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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풍 Aug 20. 2023

금쪽세대 배우자 조건과 칼부림

 권리와 희생 그리고 기대치

대부분 직장인

2023년 우리나라 인구는 5,156만 명이다. 15세부터 64세인 생산가능인구 3,676만 명이 전체의 71%이며, 이중 직장인이 2,866만 명으로 78%를 차지한다.

선호하는 직업

대다수가 원하는 직업은 소수다. 전문직 32만, 금융/대기업 109만, 공공 부문 143만 포함하면 260만 명으로 전체 직장인의 9%다.

최근 떠오르는 개발자 총 13만 중 극히 일부만 선호하는 직장에 다닌다. 네이버/카카오/라인 1만, 쿠팡 5만, 배달의민족 1천 명이다. 가장 큰 쿠팡 개발자가 1/4인 2500명으로, 선호하는 개발직은 대략 1만 명(0.03%) 이내로 추정된다. 물론 이 밖에도 여러 신의 직장이 있겠지만 10%는 넘기 힘들다.


선호하는 배우자

최근 방영한 '중매술사'에 나온 여성이 제시한 배우자 조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연봉 1억 5천 이상, 또는(or) 서울 내 자가 보유, 그리고(and) '뿌리 있는 집안 = 부모의 노후 준비'다. 비 경제적 조건으로 키 172cm 이상, 미술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경제적 조건에 가려져 큰 의미는 없다.


그녀는 최소 10억+α을 본인의 가치로 주장했다. 위 직업표 기준 성공한 개원 성형의(0.15%)나, 중상위 펀드 매니저(0.04%)에 해당한다.

이 여성은 81점을 받았다. 불안정한 직업과 낮은 연봉, 그리고 눈높이가 감점요인이다. 외모 기준 90점을 받았어도, 배우자 조건 상위 0.2%는 과하다. 이에 한 패널은 "1억 5천이면 대기업 임원이다. 20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12살 이상으로 보셔야 한다. 연봉은 안 되지만 자가를 갖추려면 최소 10억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여성은 34살 증권사 홍보팀 남성의 구애를 승낙했다. 성과급에 따라 7천에서 1억 사이를 버는 그가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니, 요즘 배우자 조건은 바늘 앞 낙타 뒤통수를 후릴만하다.


새아빠 찾기

고전적인 가족은 경제 공동체다. 남성은 밖에서 일하고, 여성은 살림을 챙겼다. 보호와 지원 없이는 육아가 불가능하기에, 수렵채집 시절부터 생존에 유리해 선택된 자연스러운 관습이다.



요즘은 여성도 경제적 참여주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여성은 경제 공동체가 목표가 아니다. 송파에 집을 마련한 아버지 역할을 대신할 경제적 모체, 즉 '새아빠'를 찾고 있다. 물론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본능은 이해하지만, 배우자에 대한 잣대가 너무 높고, 획일적이다.


과거 듬직함, 자상함, 그리고 근면성실 등 다양한 이상적인 가장의 모습이 존재했다. 지금은 돈으로 모든 것이 환산된다. 요즘 가장의 존재가 물질적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돈 버는 기계' 또는 'ATM', '기러기 아빠'가 거론되는 요즘, 가장은 권위 없는 책임만 지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사라진 권위

최근 신림동 칼부림 사건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선진국병, 양극화, 청년실업, 부동산, SNS 같은 이유를 찾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제대로 된 훈육 부제다.


과거 가장인 아버지에게 권위를 주었다. 훗날 소외될 각오를 하고 악역을 담당했다. 아이의 일탈에 대한 훈육을 책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법은 훈육을 허용하지 않는다. 2021년 ‘사랑의 매’는 아동학대를 이유로 63년 만에 법에서 삭제됐다. 대부분 '묻지 마 범죄'는 부모의 부재가 원인이다.


'사랑의 매' 민법 조항 63년 만에 삭제…
잇따른 학대 사건이 ‘신중론’ 꺾었다.
- 중앙일보. 2021.01.08


훈육의 역할은 학교에도 있다. 하지만 이천 교사 폭행 사건이나,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보면 교권은 더 처참한 상황으로, 아이의 비행조차 막지 못한다. 권위가 없어진 사회 속 아이들은 경찰까지 폭행한다. 도덕성의 보루인 가정과 학교, 공권력인 경찰조차 아이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이건 찐 말세가 맞다.


과도한 자유방임주의 경제체제는 대공황으로 귀결됐다.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면 그 세대는 폭주한다. 여성의 경우 땅콩회항 사건 같은 갑질 사건에 그치지만, 남성의 경우 흉악범죄로 이어진다. 하인리히의 법칙(1:29:300)에 따라 더 큰 초대형 참사도 일어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거지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데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잘 나가는 여자를 죽이고 승객을 대량으로 살해하려 했다. 데이트 앱에서도 여성에게 거절당했다. 대학 동아리에서도 여자들이 나를 무시했다”
- 쓰시마 유스케(37) - 2021년 도쿄 지하철 칼부림 피의자



기대치

사람마다 다른 것을 원한다. 거지 같은 인생을 벗어나기만 하면 되기도 하고,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으면 되는 사람도 있다. 기러기 아빠의 경우 자신의 희생으로 자식만 잘되면 된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모두 그로인해 자신이 행복해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착각이다. 이런 사람들이 행복해질 가능성은 없다. 자신의 권리를 잘 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행복의 기준을 착각했기 때문이다.


행복은 '우연히 찾아온 복'을 뜻한다. 자신의 '기대'보다 좋은 상황이 오면 행복감을 느낀다는 의미다. 행복의 정의에 대해 잘 다룬 책 <굿라이프>에 따르면, 30개국 중 24개국 언어 속 행복이란 단어가 우연적 의미를 갖는다고 전한다. 처참했던 시대 상황을 나타낸 '언어 속 유산'이란 해석이 흥미롭다.


인간에게 행복이란 고통과 질병이 다반사인 세상에서
우연히 예외적으로 찾아오는 자연의 축복과 건강,
그리고 권력자의 자애일 수밖에 없었다.
- 굿라이프


하지만 요즘 상황은 다르다. 아무도 16세기 유럽 농노나, 50~60년대 한국 아이들과 같은 불행을 겪지 않는다. 법이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즘 세대는 '상대적 비교'에서 오는 좌절감이 더 큰 고통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욜로를 주장하며 골로가는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다.


금쪽 세대

귀하게 자란 지금 '금쪽세대'는 자존감 과잉으로, 스스로의 기대치에 낀 거품을 기준으로 자신이 '당연히 누릴 권리'를 정한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권리 같은 건 없다. 누군가의 권리는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이뤄진다. 송파에 집을 마련한 아버지는 젊음을 희생했고, '새아빠'는 노후를 판돈으로 걸었다.


지금 금쪽세대는 90년대 일본 유토리 세대와 닮았다. 부모보다 가난해진 유일한 세대, 공동체를 위한 규율과 통제에 부적응한 세대, 책임감은 없고 권리만 누린 '꿀빤 세대'라 비난받는 세대와 비슷한 모습의 지금 금쪽세대는 훗날 그들이 꼰대, 틀딱이라 경멸한 기성세대의 책임과는 차원이 다른 계산서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들에게 지나친 기대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원리를 어릴 적 누군가 가르쳤다면, 거품이 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누군가 말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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