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의 애환
요새 나와 정양의 최대 고민은 홍시의 등하원 시간이다. 둘 다 집에서 회사가 먼 직장인이다 보니 홍시는 항상 유치원에 가장 먼저 등원해서, 가장 늦게 하원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3월부터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별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가장 중요한 홍시에게 불만이 생기고 말았다.
"아빠, 난 왜 꼴찌야. 친구들도 없고 심심해."
사실 너무 미안했다. 친한 친구들이 하원하는 시간에 같이 하원하지 못하는 우리 상황에 답답하기도 하면서, 아무리 정양과 머리를 굴려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미안했다. 그저 홍시에게 지금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서 이야기를 해주고는 하지만, 그래도 홍시는 못내 아쉬움을 표현한다.
홍시의 등원 시간은 아침 8시 20분. 그리고 하원 시간은 저녁 5시 30분. 솔직히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에 이 정도 등하원 시간이면 평균보다 빠른 등원에 늦은 하원이라 생각은 했지만, 완전히 1등으로 유치원을 등원해서 꼴찌로 하원을 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을 못 했다. 최대한 정양과 함께 회사에 근무시간을 조정해서 만든 등하원 시간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나마 아침에는 일찍 가는 걸 1등으로 유치원에 갈 수 있다고 좋아하기도 하고, 금방 친구들이 하나 둘 오니까 크게 힘들어하지는 않는데, 하원은 그렇지가 않다. 친한 친구들이 하나둘 먼저 하원하고, 다섯 시 이후로는 친구들이 거의 유치원에 남아있지 않다 보니 혼자 선생님과 노는 게 못내 아쉬움이 큰 것 같다. 그리고 먼저 하원한 친구들이 놀이터에 가서 놀고 있는 걸 알고 있으니 혼자 유치원에 남아있는 게 좋을 리가 없다.
그나마 가끔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평소보다 20,30분 정도 빨리 하원을 할 수 있는데 그러면 꼭 홍시에게 미리 말해준다. 오늘은 5시에 데리러 갈 수 있으니 빨리 하원해서 친구들이랑 놀이터에 놀러 가자고. 그러면 전날부터 홍시는 일찍 하원한다는 생각에 들떠있다. 선생님께 들어보니 미리 일찍 하원한다고 말해준 날은 홍시가 유치원에 가서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자기도 일찍 갈 수 있다며 자랑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는 신나게 놀이터에서 놀자고 약속을 잡는다고 한다. 그리고 하원과 동시에 같이 하원한 친구와 함께 웃으며 신나게 놀이터로 뛰어간다.
요새는 최대한 쉽게 홍시한테 엄마, 아빠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알려주고 그로 하여금 우리가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여행도 다니고, 지금처럼 즐겁게 살 수 있다고 설명해 주고 있다. 내 추측이 건데 이미 몇 번 말해줘서 아마 홍시도 이미 잘 알고 있는 것 같긴 하다. 다만 알고 있지만 친구들과 노는 게 가장 즐거운 때이니 홍시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거.
가끔 꼴찌로 하원하는 게 싫다고 말하긴 하지만, 그래도 크게 싫은 내색 안 하고 항상 하원하러 가면 저 멀리서부터 뛰어나와 품에 폭 안겨주는 홍시가 너무 고마울 뿐이다.