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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비 May 12. 2024

16. 사춘기를 알리는 신호 - 냄새

아들은 어릴 때부터 손과 발이 땀으로 촉촉한 편이었다. 손바닥 발바닥이 늘 촉촉하고 긴장하면 축축해지고는 했다. 아이 손에서 나는 새콤한 땀냄새, 발에서 나는 누룽지 같은 구수한 냄새가 좋았었었었었었다.

어느 날부터인지 아이가 하교하고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 그 순간부터 '헉'하는 꼬랑내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아이의 양말은 땀에 젖어 있고 아이가 걸어가는 곳마다 땀으로 발자국이 찍히곤 했다.

"얼른 발 씻고 와~!"

처음에는 아이가 운동하고 와서 그런가 보다 했다. 운동화가 너무 꽉 껴서 땀이 났나 했다. 오늘 너무 더웠나 보다 했다. 아니었다. 그런 게 아니었다. 사춘기가 왔다는 찐한 알림이였다.


며칠 전 아이가 베개커버를 바꿔달라고 했다. 교체한 지 며칠 안된 거라 자다가 또 코피가 났나 보다 했는데

"엄마, 커버에서 이상한 냄새나요. 바꿔주세요." 했다. 무슨 냄새일까? 하고 냄새를 맡았는데 바로 그 냄새였다. 아들의 정수리에 코를 박고 킁킁 거리는 순간 새콤달콤 아기 냄새는 사라지고 쿰쿰한 총각 냄새가 훅하고 들어왔다.(총각 비하발언 절대 아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 냄새를 표현할 적당한 어휘를 찾지 못함.)  사춘기를 알리는 알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켜진 것이었다. 그것도 냄새로.


사춘기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기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는 건 알겠는데 왜 냄새까지 변하는 걸까? 호르몬의 영향이겠지만 그래도 난 아기 냄새가 좋은데.

냄새의 변화 이유를 찾다 보니 아주 신선한 내용을 알게 되었다. 최근 네이처 인터넷 논문지에 실린 내용으로 아기들은 포근하고 꽃향기 같은 냄새가 나는데 사춘기가 되면 갑자기 특정 화합물이 분비되어 치즈나 염소 등과 같은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특정한 화합물이 분비되는 근본 원인을 찾지 못했으나  '아기 때는 돌봐 줄 부모를 유혹하기 위해서, 사춘기가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을 준비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는 연구결과였다. 좋은 향기로 부모에게 자꾸 안고 싶고 사랑을 주고 싶게 만들다가 사춘기가 되면 안좋은 냄새로 부모와 거리를 두게 만든다고? 신선하고 충격적인데 일리 있는 접근인 것 같다. 그래도 독립이 하고 싶으면 말로 하지.


사춘기 아이가 이제 둘이나 있다 보니, 그리고 성별이 다르다 보니 같으면서도 다른 두 개의 사춘기를 겪고 있다. 나는 오늘도 묵묵히 베개커버를 갈아주고 냄새나는 양말들을 깨끗이 빨아 넌다. 그리고 방 창문을 열어 환기도 한번 해준다. 나만의 방식으로 이렇게 사춘기 아이의 독립을 응원한다.





https://kormedi.com/1674929/%EC%95%84%EA%B8%B0-%EB%95%90-%ED%8F%AC%EA%B7%BC%ED%95%9C-%EB%83%84%EC%83%88-%EC%82%AC%EC%B6%98%EA%B8%B0-%EB%90%98%EB%A9%B4-%EB%B6%88%EC%BE%8C%ED%95%B4%EC%A7%80%EB%8A%94-%EC%9D%B4%EC%9C%A0%EB%8A%94/


https://www.nature.com/articles/s42004-024-01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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