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고양이자매에게_품앗이 육묘 1박 2일
우리 고양이 자매를 데리고 올 때까지 10년 고민을 했다. 그리고 10년 아이들을 키우면서 임시보호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아무래도 청소년, 성묘는 집의 애들이 부대낄까 봐 어렵고, 내 성정상 정이 든 아가들을 보내기 힘들 것이 뻔해서 시도하지 않았다. 새벽 수유까지 해야 하는 아깽이들은 돌아다니지 않으니 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에 이르렀다. 마음은 그리 먹었다 해도 기회가 흔치 않다. 구조한 사람들이 맡아서 돌보다 입양 홍보 글이 올라오면 공유하기 정도가 나의 최선이었다.
얼마 전, 아니 며칠 전. 우리동생(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에서 4월 3일 태어난 아깽이 일곱과 7일 태어난 둘, 모두 아홉 아깽이 육묘상황이 생겨 조합원 긴급 공지를 띄웠다. 품앗이 육묘에 1박 2일이라도 괜찮으니 함께 해달라고 돌봄팀 구성을 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하루씩이면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맘으로 손을 들었다. 아띠와 루카가 싫어할 것을 알지만 세상에 나와 엄마 고양이 없이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아가들에게 하룻밤 따뜻한 시간과 품을 내어주고 싶었다. 해보고 아이들이 너무 극심하게 힘들어하면 못한다 하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리하여 주말+재택 하루 1박 2일 돌봄 신청을 하고 열흘을 기다렸다.
그사이 약한 아가들이 셋이 고양이별로 무지개다리를 떠났다. 태어난 지 열흘 신의 영역인 시간이기에 자책 금물을 누누이 강조하는 묘더데레사님들. 처음 고양이를 맡아서 돌보는데 혹여 맘이 많이 아플까 봐 걱정이 되는지 괜찮겠냐 물어보는 전화가 왔다.
"아가들이 많아서 슬픔에 젖어 있을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걱정 마세요."라고 전화로 안심시켰다. 내 순번에 아가들이 고양이별로 갈 수도 있다는 신호이기에 마음을 다잡아 먹었다. 마침 이번 주 마더피스 타로 관련 글도 Death에 관한 것을 썼는데.. 후우, 내 앞에 지나간 여러 죽음을 떠올려보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죽음이 내 앞에 오더라도 잘 보내고 충분히 애도하고, 살아남은 아가들에게 최선을 다하리라.
앞으로 내가 맞이할 죽음은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며 피할 수 없으면 담담히 맞이하라.
꼬물꼬물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내 손바닥 위에 둘을 놓을 수 있을 만큼 작은 아가들이 여섯, 집 앞에 도착했다. 알려준 대로 전기장판이랑 담요랑 아가 가방을 세팅하고 분유를 먹이고 배변유도하고 돌봄 공간도 세팅했다. 첫 수유에 조카들 우유 먹이던 때를 떠올리며 조심조심. 세 아이는 젖병으로 잘 먹고, 세 아이는 넘 작아서 주사기로 강제급여를 했다. 아띠가 췌장염으로 고생할 때 주사기로 강제급여한 경험이 있어서 어렵지는 않았다. 엎드려 있을 때 칫솔이랑 마른 휴지로 등을 쓰담쓰담 트럼 시키고(하찮은 트럼 소리에 헛웃음이 남. 넘 귀여움) 잠시 쉬게 뒀다. 그리고 덜 먹은 아이들 순번을 정해서 배변 유도해서 마시지 하고 우유 먹이고. 금세 2시간이 후딱 지났다.
2시간의 수유와 2시간의 휴지기를 거치는 4시간의 텀이 3번 돌아갔다. 그리고 저녁.
