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고 싶을 때까지 떠나볼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게 지금을 양보하지 마세요.

by 유로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회상에서 업무를 보다가 정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과 함께

내 손가락은 뇌가 보내는 어떤 말을 듣지 않고 와다다 메신저 창에 7글자를 쏟아냈다.


'퇴사하겠습니다'


머리를 거치지 않고 내 손가락이 무의식으로 움직인 듯한 희한한 경험,

그렇게 나는 퇴사했다.


머릿속으로 수천번은 더 시뮬레이션해봤던, 꿈속에서도 웅얼거렸던 그 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난 백수가 되었고

이 이야기는 퇴사 후 내 사업을 시작했다던가 내 꿈을 찾은 희망 가득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난 실패와 좌절을 반복했고 감정의 격한 소용돌이 속에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렇지만 여행을 마무리하며 뒤돌아보니 이 여행은 목적보다 그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아무튼 나는 “돌아오고 싶을 때까지 떠나보려고” 이 여행을 시작했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미 결말은 나와있다.

난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들지 궁금했고 사실 어쩌면 돌아오고 싶었던 것이다.


그 당시 내가 밥먹듯이 자주 했던 말은

다시 일하고 싶을 때까지 쉬어보고 싶다는 말이었다.

지금은 일이 이렇게 죽도록 싫어도 언젠가 일이 다시 하고 싶어 지는 때가 오긴 할지 궁금했다.


그렇지만 내 발로 나간다는 건 정말 어려울뿐더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크던 시절이었다.

20대 후반에 백수가 되고 나면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몰랐으니까




퇴사하고 처음에 내 목표는 뚜렷하지 않았지만 하나 궁금증 있었다.

난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어 질까?


그 뒤로 수많은 궁금증들이 따라왔지만

막상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이 여행은 나에게 인생의 큰 의미로 남게 되었다.


누군가가 떠나기를 주저한다면 나도 조심스레 여행을 권해보고 싶다.


겉으로 드러난 의미는 퇴사라는 두 글자로 보이지만

엄청난 용기와 의지가 동반되는 그 여정을 두 글자로 함축하기엔 부족하다.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남들의 뒤를 쫓아가며 방전되는 것보다

인생의 긴 여정 속에서 늘어지게 쉬면서 진짜 나를 만나는 여행은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긴 고민과 방황 끝에 시작한 퇴사라는 여행에서

나에게 남은 의미를 남기기 위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어쩌면 나와 같은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