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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운 May 07. 2021

난 아빠가 너무 귀여워.

어버이날에도 갖고 싶은 게 없다고 말하는 아빠를 위해

난 아빠가 너무 귀엽다.

고등학교 때까진 아빠를 귀엽다고 표현한 적이 없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아빠를 보면 귀엽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우리 아빠가 웃을 때 생기는 눈주름은 정말 인상적이다.

크고 동그란 눈 그 옆에 생기는 주름은 좋은 인상을 만들어준다.

난 아빠 덕분에 주름이 얼마나 멋진 건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릴 땐 아빠처럼 웃을 때 생기는 눈주름이 갖고 싶어 거울을 보며 연습하기도 했다.


피부는 어찌나 좋은지 엄지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으로 볼에 달걀을 만들면 너무 신이 난다.

원래 아빠가 살이 없는 편이라 얼굴살이 잘 잡히지도 않는데도 꾸역꾸역 나는 잘 만든다.

두 볼을 살짝 잡아 늘려보기도 한다.

가끔 아빠 냄새를 맡으려고 하면 아빠는 피한다. 그럴수록 나는 오기가 생겨서 더 가까이 가곤 한다.

내가 괴롭혀도 가만히 있는, 또 다 당해주는 아빠가 너무 귀엽다.


아빠의 성격은 아주 매력적이다.

세심하면서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또 긍정적이고 인정이 많아 마음이 참 따뜻하다.

가끔 대화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셔서 답답할 때가 있긴 하지만...

항상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말투도 부드럽다.

큰 소리 낸 적 한번 없는 늘 나에게는 다정다감한 아빠다.


아빠의 패션 취향을 빼놓고 지나갈 수가 없다.

아빠는 청바지 러버다.

쇼핑을 할 때도 청바지만 쳐다보신다.

겨울이 되면 빵모자(비니라고 하면 안 됨)는 필수템이다. 요즘 스타일을 생각하면 안 된다. 아빠만의 각이 있다.

그리고 원색 계열을 좋아한다. 빨강, 파랑 등등 사람이 더 밝아 보인다나.. 엄마는 주로 무채색 계열을 입는데 엄마에게도 밝은 색을 입으라고 추천하시곤 한다.

아빠만의 멋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엔 상당히 고집이 있으시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받은 선물도 환불해야 하는 그런 취향...

이런 모습도 너무 귀엽다.....


(아빠에게 느끼는 제 감정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높임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귀여워!!

아빠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이런 표현이 나오는 거겠지?

내가 아빠랑 이렇게 가까울 수 있는 건  단언컨대,

아빠가 내게 내려준

무한한 사랑 덕분이다.


어릴 때부터 아빠는 내가 뭘 해도 예뻐해 주셨다.

무조건 내편을 들어주셨고, 누구나 아는 딸바보셨다.

우리 오빠가 지나가면서

"아빠 때문에 쟤 성격 나빠져"라고 할 만큼

날 아껴주셨고, 너무 사랑해주셨다.


그런 모습을 본 많은 분들이

내가 결혼을 한다면 아빠는 울 거라고 예상하거나

애초에 결혼을 어떻게 시키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건 다 우리 아빠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딸바보라고 해서 무조건 안으로 품으려고만 하시진 않는다.

난 아빠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꽁꽁 감싸지만도 않으신다.

아빤 항상 내가 더 큰 곳으로 나가서 배웠으면 하셨고, 지금도 더 많은 세상에 눈을 뜨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계신다. 결혼도 빨리 하길 바라시는 것 같다.

소중한 내 딸이 더 쿨하고, 멋진 여자가 되길 바라신다!




아빠는 내가 하겠다는 일에
한 번도 "NO" 해보신 적이 없다.

무조건 날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다.

내 판단이 맞고, 그렇게 하면 잘 될 것이라고 말이다.

이런 아빠가 있어서 내가 뭐든 내 맘대로 했느냐? 그건 또 아니다. 왜냐, 엄마와 아빠의 밸런스가 너무나도 잘 맞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으면 엄마와 아빠의 대답은 판이하다.

엄마는 우선 들어주신다.

"그랬구나, 그래도 잘 마무리되어서 다행이지만 다음엔 이렇게 한 번 해봐.

그게 일을 크게 만들지 않고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아."

아빠는 내 표정부터 읽으신다.

"누구야, 누가 그랬어? 우리 딸이 다 맞아. 잘했어."


이러다 보니 내가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를 받고 싶을 땐 아빠에게 먼저 말을 하고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거나 지혜로운 해결을 원한다면 엄마를 찾았다.

워낙 엄마 아빠와 전화를 자주 해서 결국엔 두 분 모두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기분에 따라 먼저 걸 때가 다르다.

(참고로 내가 아는 여자 중에 가장 현명한 사람은 우리 엄마다. 엄마 말을 들어서 안 좋았던 적이 없다.)


부모도 각자 맡은 역할이 있게 된다고 들었다.

비교적 엄한 편과 그 반대편으로 말이다.

엄마 아빠 모두 날 사랑해주시지만 표현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다.

나에게 어떤 일이 생겨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무한하게 받고 있는 그 사랑.
성인이 된 내가 끝도 없이 떨어지지 않게, 또 넘어지면 잠시 쉬었다가 일어날 수 있게 해 준다.
그 사랑으로 인해 날 무조건적으로 응원해줄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아빠에게 잔소리꾼이다.

이것도 먹어야 한다, 저것도 해야 한다, 그러면 안된다, 엄마한테 더 잘해주어야 한다 등등

어릴 땐 아빠가 술을 드시거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땐 버릇없는 말을 하곤 했다.


교복을 입을 때까지만 해도 이해하지 못한 게 많았다. 일부분만 보였다.

이제야 조금씩 아빠의 삶 앞에서 겸손해지는 것 같다. 어렴풋이나마 알아가고 있다. 그간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지. 한 남자가 세상을 향해 꾸었던 그 큰 꿈은 지금 얼마나 짓눌렸을지 말이다.


유치원 소풍, 모두 엄마가 따라왔지만 나만 아빠가 따라왔다지.


잘생긴 얼굴과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아빠의 어깨에 세월이 쌓인다.

내일도 한 달이 지나도, 십 년이 지나도 나는 아빠를 귀여워할 거다.

아직까지도 난 아빠와 추격전을 한다. 열에 아홉은 내가 쫓고 아빠가 도망간다. 기합을 넣으면서 쫓아가기도 하고, 숨어있다가 공격하기도 하는데 뒤에서 보는 아빠의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전인 고등학교까지는 늦게 들어오시는 아빠를 마중할 수 있었다.
아빠 차 소리가 들리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 타이밍을 맞춰 현관 앞에 강아지처럼 기다리곤 했다. 가끔 춤도 추면서. 지금도 다르지 않다.
나는 아직도 아빠 앞에선 강아지다.
앞으로도 강아지가 될 거다.


나랑 잘 놀아주는 아빠는 정말 최고다.

이젠 내가 아빠를 위해

무한의 사랑과 지지, 신뢰를 보내드릴 거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필요한 거, 갖고 싶은 거 질문하는 나에게

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해주는 우리 아빠.

건강하게 오래오래 나랑 재밌게 지내주세요. 아빠.



자신보다 자식을 위해 수많은 선택을 하는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께 존경을 표한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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