두 고양이가 못 먹기도 하고 탈수 증상이 있어서 응급처치로 설탕물을 만들어서 먹였지만 끝끝내 1~2시간 차이로 고양이별로 떠났다. 보내면서도 워낙 작고 약한 아이들이라 언제 고양이별로 떠나도 이상하지 않으니 자책하지 말라고 미리 위로를 받아둔 상태였다. 그래도 작은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식어가는데, 혹시나 살았나 해서 계속 심장에 귀를 대보았다. 내가 초보 돌봄이여서 살았는데 죽은 걸로 착각하나 싶어 맥박도 여러 번 짚어봤고 마사지도 계속했다. 예상은 했지만 타격은 눈물로 왔다. 그러나 두 아이의 죽음에 머무를 수 없었다. 남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에 빨리 전환했다.
"안녕, 토성이와 화성아 내가 부족하지만 너희들의 마지막을 숨을 쉬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래. 다음 생은 아주아주 튼튼하고 안전하게 태어나 엄마 젖 맘껏 먹고 왕고양이가 되자. 한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해. 기왕이면..."
그렇다. 우리 고양이들. 아띠와 루카가 복병이었다.
이런... 낮에는 종일 자고 신경을 안 쓰길래 괜찮은가 싶었다. 그래도 저녁밥을 안 먹어서 최애 간식 츄르를 줬다. 어허, 이걸 안 먹는다. 기분이 상했구나! 그리고 눈이 왕구슬 만해져서 나에게 심기 불편한 울음을 하며 쳐다본다. 잠깐씩 아가 가방 근처에 갔다가 쫄아서 도망치다 결국은 침실에 숨어 있다.
그러다가 똥멍청이들이 자기들끼리 하악질 하다 켁켁거렸다. 아하.... 한참 달래고 어르고. 나한테도 하악질을.. 분리해놨으니 근처에 안 가는 정도로 기분 나빠 밥 좀 적게 먹고 지나갈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더 격렬한 거부반응이다. 그런데 잠은 또 내 옆에 와서 잔다. 화는 나지만 잠은 언니랑 잘 거야 이런 이중의 마음일 테지.
동물의 마음이 당연히 사람의 마음과 다르다는 걸 지난 십 년간 처절하게 아는 시간이었건만 난 또 조금 섭섭하다. 니들도 어, 길에서 고생하다 어, 죽을 뻔한 걸 어, 구조해서 임시보호하고 어, 그렇게 나한테 왔는데 어, 그걸 못 참냐? 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다. 살짝은 농담이고, 어디까지나 과거를 기억하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잘 안다. 고양이들은 이런 과거와 뒷북, 후회, 미련, 돌아보는 마음 같은 것은 없다. 오로지 현재 나의 안전, 생존이 중요하다.
애들에게 사과를 했다. 오늘 아깽이들 보내고 나면 밤에 깨끗하게 집에서 애들 냄새 다 없앨게 약속했으나 안중에 없이 또 하악질이다.
두 아이는 11일이 되었고 두 아이는 7일이 되었다. 엄마 없이 세상에서 또 하루를 보냈다. 고생했고 기특해서 우유를 먹이면서 아이구 꼬맹이들 애썼다, 잘한다, 이쁘다가 절로 나온다.(사실 목욕을 못 시켜서 꼬질꼬질한 상태) 세 번 우유를 먹이면 다음 돌봄 순번의 동네 사람에게 보내야 한다.
우리 고양이들이 격렬한 거부 반응 때문에 하루 이상 봐주기는 어려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한 번은 더 데려올 예정이다. 그때는 한 달 지날 시간이라 엄청 삐약거리고 돌아다니겠지.(아띠, 루카는 더 눈이 커지겠지.) 미리 사과한다 아띠 루카야, 묘생도 그렇게 나누고 살아야 해. 너희들 언니가 공주님으로 모셔서 그렇지, 고생하는 애기들이 얼마나 많은데 궁시렁 궁시렁.
전해지지 않을 인간의 마음을 중얼거리는 새 아침이다.
2025년 4월 14일
돌봄 육묘팀, 고양이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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