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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묘연 맺어주기 3단계

나의 친애하는 고양이자매에게_슬그머니 어느새 반려동물 가족이 되는 방법

by 마담 삐삐

친구들 묘연 맺어주기 3단계

반려동물 가족이 10년 사이 많이 늘었다다. 2017년 17.4%에서 2024년 28.2%(데일리벳 보도)로 꾸준히 증가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예닐곱 사람이 모이면 그중에는 반드시 개엄빠, 고양이 엄빠가 끼기 마련이다. 처음 고양이를 맡아서 키운 2014년만 해도 동물이 없는 가족들과 같이 동물 얘기 하기 어려웠다. 그때만 해도 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거 별로라고 대놓고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한동안 페이스북에 고양이 사진 올리다가 어떤 지인의 말에 올리지 않게 되기도.

"요즘 사람들이 고양이를 너무 많이 키워. 페이스북에 불쑥 고양이 사진이 올라오면 난 넘 깜짝 놀라서 넘 불편해." 고양이가 무섭다는 지인의 마음을 이해했고 우리 고양이 때문에 타인이 불편한 것은 더 싫어 따로 인스트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그렇게 나의 인스타 생활이 시작되었다. 고양이들 일상만 담으니까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내심 난 본인들 아이들과의 일상얘기 열심히 보고 듣는데 왜 내 가족은 수용이 안될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로 세월은 변화를 향해 흘렀다. 반려동물 관련 미디어와 도서가 인기를 얻고 늘어나는 반려동물 가족 덕분에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인간이란 다름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차가 있다.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거 괜찮지 하다가도 직접 보면 움찔한다.

두려워서 불안한 감정은 동물들에게 위협이나 부정적으로 전달된다. 얼굴 앞으로 함부로 만지려고 낯선 이가 다가오면 참고 한번 당해주다가 우리 루카는 물어버린다. 멀리서 적당히 쳐다보는 미덕이 필요한데 딱 보면 귀여우니까 만져보려고 애들처럼 달려들다가 물린다. 고양이 문다는 인식만 있다 보니 다시는 주변에 얼쩡거리지 않게 된다.

모르는 이와 만나고 친해지는 조심스러움이 이상하게 동물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태계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착각하는 인간은 종종 까먹는다.


69D1707E-BA31-482A-875F-EDEEBBDCF0B3.jpeg 장난감 하나로도 충분히 행복한 루카

우리 고양이 다른 사람에게 은근 슬쩍 소개하기

내게는 집집은 혼자만의 조용한 보금자리여서 타인을 들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고양이와 살면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 이 부분이다. 고양이를 공간릴라에서 집으로 데려 온 후에는 의도적으로 친구들 1~2인씩 집으로 초대했다. 맛있는 것을 만들어서 친구를 불러 우리 고양이를 소개하는 것.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고양이를 소개할 정도면 진심 아끼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나의 고양이들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크다. 그러니 사는 꼴을 대놓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고 나로서는 엄청난 용기였다.

"자, 나의 가족이야. 이 아이들을 내 가족으로 인정해 주길 바래. 이뻐하면 더 고맙고. 왜냐하면 내 고민의 대부분, 문제들의 대부분은 아이들을 돌보는데서 생길 것이니까. 우리가 친구로 같이 늙으려면 고양이들과 함께 늙어가는 삶을 인정해야 가능할 것 같아"

내 맘의 간절함을 담은 기도이다.


미디어에서 고양이, 개에 관한 습성을 알려주지만 실제로 가족이 아니면 세세하게 다 기억하기 어렵다. 개의 특성과 고양이의 특성이 매우 다르다. 고양이에게 공격으로 다가오는 행동이 개는 친밀함의 표현일 정도로. 그런 동물마다의 개성, 특성을 이해할 기회가 없는 사람이 동물을 대할 때는 인간이란 동물이 보인다. 지식을 갖추면 사람으로서 고양이를 대하는데, 지식이 없으면 귀여우니까 만지고 싶고 품에 안기지 않으니까 서운하고, 놀라게 해서 재미있어하는 몸의 반응 중심으로 동물을 대한다.(고양이 앞에서 안달하는 사람들이 귀엽고 웃기다.) 친구인 나는 그런 사람의 귀여운 모습을 좋아하지만 고양이들로서는 매우 무섭거나 어이없거나 뭐지 당황스럽다. 그래서 알려준다.


친구들 묘연 맺어주기 3단계

1차 숨어있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준다. 숨어있을 때 눈이 똥그래져 귀엽다. 무서움증이 별로 없는 한 애기 얼굴 같은 고양이에게 무장해제 당한다. 그리고 한참 왜 숨는가, 고양이들의 영역 보존의 본능과 경계심, 여묘일 경우 양육의 본능과 고양이 생태계의 모계중심 특성을 설명한다. 심지어 배란과 임신의 특이한 점을 자세히 얘기하고 어떻게 한배에 여러 털색깔의 새끼 고양이가 나올 수 있나 묘체의 신비까지.

