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사랑
'구해줘', '사랑하기 때문에'에 이은 기욤 뮈소와의 세번째 만남.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긴 하지만 특히나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감과 속도감을 더하는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만나긴 했지만 여전히 드라마 또는 영화 대본을 보는듯한 느낌까지도 미소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때의 느낌 그대로였다.
각 섹션별로 유명문구가 들어가 있는데(원작도 마찬가지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부분이 소설의 트렌디하고 섹시한 느낌을 더해준다.쓸때 없는 영어표현을 자제해야겠지만 다른 적당한 우리말 찾기에 실패함과 동시에 보다 더 정확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은 욕심에...
# 소설의 전반적 내용은 전직 형사와 작가의 우연한 만남과 '의문의 사건'
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그 과정들 속에서
두 주인공을 보며 '이건 사랑이야~'라고 중얼거리게 되는 순간들도 있
었는데 그 부분들이 너무나 현실적인 느낌을 주어서 그 순간만큼은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더불어 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은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
간도 갖게 되었다. 하나는 "부재 속에 사랑은 싹트는가"였고, 다른 하나
는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인가~?"였다. 왜 이런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지는 책을 읽어보시면 알 듯 하다.
# 평소에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 물품이나 좋아하는 미술품, 책, 공연등이
은연중 그 사람에 대해 많이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아마도 기욤
뮈소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 그런 요소들을 자주 활용하고 있기 때문
이다
# 읽다 보면 기욤 뮈소가 스스로의 생각을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말하는듯
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런 부분을 접할 때면 피식하는 웃음이 나
고는 한다. 이 중년의 작가도 꽤나 개구쟁이인가 싶은 생각에~
몇몇 부분만 인용해 본다.
p.257 대단히 불공평한 일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가 첫인상을 결
정한다(p.265 문제는 몸이었다)
p.307 괴테의 시...비평가들 중에는 괴테의 시를 강간에 대한 은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고, 부성애가 지니고 있는 양면성, 즉 보호
자로서의 역할과 폭력을 가하는 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내포하
고 있는 시라고 주장하는 부류도 있었다
# 추리적인 요소가 주를 이루는 만큼 흥미진진하고 박진감이 넘치는 소
설이지만 결말 부분까지 읽게 되면 역시 이 소설도 '사랑'에 대한 소설
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두 주인공을 포함 소설 속 각 인물
들간의 인연과 그 안의 사랑이라는 부분이 없었다면 반쪽짜리 소설
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인한 인간의 변화'
그 예측불가능한 변화의 가능성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하고 싶어하고,
사랑에 빠지고,
실패해도 또 다시 사랑하는 건 아닐까 싶다.
p.s.1 소설 초반부에 두 주인공의 이름만으로 그들의 성별을 멋대로 예측
하는 바람에 혼동이 와서 읽는 속도가 저하됐었다. 잘 모르는 외국인
이름만으로 나도 모르게 성별을 규정짓는 나 자산의 모습에 놀랐고
뜨끔하는 계기가 되었다.
p.s.2 하얗게 센 머리카락에 안경이 더해지자 언뜻 KFC 할아버지로 유명한
샌더스 대령의 자취가 보였다(334쪽)->새롭게 얻은 지식이다 ㅋㅋ
p.s.3 검정은 색상이 아니다(177쪽) vs 검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색이다(348쪽)
섹션별 머릿말의 유명한 문구 중 위의 두 문장이 대조를 이룬다. 각 머릿말들이
어떤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고 읽어갔는데 너무 몰입한 나머지 중간에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혹시 무언가를 발견한 분이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