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내 대답은
나는 첫 회사를 다니면서 4년 차에 처음으로 이직을 시도했다.
면접을 앞두고 며칠 전 선배가 내게 말했다.
회사는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긴데 뭐 하러 옮기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에 빠졌다.
안정적인 현재 직장에서 조금 더 발전되고 싶은 마음에 이직을 결심했는데
선배의 말처럼 어차피 회사가 다 똑같다면 굳이 내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옮길 필요가 있을까?
나는 결국 그 면접에 불참했다.
그렇게 몇 년이 더 흐른 뒤에 내 발로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 직장을 다시 구하게 되면서
나는 이직 아닌 이직을 하게 되었다. (환승이직이 아닌 어느 정도 텀이 있었던 이직)
내가 다시 일을 할 결심을 하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우리 남편은 프로 이직러이다.
지금까지 3번의 이직을 했고 4번째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늘 이직은 남편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그런 남편을 보며 나도 이직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어 용기를 낸 것이다.
아직 1년을 채 못 채운 경력이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적응해나가고 있다.
2년을 넘게 쉬다가 이직을 하고 벌써 적응한 내 모습을 보며
10년이 넘도록 한 회사에만 다니고 있는 전 직장의 동기, 후배들은 묻곤 한다.
회사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
나는 이 질문을 듣고 며칠 동안 많은 생각을 해봤다.
오래전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던 그 질문, 결국 나를 멈추게 했던 그 질문 말이다.
내 대답은 '아니? 다르던데?'가 확실했다.
그렇지만 그 이유를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나를 되돌아봤다.
전 회사를 다닐 때의 나와 지금의 나.
나는 달라져있었다.
회사는 다 거기일 수 있지만 나는 달라졌다.
만약 내게 이직을 하고 나서 전 직장하고 똑같이 회사를 다녔다면 회사는 다 똑같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했고
전 직장에서 아쉬웠던 내 모습을 지워보려고 노력 중이었다.
그런 내게 회사는 같을 수 없었다.
우리가 이직을 생각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연봉부터 시작해서 조금 더 경력을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 전 직장에서 견딜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 다양한 이유들로 이직을 생각하고 이전 회사와 다르게 조직의 분위기나 규모, 업무를 바꾼다면 업무의 특성 등 이런 변화를 기대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만나서 만들어지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점들이 생긴다.
회사라는 조직, 그 조직을 굴러가게 만드는 여러 제도들과 규범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갈등들,
월급이라는 보상과 그 보상 가운데 두고 회사와 직원이 맺는 계약.
이런 것들은 어느 회사를 가나 똑같을 것이다.
여기서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나 자신이다.
우리 남편은 새 회사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보려고 한다고 한다.
이전 회사에서 부족한 자신의 모습 또는 고치고 싶던 모습을 새 회사에서 적용해 보는 것이다.
나도 그 말을 듣고 지금 회사에서는 다르게 살아보려 하고 있고 그래서 내겐 회사는 모두 같아 보이지 않았다.
인풋이 다르니 아웃풋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전에 내 팀장이었던 분이 팀원들을 모아놓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불만만 말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불만을 말하고 싶으면 대안을 가져와라'
지금 회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이직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대안은 우리가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볼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