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고양이자매에게_품앗이 육묘 1박 2일 두 번째
품앗이 육묘방은 매일 탄성이 이어진다.
지난주에 단춧구멍 만하게 눈을 떴다. 이어서 3~4일 사이에 눈을 제법 뜨고 삐약삐약 거린다.
첫 번째 우리 집에서 1박 2일 하던 아이들 몸무게가 2배 이상 불었다. 내게 다시 올 때쯤 아마 손바닥 위에 얹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두 아이가 내 손에서 떠난 것이 아마도 생존의 고비의 시간이었던가보다. 돌봐줄 엄마가 없는 아기 고양이에게 닥친 신의 시간. 미약한 숨을 거두고 세상을 떠난 두 아이 이후에 남은 네 아이는 우유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응아도, 쉬도 잘 본다. 덕분에 돌아가면서 두 시간 자고 일어나 우유 타고 배변유도하고 먹이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잠을 설치는 중이다. 그리고 원가족 고양이들은 토하다가 하악질 하고, 혹은 외면하거나.
돌아온 품앗이 육묘 1박 2일, 아가들을 데리러 우리 동생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협동조합 사무실에 도착하니 입양을 기다리는 왕 큰 민트가 풀쩍 뛰어와서 반긴다. 그리고 도착한 전날 당번인 조합원님. 얼굴을 보니 피곤이 내려앉아 있다. 아마 내일의 내 얼굴이 그럴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웃음이 일었다. 아이들 가방과 짐을 챙겨서 모두의 놀이터(요즘 나의 일터)로 데려왔다. 함께 같 일 동료는 벌써 궁금해서 상기된 표정이다.
테이블에 전기장판을 깔고 그 위에 이동장을 올렸다. 그리고 덧씌워 놓은 이불 2개를 걷고 아이들 상태를 보았다. 일 동료는 너무 작다며 탄성을 질렀지만 나는 와, 많이 컸다며 만세를 불렀다. 두 배 커진 수성이, 천왕이, 해왕이와 다른 애들에 비해서 작지만 그래도 1.5배는 자란 지구. 기특해서 마음이 뭉클한 상태였다. 너희들이 이 생을 견디고 기적을 일으키고 있구나.
손바닥 위에 두 아이를 얹어도 괜찮은 열흘 된 꼬마를 만났다. 삶이 태어나 자기 숨을 쉬고 지 입으로 밥을 먹고살고자 움직이는 모든 것이 기적이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다시 열흘이 지난 꼬마들은 눈을 떠 어딘가를 자꾸 두리번 거린다. 본능적으로 따뜻하고 물컹한 구조물에 물을 기대 오는 것은 엄마 고양이를 찾는 것일 테지만. 손바닥 안에서 온 힘을 다해 민다. 그리고 손가락 피부에 대고 벌써 쭙쭙이를 하고 그릉그릉 경운기를 돌리는 우리 수성이.
고양이 집사계에 치즈는 진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너그럽고 붙임성이 좋은 고양이가 노란색 털 고양이다. 천왕이는 배변유도하며 아하, 요 녀석 남자아이구나 알았다. 성격도 무던하고 밥도 잘 먹고 잘 자고 특징은 다른 아이들 그루밍을 벌써 해준다. 우유 먹는 자세도 안정적이어서 쑥쑥 잘 자랄 아이다. 수성이와 지구와는 엄마가 다른 고양이고 두 고양이보다 늦게 태어났지만 몸집은 제일 크다. 한 번에 먹는 양이 다른 치즈 고양이 천왕이는 어느 집에 입양가도 잘 살 것 같다.