2차 긴장이 풀린 아이들이 하품과 기지개를 하며 우리에게 다가올 때 얼른 아이들에게 주목하게 유도한다 "어머 애들이 나왔네." 애들이 친구들의 옷과 가방에 관심을 가지는 것, 친구들의 몸에 마킹을 하는 것 등을 직접 당하게 하여 관계를 맺는다. 동물이 다가와 먼저 쓰윽 훑고 가면 백이면 백 너무 좋아한다. 사랑받고 싶은 인간의 동물적 욕망을 아이들이 충족시켜준다.

3차 "한번 애들과 놀아볼래?" 여기까지 오면 이제 지인들은 나를 건너뛰어 아이들과 직접 관계를 맺고 아이들이 그들의 마음에 맺힌다. 성공! 장난감으로 놀기 시작하면 애들도 신나고 본인들도 신난다. 이 광경도 장난 아니다. 가만히 앉아서 잘 흔들면 되는데 애들이 돌고 움직이면 친구들도 같이 뺑뺑돌고.. 아, 내 친구는 참 잘 노는 사람이구나 새롭게 안다.

스크린샷 2025-03-07 오후 5.55.14.png 천원짜리 오뎅꼬지면 되는 고양이와의 놀이

세상 다정하고 눈물 나는 보험

어느 날 술 한잔 하는 자리에 나의 친구들이 이런 말을 했다.

"네가 갑자기 아프거나 세상을 떠나게 되면 고양이들은 내가 책임지고 돌볼게. 그 걱정은 안 했으면 좋겠어."라고. T인 나는 감정이 아닌 사실을 전달했다.

"이 고양이들은 내가 어떻게 되면 한국고양이보호협회로 가야 해, 그게 입양조건이야, 그렇지만 그 과정을 네가 맡아준다면 마음이 든든할 것 같아."

차분히 팩트를 말했지만 내 마음은 친구의 말을 듣는 순간 너무나 먹먹하고 심장이 뛰었다. 세상에 이런 보험이 어디 있나. 내가 위험해져도 우리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겠다는 나의 친구. 그래서인지 우리 고양이들은 저 말을 한 친구가 오면 옆에 와서 장화 신은 고양이 얼굴로 꼬드긴다.

내가 맨날 "야, 아띠에게 속지 마. 지금 네가 놀아줄 걸 아니까 네가 오자마자 옆에 착 붙는다. 어이구" 해도 씩 웃으면 장난감을 드는 친구. "어떻게 해. 이렇게 쳐다보는데. 얘 눈을 봐."

아띠는 자기에게 잘해주고 원하는 것을 들어줄 사람을 한 번에 알아본다. 그들이 오면 나한테 옆에 오지 않고 그 사람 옆에 착 붙어서 세상에서 제일 애처로운 눈빛과 목소리로 말을 걸고 기다린다.

IMG_2913.jpg 공간릴라 시절, 아기들의 만남

나의 노력과 고양이들의 본능이 만나 내 지인들은 대부분 아띠와 루카를 조카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아파서 병원간다 하면 그 뒤의 이야기를 물어보고 이사하면 애들 힘들겠다 먼저 걱정한다. 그리고 주변에 바깥 고양이들의 밥 주는 문제나 동물 관련 이슈들에도 조금씩 관심을 더 가지고 동물과 사람이 같이 사는 일상을 중심으로 지역 사업을 만들기도 한다.

다양성은 큰 대의와 가치의 캠페인, 주장으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통함, 사랑의 시작이 결국 저절로 팔 벌려 받이들이는 것이다. 서로를 사랑하는 순간 그냥 저절로 된다. 내가 먼저 고양이 가족이 되었으니 내 친구들에게도 사랑하는 순간을 주고 싶었던 것. 그리고 내 몸의 확장인 지역, 동네, 관계망들 사이에 나와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경험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

동물을 사람과 같이 받아들이는 것은 소수성을 마주했을 때 수용할 확률이 높아진다. 성소수자, 혼자 사는 사람들, 이주민들 모두에게 더 기울어지는 마음이 생긴다. 외국 경험이 별로 없지만 뉴질랜드와 파리에서 동물들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나 유심히 살폈다. 낯선 이를 두려워하기보다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한 고양이들. 그 순간 시민의 인식 수준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내 동물만 중요한 이기적인 태도는 제외한다. 나의 동물과 비슷한 다른 동물이 겪는 사회적 어려움을 주목할 정도의 상식이 있을 때.)

간디의 유명한 말을 붙여둔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


2025. 3. 7



햇살과 고양이와 놀이 _ 아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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