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내릴 창문도 하나 없는 지하였으나. 여기라면 괜찮을 거 같았다.
장례가 끝났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큰 고모댁에서 지내게 되었다.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사촌언니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렇게 또 현실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완전히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 같다. 캄캄한 밤이 찾아오면 두려움도 함께 찾아왔다.
'여기도 불이 나면 어쩌지? 만약 불이 나면 어디로 피해야 하지?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면 살 수 있을까?'
당시 큰 고모댁은 2층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매일 밤이 무서웠다.
고모를 따라 밤 기도를 가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교회를 다니긴 했으나, 믿음이 뭔지도, 기도하는 법도 잘 모르던 때였다. 그러나 교회가 좋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교회에만 가면 마음이 편했다. 매일 밤 기도를 하던 곳은 지하 성전이었다. 불이 나면 뛰어내릴 창문도 하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여기라면 괜찮을 거 같았다.
기도하시는 고모 옆에 방석을 길게 깔고 누웠다. 아마 기도란 걸 나도 했었을 것이다. 다만 기억에 없을 뿐.
고모는 매일 밤을 그렇게 부르짖으셨다. 눈물로 기도하셨다. 남동생을 잃은 아픔, 오랫동안을 동생 가족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셨으나 끝끝내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난 동생을 향한 안타까움에 울부짖으셨으리라.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조카를 생각하며 눈물로 기도하셨으리라.
그리고 기도하는 고모의 옆에서 방석을 깔고 누워 있는, 세상에 홀로 남은 조카를 보며 눈물로 기도하셨으리라.
그 여름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