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로지 Apr 02. 2023

돌아오고 싶을 때까지 떠나볼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게 지금을 양보하지 마세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업무를 보다가 정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고 와다다 메신저 창에 7글자를 쏟아냈다.


'퇴사하겠습니다'


머리를 거치지 않고 내 손가락이 무의식으로 움직인 듯한 희한한 경험

그렇게 나는 퇴사했다.


머릿속으로 수천번은 더 시뮬레이션 해봤던, 꿈 속에서도 웅얼거렸던 그 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난 백수가 되었고

이 이야기는 퇴사 후 내 사업을 시작했다던가 내 꿈을 찾은 희망 가득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난 실패와 좌절을 반복했고 감정의 격한 소용돌이 속에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렇지만 여행을 마무리하며 뒤돌아보니 이 여행은 목적보다 그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아무튼 나는 돌아오고 싶을 때까지 떠나보려고 이 여행을 시작했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미 결말은 나와있다.

난 다시 돌아와보고 싶었다.


그 당시 내가 밥먹듯이 자주 했던 말은

다시 일하고 싶을 때까지 쉬어보고 싶다는 말이었다.

지금은 일이 이렇게 죽도록 싫어도 언젠가 일이 다시 하고싶어지는 때가 오긴 할지 궁금했다.


그렇지만 내 발로 나간다는 건 정말 어려울 뿐더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크던 시절이었다.

20대 후반쯤이던 내가 백수가 되고나면 어떤일이 펼쳐질지 몰랐으니까




퇴사하고 처음에 내 목표는 뚜렷하지 않았지만 하나 궁금즘이 있었다.

난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어 질까?


그 뒤로 수많은 궁금증들이 따라왔지만 

막상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이 여행은 나에게 인생의 큰 의미로 남게 되었다.


누군가가 떠나기를 주저한다면 나도 조심스레 여행을 권해보고 싶다.


겉으로 드러난 의미는 퇴사라는 두 글자로 보이지만

엄청난 용기와 의지가 동반되는 그 여정을 두 글자로 함축하기엔 부족하다.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남들의 뒤를 쫓아가며 방전되는 것보다

인생의 긴 여정 속에서 늘어지게 쉬면서 진짜 나를 만나는 여행은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긴 고민과 방황 끝에 시작한 퇴사라는 여행에서

나에게 남은 의미를 남기기 위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어쩌면 나와 같은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