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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풍 Oct 22. 2017

[인생/행복] 사랑,

사랑 후 쉼표를 찍어야 하는 이유

유튜브 영상 중 ‘Furiko’라는 단편 연상이 있다. 사랑이란 주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편 영상이다. ‘시계추’라는 의미를 가진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이 3분 남짓한 플립북 영상을 기억하며 처음 볼 당시 감정을 떠올려 볼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생과 사랑을  짧은 인생의 틀로 그린 이 영상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애잔하게 흐르는 감정 선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영상 1] Furiko - 시계추


사랑에도 조건이 있을까?


성공지능(Successful Intelignece)으로 유명한 Robert Sternberg 교수는 Triangular Theory of Love(사랑의 삼각 이론)란 것으로 사랑을 정의한다. 사랑을 느끼게 하는 감정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 중 하나도 없으면 사랑이 아닌 거고, 모두 있다면 완전한 사랑을 갖게 된다는 재미있는 이론이다.



사랑은 항상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게에 빠져있는 중에는 정확한 판단이 되지 않고, 끝나면 빨리 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따라서 분석적 시각으로 보기 힘들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랑이란 감정은 그 목적 자체가 단순하고 순수한 동기로 진행되기에 손쉽게 정의가 가능하다. 사랑을 하고 있는지, 또는 안하는지로 말이다.


하지만 이 공통분모에 71억 명의 세계 인구를 더하고 나면 이야기가 다르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랑이 피고 지지만 하나하나 각기 다른 색을 띨 것이다. 사람마다 개인적 성향과 성장과정이 모두 다르고, 시간과 우연이라는 사랑의 결정적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매번 사랑은 새롭고, 때론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호르몬의 영향이 이성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그렇다.

 

[그림 1] 에로스(큐피트)와 그의 아버지인 전쟁의신 아래스(마르스)


지나온 시간 동안 자신이 겪은 좋고 나쁜 경험이 수두록 쌓여있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서 상대의 경험을 들여다보게 된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중요해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에 상대방을 맞추는 경향이 생긴다. Intimacy(관심), Passion(열정), Commitment(헌신)이 완벽한 삼각을 이루어도, 에로스(큐피드)의 화살은 두꺼워진 굳은 살을 관통할 수 없다. 폭군 아버지의 창이라도 빌려와야 할 판이다.


[그림 2] Her (2013)

2013년 개봉한 영화 'Her'는 이러한 인간의 오래된 심리를 인공지능이라는 신선한 주제에 담는다.


영화는 내성적이고 생각이 많은 주인공이 이혼 소송을 하는 중 인공지능 OS와 사랑에 빠지는 다소 엽기적인 주제이다. 하지만 영화는 인간의 본성을 잘 조명하고 있고, 앞으로 다가올 기술과 사회문제에 대한 시각도 상당히 흥미로워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그중 가장 재미있게 느낀 것은 결혼이란 사랑의 결실을 끝내는 이혼이라는 마침표 단계에서 다음 사랑이 다른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라는 설정이다. 마치 일반적인 사랑처럼 의도치도 않고 전혀 예상하지 않은 곳에서 오는 사랑이라 더욱 드라마틱한 전개를 연다.


영화 초반 주인공 Theodore는 주변의 소개로 매력적인 여성과의 데이트에서 관계를 갖기 직전 상대의 행동에 불편함을 받는다. 그로 인한 머뭇거림으로 순식간에 관계는 식어버렸고 Theodore는 관계가 허물어짐을 자신의 탓으로 자책한다. 이후 고백하길, 자신이 누군가와 사랑하고 있고 상대방이 자신의 사랑을 받길 원하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 앞었던 것 같다고 한다. 어쩌면 그들은 지난 사랑의 실패에 대해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어떤 막연한 모습의 사랑을 성공하고 싶어 하는 사람 둘이 만나 서로의 그림을 서로에게 그려가며 어색함을 느낀 것이다. 어쩌면 사랑을 기획하고 의도하는 것은 그 부자연스럼움으로 인해 서로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되는 결과를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사랑이란 주제는 대부분 그것이 이루어지는 당시 시점을 조명한다. 하나의 사랑과 또 다른 사랑의 중간지점은 대부분 힘들고 외로운 이미지, 혹은 배신, 비(非) 사랑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솔로'라는 수식어로 특정 집단에 묶어 두기도 하고, 때론 독거사라는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며 외로움에 대한 공포를 심는다. 사랑과 사랑이 연결되는, 대나무 마디가 생성되는 그 지점을 단지 사랑이 없는 기간으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이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인생에서 사랑을 배제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좀 더 나은 사랑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성급하게 이 시기를 '사랑의 실패'로 보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사랑의 쉼표'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헤어졌으니 자신에게 맞지 않은 상대를 만났던 것이고, 그를 사랑하기 해 한 노력과 희생하던 자신의 허무해진 시간을 돌아보여 자기애(愛)를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은 상대방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아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법을 익히는데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다.


“가느다란 대나무가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고 높이 자라는 것은
‘마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마디 역할을 하는 것이 휴식입니다.”
- 김정운 교수 -


최근 긴 쉼표를 끊어보고자 누군가를 만나보았다. 쉬는 기간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고 또 후회한 터인지 과정은 생각보다 완만했고 각자 개인으로 볼 때는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각자의 사랑이란 그림에 Passion(열정)과 Commitment(헌신)의 모서리가 조금 크고 작았지만, 크게 문제 되는 수준은 아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차이에서 오는 몇 가지 말과 행동은 나를 크게 당황시켰고, 그 차이로 인해 벌어질 간극에서 받게 될 고통을 너무 잘 알기에 먼저 항복 선언을 했고, 그도 받아들였다. 미적지근한 이별 선언으로 오히려 서로의 고통을 장기적으로 키운 적 있는 탓에 다소 센 감정으로 스스로 선을 그었는데, 안 그럴 것으로 예상되는 그이지만 감정에 큰 영향이 없기를 바란다.

[그림 3] 너, 나, 우리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로 흘렀는데 요는 자신의 사랑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사랑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단 걸 말하고 싶다.


어릴 적의 사랑이 A4용지에 그려 나가는 것이라면, 나이가 든 후 사랑은 캔버스에 그려 내걸게 될 확률이 높다. 결혼을 말하는 것이다. 그 후에 오게 될 다른 흐름을 가진 인생과 아이들을 포함하여 말이다. 


따라서  밑그림부터 그 크기나 구도를 잘 잡고 조심스럽게 그려 나가야 한다. 급한 마음에 캔버스를 잘 못 고르면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서 억압, 외면, 이기심, 증오 등 아름답지 못한 그림으로 가득 찰 것이고, 이로 인해 스스로 그림을 내던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사랑을 함에 있어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상대를 이해하려는 배려있는 마음 같은 기본적인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과 상대가 어떻게 다른지 아는 것이다.


나에게 좋은 것이 상대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기에,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상대에게 잘해주기 유리하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의 후각은 이성을 만났을 때 상대의 DNA에서 자신과 다른 면역체계를 감지하면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아마 인간의 완전한 사랑에 질투가 난 신의 장난이 아닐까?


- 2017년 10월 22일. 짧은 쉼표를 하나 찍게 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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