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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비 Sep 12. 2024

교실 안으로 들어가다.

사춘기를 함께한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


학교에서 참여수업 공지가 올라왔다. 매년 이맘때 오는 공지이기에 당연히 가야지 하고 학교로 갔다.

더운 날씨에 숨을 헐떡이며 3학년 교실이 있는 5층으로 걸어 올라가는데 마침 쉬는 시간이라 복도며 계단이며 아이들로 가득했다. 그 와중에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보던 아이들 몇몇과 인사도 하고 정신없이 겨우 아이의 교실 앞으로 다다를 수 있었다. 쉬는 시간 아이에게 왔다고 눈인사를 하고 복도에서 서성였다. 


3교시 공개 수업이었는데 이런... 참석한 학부모가 나 혼자다. 과학 시간이었는데 나는 수업 내내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투명인간이 되어 그렇게 벌 받는 아이 마냥 교실 뒤 사물함 앞에서 45분을 서 있었다. 감히 다 큰 중3 아이들의 참여 수업에 진짜로 온 학부모가 받아야 하는 벌이랄까. 초등학교 참관 수업 때나 있을 법한 "누가 한번 해볼까?" 하는 선생님의 말에 "저요, 저요!" 하는 아이들은 없지만 꾸밈없이 솔직한 아이들의 교실 안을 조용히 훑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수업 중간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 이 더운 날씨에 담요를 뒤집어쓴 몇몇, 중간중간 나와 계속 눈 마주치는 아이들, 거울과 빗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아이들, 연이어 집중하고 들어보라는 선생님. 낯설지 않은 교실 풍경이었다. 나도 30년 전 교복을 입고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 앉아 친구들과 떠들곤 했는데, 그때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그때의 내가 지금의 딸을 만난다면 둘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가며 30년 전의 내가 지금의 딸과 친구가 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춘기 딸의 마음과 그 짜증과 변덕을 30년 전 그때의 내가 기억해 준다면 좀 더 딸아이를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잔소리 그만하고 그냥 좀 내버려 둬.'

'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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