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대안, 이대리의 이직 이야기)
"이직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이야.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것은 꼭 이직을 위해서가 아니어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지."
"솔직히 그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지는 잘 몰랐어요. 그냥 막연히 업무를 열심히 하다 보면, 인정해 주겠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직과 인간관계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선배는 나를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이직을 할 때, 가장 쉬운 지름길이 있어."
"지름길이요?"
"추천을 받는 거야. 경력자의 이직은 추천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 최고더라."
"추천은 누가 하는데요?"
"주로 회사에서 직급이 있는 분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겠지. 아무래도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인맥이 생기잖아. 다른 회사에 다니는 지인들이 필요한 인력에 대해 소개를 부탁하는 거야."
"그런 방법도 있는군요."
"너도 잘 모르는 것처럼 일반적이지는 않아. 하지만 친한 헤드헌터에게서 들었던 말인데, 중요하거나 경쟁력 있는 포지션은 추천을 통하여 채용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선배는 말을 이었다.
"추천을 통한 채용은 여러 가지로 이점이 많아.
채용을 진행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야.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채용하는 쪽에서는 지원자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지. 그런데 오랜 관계를 통해 믿을 만한 사람이 해당 직무에 부합하는 직원을 추천해 주면, 그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겠어?"
"말씀을 듣고 보니, 저라도 믿을 수 있는 지인이 추천해 주는 사람을 채용할 것 같네요."
"거기다 회사에서는 채용에 따른 비용 지출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헤드헌터를 통해 채용을 하게 되면, 채용하는 직원의 연봉을 기준으로 10%~20% 정도를 커미션으로 책정해. 계약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요? 회사에서는 상당히 많은 비용을 헤드헌터에게 지불하게 되는 거군요.
그런데 추천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면, 이런 비용도 절감이 가능하고요.”
“사람들을 필요에 의해 만나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넓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야.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좋은 기회는 사람을 통해 찾아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라고.”
“저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요.”
“전 회사에서 근무할 때, 큰 폭의 연봉 인상을 조건으로 스카우트되어 입사하신 분이 계셨어.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셨기 때문이었지.
그런데 그분이 묵묵히 일만 열심히 했다면, 다른 회사에서 알 수 있었을까? 본인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던 거지.”
그동안 회사에서 인간관계로 인해 무척이나 지쳐있었다. 그동안 외면하고 싶었던 터라, 관계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이 생각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선배의 말을 들으면서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갈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맺는 거야. 직장생활은 상사와의 관계가 핵심이더라.”
선배는 잠시 내 표정을 살피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지금의 네 경우는 그 핵심이 망가졌기 때문이지.”
그 말에 나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직장생활에서 상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함께 웃다가, 선배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많은 직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중 하나가 회사에서 편한 동료들과는 친하게 지내려고 신경을 쓰면서, 상사와는 거리를 두는 거야.”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대응일 수 있겠어요. 상사는 아무래도 어렵잖아요. 나이 차이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쓰게 되는 노력의 대부분을 상사와의 관계를 위해 쏟을 필요가 있어. 이것은 아부를 한다거나, 비위를 맞추라는 의미가 아니야. 인간적으로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힘쓰라는 거지. 이것은 동료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야.”
“상사와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늘 해왔어요. 상사와 친하면 업무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을 해오시면서 얻은 생생한 경험들을 배울 수도 있고요.”
조금은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친한 것이 좋다는 식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야.
사회생활을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행사하는 사람 곁에 있어야 해. 너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부서에서, 회사에서 리더십이 있는 사람들이지.”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상사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존재였다. 친하게 지냈던 상사도 있었지만, 바로 그 사람이 나를 평가한 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그래서 스스로 선을 그었다. 상사와의 관계는 지시하는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배의 말은 상사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했다. 선배는 생각에 잠겨있는 나를 살짝 치면서, 말을 이었다.
“하나 더 이야기해 볼까? 상사가 상식과는 동떨어진 지시를 할 때도 가끔 있지? 그렇게 되면 직원들은 뒤에서 이해할 수 없다며 수군거리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런 상황이 없으면 좋겠지만, 설령 그런 일 있더라도 상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해.
소위 말해, 힘이 있는 의사결정권자 입장에서 생각보지 않으면, 너도 그 자리에 가기 힘들어.”
“그동안 상사라는 존재에 대해 그런 관점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더구나 나중에 이직하려는 회사에서 평판 조회를 하게 된다면, 지원자의 상사와 연락되기를 원할 거야. 상사는 그런 존재라고.”
“지금 회사에서는 그렇지 못했는데, 다음 기회에는 반드시 상사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지금 회사에서의 상황은 너에게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상사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을 거야.”
