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 때 내가 만든 계모임이 있었다. 총회원은 나 포함 4명이었고 한 달에 만원의 회비를 걷어서 일 년에 한두 번 영화 관람이나 공연을 보던 모임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회비는 월 만원이고 여전히 내가 계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연말 모임을 끝으로 각자의 바쁜 삶과 코로나로 못 만나다 올해 모임을 갖게 되었다. 4명의 회원 중 3명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 아이를 둘씩 두었고 문화생활을 즐기던 계모임은 13명의 가족모임으로 바뀌었다. 이번 모임은 대전에 살고 있는 두 명의 회원들을 위해 대전이 모임의 장소가 되었다. 그런데 모임 소식에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남편이고 남편은 대전 점심 모임 전에 꼭 가야 할 곳이 있다며 내게 일정을 공지했다.
#태평소국밥 - 대전에 8시에 도착하여 아침으로 국밥을 먹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줄 서서 먹는 국밥집이라니. 남편은 내장탕을, 나와 아이들은 소국밥을 먹었다. 야들야들한 고기도 많이 들어 있고 무도 들어 있다. 여느 국밥과는 다르게 자극 없는 소고기 뭇국이었다. 국밥 마니아 남편은 자기가 먹었던 내장탕 중에 가장 맛있는 곳이라며 극찬했다.
#성심당 - 드디어 나도 성심당을 가봤다. 오전 9시에 줄 서서 들어가는 빵집이라니.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연상시키는 빵집이었다. 튀김 소보로와 맛있어 보이는 빵들을 잔뜩 담았다. 그렇게 담았는데도 4만 원이라니. 이럴 수가... 싸고 좋은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성심당이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가격도 착하고 맛도 좋아서인 듯. 물론 입맛에 좀 별로였던 빵도 있었지만 튀김 소보로는 정말 내 입맛에 딱이다. 한쪽에 생귤시루를 팔던데 이미 새벽에 번호표 받았던 사람들의 몫이었다. 대전에 사는 회원 한 명이 새벽에 번호표 받고 생귤 시루를 사다 놨다며 집으로 불러 맛을 보여줬다. 맛을 본 11명의 평이 제각각이었지만... 난 맛있었다.
# 대전과학관 - 오전 10시. 과학의 도시 대전답게 과학관은 정말 가볼 만한 곳이다. 시간여유가 없어서 다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울 만큼 유익한 곳이었다. 자연사관과 물리관만 보고 왔는데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했다. 나중에 다시 와서 천천히 관람해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좋았나 보다.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는 곳이 있던데 미리 알아보고 계획해야겠다.
#가데나 - 12시 대전 모임의 장소. 룸이 있어서 담소를 나누며 식사하기 좋은 곳.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데 전체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했다. 피자와 스파게티, 리조또등이 있는데 아이들은 돈가스가 제일 맛있었다는 평을 남겼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거의 7년 만에 만난 지인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 즐거웠다. 누가 대전을 노잼도시라고 했는가! 대전은 재미있다. 그리고 맛있는 도시이다. 다음 모임을 또 대전에서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