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요가 선생님의 수업
내게는 수업에서 '이건 안 돼'라고 생각하는 목록이 여러 가지 있었다.
수강생이 지켜야 할 규칙 같은 것은 아니고 강사로서 나 자신에게 '이런 건 조심하자'라는 뜻의 '안 돼'였다.
지각 절대 금지. 수업 30분 전에 먼저 와서 준비한다.
수업 도중 사진을 찍지 말자. 과도한 촬영이나 수련에 방해되는 찰칵 소리를 내면 안 된다.
버벅거리거나 순서를 까먹지 말자.
전날 수업을 미리 연습하자. (멘트, 동작, 핸즈온)
말하다가 목이 나가지 않게 목관리를 하자.
이 외에도 수업에 거슬릴까 봐 헛기침이나 코 훌쩍이는 것도 조심하자고(비염 있음) 혼자 다짐하곤 했다.
일상에서 나는 절대 완벽주의가 아님에도 수업을 준비할 때는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썼는데,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 마음속에는 초보 선생님인 것을 티 내고 실수를 하면 찾아온 사람들이 돈과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던 게 크다.
시간이 흘러 이제 막 졸업했구나 라는 생각이 줄어갈 때쯤 나는 요가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스터디 모임을 주최했다. 참여한 선생님들 중에는 막 강사 자격증을 딴 분들이 많았기에 다들 호기심이 넘치는 만큼 요가 공부도 열심히 하고 같이 강사를 위한 워크숍에 참여하는 등 정보 교류가 활발했다. 그중 인연이 된 몇몇 선생님들과는 내가 운영하는 작은 공간에서 수업을 열기도 했다.
알다시피 처음 데뷔하는 선생님들은 아무리 풍부한 수업을 할 준비가 되었다고 해도 스스로 수강생 모집해서 수업하기가 정말 어렵다. 요가원에 고용되는 것도 초보 강사이기 때문에 쉽지 않고 경력이 쌓이기 전까지 아는 요가원에서 운 좋게 대강을 하거나 무급으로 이곳저곳 다니며 봉사하는 경우도 일반적이다. 나 또한 기부 수업, 공원에서 진행한 무료 수업, 참가비 '단돈' 5000원, 1만 원 행사로 열었던 수업들이 요가 커리어에서 가장 많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초보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면 단순 요가 1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 차담, 아로마, 요가 액세서리 만들기, 간식도 나눠먹고 등등 평소 선생님의 전공을 살린 요소를 넣기도 하고 수강생을 모집하기 위한 홍보도 치열하게 한다. 유료 SNS광고도 많이 하고 지인들도 총동원하고 전단지도 돌리고... 이렇게 구성하면 당연히 사비 지출이 수업료를 뛰어넘는다.
한 여름에 열게 되어 걱정이 많았던, 인스타그램으로 몇 주간 열심히 홍보한 이번 수업을 네 분이나 참여 신청 해주어 (이건 정말 기적이다) 나와 수업을 준비한 선생님은 기대하며 설레고 있었다.
이제 막 졸업한 선생님은 나에겐 수줍게 이런 기회를 갖게 되어 고맙다고 하시며 양손에는 수업을 위한 자료를 한 보따리 준비해 오셨다. 평소 여러 운동을 섭렵하는 선생님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동작이 가득한 빈야사 요가, 요가가 끝나면 선생님의 예술 전공을 살려 다양한 미술 도구로 이완할 수 있는 그림 테레피 시간까지 갖는 게 오늘 수업의 구성이다.
수업이 진행되는 공간은 작고 아담해서 선생님과 네 명의 수강생 만으로도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볼 수 있을 만큼 가득 찼다. 나는 보조를 위해 수업 공간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정각이 되자 선생님은 수업 소개를 하고 매트에 앉은 수강생들은 곧 선생님을 따라 하며 요가를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다. 안내하는 선생님은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는 말투였다. 조용한 공간에 몸을 움직이는 소리까지 잘 들리는 곳이었기에 문발치에 있는 나 또한 선생님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떨려요."
"괜찮아요 선생님~ 떨지 마세요."
수강생들이 선생님을 다독인다.
보이지는 않지만 선생님을 향해 밝은 목소리로 활짝 웃으며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려졌다. 선생님이 곧이어가고 사람들은 따라 한다. 차분하게 빈야사의 동작을 한 단계씩 이어가면서 점점 분위기는 열기를 띠었다.
요가 수업이 끝나자 선생님을 도와 그림 테라피 준비를 했다. 물통에 물도 채우고 팔레트와 물감을 늘어놓자 사람들은 기대로 부풀고 즐거워했다.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보고 왔어요.' 선생님이 정성껏 올린 수업 설명을 보고 온 분, 집 근처라 힐링하고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온 분. 오고 싶은데 혼자는 싫어서 친구를 데려온 분.
선생님은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려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는 각자 분주하게 도화지를 채워나간다.
주어진 것이 없는데 각자가 표현한 그림들의 결이 비슷한 건 왜일까? 모두들 오늘 느낀 자신의 마음을 그림에 담았다고 한다. 다 같이 그림을 한 군데에 모아놓고 뚫어져라 바라보다 한 수강생이 무언갈 발견한 듯이 큰 소리로 말한다.
"오늘 주제는 사랑인가 봐요!"
이런 거 또 해주세요! 화창한 주말에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그렇듯 모두들 오늘 정해진 시간이 끝났는데도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웃음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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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그 선생님의 데뷔 수업은 수강생이 말했던 것처럼 내 머릿속에 '사랑'으로 남아있다. 수강생들의 자비로움과 사랑을 마음껏 받는 이런 일 또한 그 선생님의 능력이겠지.
수업이 처음이라는 말을, 내가 많이 안 해봐서 떨리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나에게 언제나 '안 돼' 리스트였다. 더 이상 떨리지 않는 수업을 할 때에도 나는 마음속으로 항상 불안했고 능숙하게 보이고 싶어서 조심했고 사람들이 가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마음을 옥죈 것은 결국 마음속에 스스로 정해 놓은 기준 때문이었다. 요가 수업뿐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이라도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 되었을 때 나는 평가하는 입장이니까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나의 시간과 돈이 마땅했는지를 따져보곤 한 것 같다. 내가 남들에게 관대할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쫌생이의 마음으로 요가를 하면서 나의 많은 버벅거림과 완벽하지 않은 진행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좋다고 해준 사람들이 있고말고. 그건 모든 것을 돌아가게 하는 힘이다.
지금도 요가 수업을 준비할 때뿐만 아니라 종종 이때가 생각나곤 한다. 노력하지 않고 그저 잘나게 보이고 싶을 때 그 자그마한 공간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날 첫 수업을 하며 본인이 가진 것을 전부 다 준 선생님과 그것을 따라준 수강생들을 생각하며 나는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