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약해지나 봅니다
누가 시켜서 워킹맘이 된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내 일'은 꼭 만들어나가고 싶어서 시작된 워킹맘 생활.
양가의 도움과 등하원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지지해 준 남편의 도움에도
워킹맘으로 살아가기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특히나 회사 안에서나 회사 밖에서나 워킹맘이 되고 나서 느낀 건
더더욱 약한 소리가 하고 싶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뜻 내키지 않는 업무도 절대 '노' 하는 법이 없어졌다.
아기를 낳기 전 그렇게 '노'를 남발하던 나였는데, 이젠 예스맨이 다 되었다.
물론 나도 하고 싶어서 혹은 열정이 넘쳐나서 그런 건 아니다.
그저 내 '노'가 육아를 핑계 삼아 도망가려는 모습으로 비칠까 싫었다.
아이가 아파서 등원을 못하는 날도 어떻게든 주변의 도움을 구하곤 했다.
아이가 아파서, 아이 어린이집 일정이, 아이 아이 아이...
휴가를 낼 때 '아이 때문에'라는 말이 정말 하기가 싫다.
다행히 재택이 허용되는 남편이 있어서 우리 집의 아이 병원 당번은 대부분 남편이다.
그렇게 또 남편에게 미안한 사람이 된다.
워킹맘의 이직이 이렇게 힘든가? 싶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운 좋게 잡힌 면접에도 면접 준비 시간을 내기란 쉽지가 않다.
퇴근 후에 아이를 부모님 댁에서 픽업해 오면 꼼짝없이 10시까진 아이와 한 몸이고
아이와 같이 잠들기라도 하면 눈뜨면 출근 시간이다.
굳은 의지로 새벽에 일어나 1~2시간 면접을 준비하는 것 그게 최선이었다.
남들 눈에 비치는 내가 아이를 핑계 삼아 편해지려는 것처럼 보일까 봐
내 눈에 비치는 내가 아이를 핑계 삼아 이직을 못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나는 그렇게 1년을 전전긍긍하며 약한 소리를 쉬쉬했다.
그렇게 1년을 약한 소리를 안 하려고 보내고 나니
난 강한 사람이 되어있는 게 아니라 약한 사람이 되어있다.
아이한테는 늘 바쁜 엄마
부모님과 남편에게는 늘 미안한 딸, 아내
나 자신에게도 늘 부족한 나
나를 둘러싼 워킹맘이라는 현실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당당하게 맞설수록
나는 점점 약해지는 건 무슨 아이러니일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난 좀 약해질 필요가 있겠어'
아이 핑계도 대보고 모든 게 이 세상 탓이라는 원망도 해보고
내 부족함에 조금 더 관대해지기로 말이다.
약해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