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가치관이 부부관계에 미치는 영향
결혼 전에 우리 부부는 3년의 연애를 했고 정말 잘 맞는 커플이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잘 맞아서 부부가 된 지금도 새벽 2-3시까지 수다를 떨다가 잠들기도 한다.
그런 우리 부부의 생각이 충돌할 때가 있다.
버로 일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할 때이다.
남편과 결혼하고 정말 크게 놀랐던 부분은 일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같은 회사에서 만난 사내 부부였다.
남편과 수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일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시간은 적었던 것이다.
결혼할 상대와 일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다는 게 결혼생활의 큰 문제가 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가?
나 역시 그랬다.
다른 부분을 모두 검증했어도 이 부분은 간과했던 것 같다.
하지만 육아를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에 대한 가치관이 어떤지에 따라 곧 퇴근시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기 전이라면 남편이 늦으면 나도 밖에서 신나게 놀다 가던지 아니면
집에서 넷플릭스를 정주행 하던지 하면 됐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함께 해야 해 할 공동의 일이 있는 것이다.
업무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어디까지 가져갈 수 있느냐
일단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다른 부분은
업무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어디까지 가져갈 수 있느냐 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회사 일은 공동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나의 업무여도 내가 해결하지 못하거나 일이 생겨 공백이 생기면 다른 팀원이 챙겨줄 수 있어야 하고
나 역시도 그 반대의 상황이라도 마땅히 그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업무를 80%만 빠르게 완성시키고 나머지 20%는 동료들을 통해 채우려고 한다.
남편은 업무가 주어지면 본인이 어떻게든 해결해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다.
일을 다 해결하지 못해 주위의 동료가 같이 힘들어지는 그런 모습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업무가 과다하게 많다거나 내 능력 밖의 업무가 주어져 힘들어지면
나는 적절히 업무를 배분하지 못하고 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 회사 탓을 하고
남편은 이 일을 끝끝내 완성해내지 못한 본인 탓을 한다.
이 문제가 가장 두드러질 때는 야근을 하는 남편을 볼 때다.
혼자서 큰 짐을 어깨에 얹고 매일 야근하는 남편을 볼 때면 머리는 이해하지 못하고 가슴은 아프고
나도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생긴다.
오늘 회식 불참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회식이다.
나는 술은 잘 먹어도 회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다 가는 회식도 2차는 거의 가본 적이 없다.
친구들, 가족들과의 술자리는 즐겁지만 왠지 모르게 불편해지는 회사에서의 회식자리는 꺼려진다.
회식을 거절하는 것도 처음이 힘들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쉬워진다.
나중엔 아예 처음부터 부르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가끔 서운하기도 하지만 좋은 마음이 더 크다.
남편은 술은 못 먹어도 회식은 꼭 간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사회생활이니 간다 했지만 지금은 본인도 회식자리가 재밌다고 한다.
아이가 아플 때도 참석한 회식이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해도 될 듯하다.
양해는 가족에게 구하는 게 아닙니다. : https://brunch.co.kr/@cornyny/26
휴가 때 연락해서 미안한데
마지막은, 우리는 회사 밖에서도 얼마나 열정적일 수 있는 가이다.
나는 퇴근과 동시에 회사 일을 잊어버린다.
메신저도 메일도 확인하지 않고 휴일에 휴가에 오는 연락도 잘 받지 않는다.
신입사원 때 회사일로 며칠을 악몽을 꾸고 나서 생긴 버릇이다.
일요일 밤부터 우울해지는 남편과 다르게 나는 일요일 밤 잠들기 직전까지 내일 출근한다는 생각을 안 한다.
어차피 출근해야 하는데 전날 밤부터 우울해질 필요는 없으니까.
남편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늘 모니터링하고 장애가 발생하면 누구보다 먼저 대응하려고 한다.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남편의 슬랙 모니터링은 쉬지 않는다.
혹여라도 잔여 업무가 있다면 업무량을 조정하는 대신에 주말에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를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최고의 사원이다.
그에 반해 나는 뭔가 좀 아쉬운 사원이다.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결혼 4년차지만 일에 대한 가치관만은 여전히 대립 중이다.
지금은 남편이 나처럼, 내가 남편처럼 서로의 좋은 점을 배워보려고 노력 중이긴 한데
아직도 그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 부부의 영원한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