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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ko Feb 14. 2022

어쩌면 당신에게도 아침일기를.

무작정 아침명상과 아침일기를 시작한 어떤 사람의 이야기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은 후 아침일기와 명상 루틴에 꽂혀서 늦어도 아침 8시에는 기상해 이불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요가매트 위에서 ‘chakra meditation' 유투브에 검색해서 틀어두고 명상한다. 명상이라고 해봤자 눈감고 오늘 감사한일 3가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아침일기를 적고 있다.


이런 새나라 어린이 같은 일상을 일주일 정도 지속하고 있다.





고3때도 7시부터 10시까지 이른 저녁에는 잠을 자고 새벽에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놀때나 공부할 때나 밤을 생각보다 잘새는 야행성 인간인데,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여유를 떠는’ (이 표현이 아주 적절한 것 같다) 루틴에 빠져들고 있다. 막상 또 "뭔가를 해야지"싶으면 잘 지켜내는 범생이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잘 하고 있고, 생각보다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부지런히 여유를 떠는 루틴. 이 표현이 아주 적절하다.




원래 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있었지만, 이상하게 밤에 쓰는 일기에는 욕설이 참 많이 들어갔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어도 부정적인 생각이 꾸물꾸물 기어나왔고, 누군가에 대한 질투나 부러움, 하루 동안 나에게 쌓인 못마땅함, 불만족스러운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게 되었다. 마치 감정 쓰레기통 같은 일기장.



심리학적으로 감정은 그 감정을 인지하는 것 만으로도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그런 멘탈로 적은 일기들은 다시 맨정신이나 기분 좋을 때 읽기도 딱히 꺼려지는 그런 일기가 되어버리곤 했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굳이 쓰기 싫었고, 기분이 정말 화가나고 슬픈 날에만 쓰니까 밤에 적는 일기장은 계속 감정 하수구로 남을 수밖에.



그런 멘탈로 적은 일기들은 다시 맨정신이나 기분 좋을 때 읽기도 딱히 꺼려지는,
그런 일기가 되어버리곤 했다.



그러다가 최근 일주일 정도 꾸준히 적고 있는 아침일기.

사실 정말 별얘기 안 적는다.



오그라드니까 말하기 싫지만 감사하는 항목으로 예를 들자면,



어제 애플워치 운동링 다 채운 것

어제 먹은 술이 오늘 숙취가 없는 것

오늘 업무량이 안 많은 것

어제 베이킹이 성공적인 것

백신 후유증이 없는 것



이런 것이 다 감사 항목이다. 내 기준에는 말이다.

적어보면 정말 별거 아니고 저번에는 여동생이 우연히 읽었는데 창피했다.

나는 화장실에 잘 가는 것도 감사항목에 적으니까 말이다.



나에게는 화장실에 잘 가는 것도 감사항목.




그런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하루를 긍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 든다.


" 이 놈의 인생, 몇살까지 돈 벌어야돼, 언제까지 출근하면서 살아야돼. 지긋지긋해. "


라고 생각하면서 눈떠서 출근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몇 줄이라도 적어서 마음에 새기면 이상하게 꽤 살만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나만의 시간을 한시간이라도 갖고 출근하는 것은 마치 내가 도살장의 개마냥 출근하러 회사에 끌려간다는 기분보다는 출근도 내가 선택한 하나의 루틴 중 하나라는 착각아닌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참 신기하다.



출근도 내가 선택한 하나의 루틴 중 하나라는 착각아닌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참 신기하다.



아침일기를 쓰다보면 또 다른 장점은 나는 눈뜨면 배부터 고픈 사람인데, 잠깐 여유를 가지고 다른 일에 몰두할 게 생겨 배고픔 (주로 거짓) 이 쉽게 달래진다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몰두하는 순간이 아주 유용하다.



또, 아침일기를 적다가 어제 다 못읽은 책을 다시 읽어보거나 적고 싶은 주제가 생각나면 그것에 대한 글을 써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재밌는 글감이 떠오르면 다음에 시간있을 때 써 봐야지 하고 메모해두기도 한다. (물론 그 나중은 찾아오지 않지만...as always)




나같이 쉽게 부정적이어지고, 하루에 수만가지 일에 예민해지는 사람이라면

딱 일주일만 아침일기를 시작해보라고 말해보고 싶다.

별거 없지만 그 별거 아닌 일이 하루를 시작하는 데 꽤 도움이 되더라.



어쩌면 당신에게도 아침일기를.







이 글을 적었을 때가 딱 일주일 정도 지속했을 때다.

지금은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아침에 출근 2시간 전 눈을 뜨고 명상을 하고 일기를 적는다.

초등학생 이후로는 일기를 단 한번도 꾸준하게 적어본 적 없는 나에게 한 달간 지속된 습관은 사뭇 다른 의미를 가진다. 어마무시한 스트레스 앞에서는 무력할 지도 모를 루틴이지만, 술에 취해 잠든 다음날에도 노트북 앞에서 일기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정도로 이 루틴. 꽤나 듬직하다. 어쩌면 당신이 찾고 있었을 루틴도 이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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