고양이 아깽이 중의 아깽이인 네 아이 둘만 봐도 이들의 성격이 다른가 알 수 있다. 떡잎부터 다른 아이들이 있는데 삼색이인 해왕이는 승질머리가 보인다며 쭉쭉 뻗어대는 다리를 보며 카톡에서 웃음이 터졌다. 승질머리여도 좋으니 살자, 건강하자를 슬로건으로 건 요 녀석. 삼색 고양이는 99% 여자고양이다. 해왕이는 꽤나 자기주장 있고 제법 항의도 하며 가족들과 알콩달콩 주거니 받거니 하는 즐거움을 만들 떡잎을 가졌다. 지 몸을 들어 올리면 어찌나 빽빽거리는지. 닦아주고 배변시켜 주고 밥 먹이는데...라는 마음으로 피식 웃으면 잘한다 잘한다를 외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지구. 아기들을 보낼 때 지구가 너무 못 먹어서 걱정이 되었다. 주사기 10cc짜리로 입에 억지로 3번 넣고 조금 쉬고 또 넣고. 젖병을 스스로 빨지 못하는 아기 고양이의 운명이 위태로웠다. 다음 순번의 사람이 어쩌면 나처럼 지구의 마지막을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건네주면서 혹시 오늘 밤에 지구가 떠날지도 모르니 마음 다치지 말고 탓하지 말라는 조용한 위로를 먼저 건네기까지 했다.
며칠 사이 우유로 먹는 지구, 몸무게가 두 배가 된 지구. 워낙 작아서 두 배가 되었지만 여전히 제일 작다. 작고 꼬질한 지구가 다시 내게 와서 크게 삐약거리며 빨빨 돌아다닌다. 그리고 우유 탈 준비를 하러 아이들에게 다가가면 가방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 먹는 것도 잘 먹지만 마사지와 쓰담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사람에게 붙는 고양이가 될 떡잎인가 싶다. 작고 소중한 지구. 다들 지구가 조금씩 자라고 살아가는 모습에 경탄 중이다.
우리 고양이 아띠와 루카는 어제저녁부터 심기가 불편하시다. 첫 번째 육묘 때보다는 덜하지만 잠을 자러 들어온 나에게 하악질 한번 전한다. 그러면서 옆에서 떨어지질 않는 것인가 싶은 아띠이다. 루카는 창가 커튼 뒤에 자리를 잡고 나오지 않는다. 에구구.. 다음번에 오면 더 덜하겠지. 5월에 또 데리고 올 것인데 아띠야, 루카야 조금만 참아줘. 우리의 이 불편한 하루가 네 고양이에게 생명줄이란다.
6kg의 건장한 우리 고양이 자매를 보면서 아이들의 시작 점을 떠올린다. 네 아이를 한 달 반가량 젖을 충분히 먹으며 키운 엄마 고양이와 이들을 돌본 캣맘들. 한 달 반 엄마 품에서 자란 것이 길고양이에게는 기적이겠구나.
아기 고양이들을 둘씩 임보집으로 나눠서 육묘한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구조되어 능숙한 임보 덕분에 아띠와 루카는 어려움을 겪지 않은 영혼으로 자랐다. 길에서 왔다고 믿어지지 않는 결핍 없는 고양이의 영혼.
나에게 입양되어 11년 차 묘생을 사는 이 시간이 우리 셋은 일상이지만 서로에게 녹아드는 사랑의 시간이었고, 여전히 ing이다.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이 3~5년이라고 하니 벌써 2배 이상 살았고, 앞으로도 그만큼 더 살다 내 곁을 떠날 테지 상상하면 이 모든 것이 놀랍다. 그냥 우연이 빚은 결과일까? 아니, 전생에 내가 큰 도움을 얻었기에 갚으면서 깨달아가는구나 싶다. 내가 아띠와 루카를 데려 온 것, 품앗이 육묘팀에 손을 든 것 모든 것. 진심으로 선택을 한 나를 칭찬하고 잘했다 궁디팡팡한다. 맡아서 어렵고 책임이 부담스럽지만 그 이상의 앎을 선물로 갖고 와 내 가슴에 사랑을 쑤욱 밀어 넣는다.
나같이 불안정하고 부정적인 상상과 표현이 많은 인간에게 더없이 사랑과 긍정의 언어를 주는 존재들. 우리 아띠, 루카가 그랬듯 지구, 수성이, 해왕이, 천왕이도 누군가에게 그럴 것이다. 그러니 또 하루의 품을 낸다. 진정한 기브 앤 테이크는 도움을 받은 이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다른 존재에게 전하는 것이다.
2025.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