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예전부터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약간은 신기하면서도 부러운 게 있었다. 티브이 속 배우들은 항상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거. 연인은 물론이고 가족들끼리 만나고 헤어질 때,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사랑해'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외국인이 아니다 보니 실제로 그렇게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 건 보기에도 듣기에도 좋아 보였다.
나랑 정양은 연애를 10년 정도 학고 결혼을 했다. 오랜 연애를 한 탓일까, 아니면 그냥 대한민국의 정서가 그런 걸까. 사랑한다는 말은 특별한 날, 생일, 기념일 정도에 하는 달콤한 단어였던 것 같다. 평상시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고 싶었지만 뭔가 부끄럽고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홍시가 태어나고 나서는 조금 달라졌다. 나도 정양도 홍시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이 정말 저절로 나왔다.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홍시에게 사랑한다고 표현했다. 홍시가 말을 하기 전부터 오늘 아침 등원 준비를 할 때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홍시에게 '사랑해'라는 표현을 자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양에게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특별한 기념일이 아닌 평범한 날에도 자연스럽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처음엔 조금 부끄러운 느낌도 들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예전에 외국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던 모습이 지금의 우리 집이 된 것이다.
그렇게 우리 세 가족은 이제 만나게 되면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자주 하게 되었다. 아침에 홍시가 눈을 뜨면 "아빠 사랑해" 혹은 "엄마 사랑해"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 역시 "홍시야 사랑해"라는 말을 대답해 주면 홍시는 다시 "나도 나도"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바쁜 출근, 퇴근 시간이지만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으면 정말 힘이 나는 기분이다. 요새 정양과 내가 장거리 운전에 바쁜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웃을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