선배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선배는 그런 나를 보면서 말을 했다.
“다음에 다른 상사들을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좋은 관계를 맺도록 해. 그리고 그런 직장 상사들이 인재 추천을 의뢰받는 경우가 생긴다면, 아무래도 자기와 함께 일했던 직원을 소개하겠지. 업무 능력과 성품을 가장 잘 알 수 있으니 말이야.”
“선배, 인적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일은 길게 시간을 두고 노력해야 하잖아요. 그래도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세 가지 정도를 권해 주고 싶어.”
나는 조용히 선배의 말을 기다렸다.
“첫 번째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통하여 ‘나’를 브랜드화하라는 것.
요즘에는 SNS가 발달해서 사람들과 관계 맺기도 한결 쉬워졌어. 여기에 신변잡기적인 내용들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분야에 관한 내용을 정기적으로 올리는 거지. 블로그를 활용하는 거면 카테고리를 하나 만드는 거야.
형식은 자유롭게 관련 기사를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분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올리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하면 그 분야 관심 있는 사람들이 너를 찾게 될 거야. 또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도 있고.
개인 블로그에 관심 주제에 관해 정기적으로 글을 쓰다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어.”
“그보다 좋은 개인 마케팅은 없겠는데요? 비용도 안 들고.”
“더구나 이직할 때도 크게 도움이 되지. 지원하는 회사에 제출하는 이력서에 개인 블로그나 SNS 계정을 기재하면, 채용 관련자들은 분명히 확인해 볼 거야. 경력자 채용은 신입 채용과 달리, 지원 인원이 많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꾸준히 글을 쓰고 생각하면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지원자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겠지.”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야겠어요.”
"두 번째는 링크드인(Linkedin)으로 연결하라는 것이지. 링크드인에는 가입했니?”
“저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어요.
“세계 최대의 인맥 사이트잖아. 그리고 그 인맥은 비즈니스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여러 가지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
전 직장에서 모시던 상무님께서는 링크드인을 활용해서 사람을 만나고, 사업으로 진행시키시기도 하시더라.
더구나 자신의 경력 정보를 제대로 등록시켜 놓으면 외국계나 국내 회사로부터 채용 인터뷰하자는 요청을 받는 경우도 많아. 또 면접을 보게 되었을 때, 링크드인에서 면접관의 취미와 관심사항을 알 수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되겠지.”
“링크드인을 알고는 있었는데, 그렇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몰랐어요.”
"마지막으로 헤드헌터와 전략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어.”
“그런가요? 요즘 가끔 연락이 오는 헤드헌터가 있기는 해요.”
“헤드헌터와는 공존관계가 가능하지. 자신이 이직할 때도 필요하고, 아니면 주위의 동료를 소개시켜 줄 수도 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여러 장점이 있어.”
“장점으로는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우선, 지금 현재 ‘나’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지. 시장에서의 자신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어.
또 이직에 대해 구체적인 컨설팅도 가능하지. 이직을 생각할 때는 보통 선배나 친구들과 상의하는데, 아무래도 전문가와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어.
무엇보다 정보! 이직에는 정보가 정말 중요해. 채용 시기부터 시작해서, 그 회사의 문화나 상황, 연봉과 같이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
“아직도 모르는 분야도 많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들도 많네요. 특히 그동안 관계에 대해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배워나가는 거지. 아직 가야 할 길이 창창하잖아?”
선배는 웃으면서 나를 돌아봤다.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해. 건강하게 맺어진 관계만큼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없더라.
나는 ‘행복은 성취가 아닌, 관계로부터 얻어진다.’라는 말을 잊을 수가 없어. 브라질에서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신 분이 해주신 말씀이야.”
“정말 좋은 말씀이시네요. 제가 사회초년생이었다면,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 같아요.
굳이 이직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람과의 관계는 정말 중요한 것임을 절감하게 되네요.”
“처음부터 이직이나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만나면 그 관계는 오래갈 수도 없고, 깊어질 수도 없겠지. 목적을 가지고 만나기보다는, 상대방의 필요에 작은 배려로 응답해 봐. 그 작은 배려가 큰일을 만들어가게 될 거야.”
“그동안 회사 사람들에게만 집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홀했던 것이 후회되네요. 우선, 내일부터라도 선배들과 친구들에게 전화라도 한 번씩 해야겠어요.”
“좋은 생각이다. 그 회사를 다닐 때는 회사 사람들이 중요하겠지만, 정작 떠나고 나면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러나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맺어진 관계는 오래갈 수 있지 않겠어?
사람은 많은 일을 해 볼 수는 없겠지. 하지만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가능해. 그런 소통이 네 인생을 폭넓게 만들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