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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로지 Sep 18. 2022

야 너도 퇴사? 퇴사가 쉬운 세상에 쉬운 퇴사는 없다

다시 돌아오고 싶을 때까지 쉬어볼래


퇴사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아니 당연한 어떤 삶의 한 과정처럼 보이는 요즘


어떤 이들의 눈에는 퇴사가 쉽게 보일 수도 있지만

퇴사를 고하는 당사자들에게 쿨한 퇴사가 있을 수 있을까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어느 날 문득 깨달음이 찾아와 

당당하게 내 포부를 밝히며 멋지게 퇴장하거나

시원하게 욕 한 바가지 퍼붓고 사직서를 날리는 모습


실제로 그런 건 정말 드라마에만 존재할 것 같다

내 퇴사의 장면도 그런 멋짐과는 거리가 멀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왜 퇴사를 했데?



내가 퇴사 과정을 겪으며 (뒤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어떤 결정에는 남들이 이해할만한 뚜렷한 이유가 있어야 ‘그래서 그랬데’라는 마침표가 찍혀야 하는데

나의 퇴사는 ‘도대체 왜’라는 의문만 남겼나 보다.


사실 굳이 그 이유를 말해야 하나 싶었다.

회사라는 곳이 내가 그만두겠다는 데 누구의 허락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친절히 모든 것을 설명했으나 

그런 나를 두고 여기저기서 나름의 이유를 찾아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러쿵저러쿵.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나는 나름의 긴 시간 동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쳐있었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지내온 이들에 대한 실망감도 잠시, 

그 보다 인생에서 무엇이 더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되물어 봤을 때 답이 나왔다.


그렇게 퇴사를 하겠다고 회사에 알린 날 이후로

내가 주인공인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작되었다.


퇴사라는 카드를 꺼내기 직전까진 다들 퇴사 카드를 꺼내놓으라고 부추기다 

막상 카드를 꺼내 던지니 왜 꺼냈냐고 난리였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설득에 지친 이들은 이제 질문을 바꾼다.



도대체 왜 이유를 말 안 해주는 건데?


나는 다시 반문하고 싶다.

도대체 뭘 더 알고 싶은 건데?


난 모든 걸 말했지만 본인들의 상식선에서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라 생각했을까.

내 이유가 너무 사소해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 걸까.


하고싶은 일이나 포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해진 다른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쉬고 싶다는 나를 이해해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


사실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에겐 

타인의 삶에 대해 굳이 들추어내지 않고 모른 척 해줄 수 있는 그런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세상에는 단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에겐 소중한 가치가 다른 이에겐 시답잖은 일이 될 수도 있고 또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돈이 세상의 전부인 사람에겐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배낭여행 가는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고

명예가 전부인 사람에겐 승진의 기회를 앞두고 공부하러 다시 학교로 가는 사람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타인의 선택을 머리로 이해하려는 이해력보단

선택 자체를 포용해 줄 수 있는 이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아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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