자들을 녹여버린 포도구미 올블랙 '수성이'

뒷다리 힘이 생긴 아깽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 고양이들은 3개월에 접어들었을 무렵 나에게 왔다. 앞전의 사회성을 만들고 배변 훈련, 사료 먹는 연습과 1차 접종까지 끝낸 상태 상태였다. 1차 종합 접종을 견디는 면역력이 보장된 상태였고 사람과 살 준비를 다 끝낸 상황이었다. 이동하고 움직이는데 허당이긴 했지만 자신을 지키면서 점프를 했고, 여자고양이들이라 조심성과 경계심이 발동한 상태여서 사고를 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나의 10만 원짜리 애플 유선 마우스 끊어놓은 것은 안 비밀, 테슬 장식 뜯어먹은 것도 안 비밀, 모서리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못한 것도, 화분 박살 낸 것도...)

그래서 1개월령의 아깽이들이 어떤 상태인지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두 번째 육묘를 해서 보낼 무렵에 눈을 뜬 상태였고 병아리 소리를 곧잘 냈지만 뒷다리에 힘이 없어서 많이 돌아다 닐 수 없는 상태였다. 넷을 책상 위에 다 내려놓아도 위험이 없었다. 오히려 젖병으로 우유를 먹이는 횟수가 잦아서 새벽에 눈을 자주 떠서 먹이고, 한번 먹이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이 어려운 점이었다.

드디어 귀도 제법 커지고 눈은 더 또렷 몸은 손바닥을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우유는 더 이상 먹지 않고 이유식 단계여서 아이들 먹기 좋게 미리 만들어서 준비해 뒀다가 주사기로 급여했다. 제일 큰 변화는 뒷다리였다.

뒷다리에 힘이 생겼지만 높낮이 구분이 안되어서 진격의 거인처럼 막 움직인다. 그래서 책상에는 밥 먹거나 배변유도로 잡아둘 때가 아니면 올리 수가 없었다. 바닥에 내려놓으니 냥글냥글...

한 꼬맹이 잡아두면 다른 꼬맹이가, 또 그 녀석 잡아두면 또 다른 녀석이... 사방팔방으로 움직인다. 거기 뭐가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바삐 움직이는지. 와, 정신이 쏙 빠졌다. 우리동생협동조합에서 보낸 돌봄 물품인 큰 이동식 탠트를 펴서 아이들을 넣어두고 1~2 고양이만 꺼내서 놀아주고 밥 먹이고 배변유도하고 다시 넣어두고. 삐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가서 또 놀아주고. 아주 온종일 녀석들의 시중을 들었다.

"고양이 뒷다리에 힘 생기면 자유 끝이야."라고 갓난쟁이 엄마의 말을 적용해 본다.

애들 다음 돌봄 할 사람들에게 보내고 나니 눈이 퀭하니 멍해졌다.


스크린샷 2025-05-16 오후 2.38.10.png 중심, 스윗, 엄근진의 대명사 진리의 치즈 '천왕이'

개성이 강해진 애기들, 성격 나오네

뒷다리 힘이 생긴 진격의 거인 고양이들은 개성이 점점 더 강해져 있었다.

스윗하고 진중한 치즈 천왕이, 사람 좋아하고 사랑 많은 올블랙 수성이, 죽음을 이겨낸 진격하는 영혼 지구, 슬슬 경계심과 머리를 쓰며 주장이 강한 삼색이 혜왕이.

특히 혜왕이는 처음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때 다른 고양이들이 진격하는 동안 이동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안전한지 본능적으로 살피는 모습이 딱 여자고양이들의 전형적 성격을 드러냈다.

'요 녀석 봐라, 솜털 만한 것이 제법 경계도 하네.' 기특해서 저절로 웃음이.

어떤 상황에서도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는 치즈 천왕이는 정말 먹기도 다른 아이들의 2배는 먹고 움직임은 여유가 넘친다. 다른 아이들의 도전과 장난도 잘 받아주고, 발이 커서 앞으로도 대왕 치즈 고양이가 될 상이다.

올블랙 수성이는 사람을 녹아내리게 한다. 일단 사람이 안으며 무조건 골골거리고 몸을 돌려 포도구미 같은 발바닥으로 내 얼굴을 만진다. 그리고 쭙쭙이(엄마 젖 먹는 유사행위)를 하려고 얼굴을 들이밀거나 냄새를 맡거나 빤히 내 눈을 보며 관찰한다. 심장에 아주 좋지 않다.

공동육묘하는 사람들의 깊은 사랑을 받고 있는 지구. 지난번에 보내면서 혹시 오늘 눈을 감을지도 모르니 너무 놀라지 말라며 미리 말할 정도로 상태가 약했고 우유도 잘 못 먹었다. 그러던 꼬맹이가 몸무게가 늘고 우유도 먹고 이유식도 넙죽넙죽 잘 먹고... 를 넘어서 진격의 거인이 되었다. 문을 열어달라 빽빽해서 텐트 문을 열어주면 뒤도 안 돌아보고 앞으로 앞으로~ 몇 번 목덜미를 잡아서 집어넣어도 또또. 제일 작은 녀석이 다른 고양이 남매에게 장난을 걸다 깔려서 빼액빼액거린다. 좌충우돌 생동감이 최고다. 더 기특한 거 응석을 다 받아주고 있다.(나를 포함 다들 그렇다.)


스크린샷 2025-05-16 오후 2.36.38.png 똑똑이, 섬세를 담당하고 요구사항 많은 사랑둥이 삼색이 '혜왕이' _ 혜왕이와 천왕이가 찐남매이다


입양은 신중하게, 그렇지만 적극 고민을!

엄마 고양이가 보장하고 물려준 2~3주간의 면역력이 이제 떨어져 나가는 시점. 사람도 21일간 절대면역기간이라고 하는데 고양이들도 마찬가지이다. 한 달을 넘기니 열이 오르는 작은 상태 변화들이 생긴다. 그래도 지금까지 무럭무럭 잘 자랐으니 사람 엄마들과 우리동생 병원이 잘 돌봐서 입양 보낼 것이다.

벌써 가족이 대기 중인 아가들도 있고,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섣불리 입양을 막 권하지 않는다. 작심하고 아이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깊은 사랑으로 돌봐줄 사람들이 아가들의 가족이 되기를. 매일 기도하고 있다. 사료 먹을 때 즈음 분명 모두 가족을 찾은 상태이기를!!

생명의 무게는 무겁다, 아주아주 무겁다.


스크린샷 2025-05-16 오후 2.43.37.png 짠함에서 진격으로 돌변한 우리 '지구'

덧붙여.. 우리 고양이 아띠와 루카는 또 밥도 잘 안먹고 하악질을 했고, 가고 나서는 싹 치워놓은 자리들도 더듬어서 하악질했다. 애들을 잠깐 가둬놓으려 사용한 박스에 분노의 스크래칭을 시전하고 한잠 푸욱 자더니 밥을 와구와구 먹고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리고 참아라! 욘석들아.


아띠는 화가 났다, 저런 힘찬 스크래칭은 오랜만이다. 쩝...


2025년 5월 16일 "잘 참아줘서 고마워, 아띠야 루카야!"

그리고 태양계 아이들의 입양 안내는 아래로

https://www.instagram.com/p/DJWn9WBzSUH/?img_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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